| 왜 요즘은 우기(雨期)가 찾아오는 걸까? | news | 2008-07-0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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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이 오니 사람들은 어김없이 장마를 준비한다. 물론 장마도 어김없이 찾아올 예정이다. 요즘은 장마에 언제 쏟아질지 모르는 게릴라성 호우, 아열대성 소나기까지 겹쳐 한 달 열흘은 비가 내리므로 준비를 더 단단히 해야 한다고도 한다. 그런데 왜 요즘은 우기가 찾아오는 걸까?
비구름의 고전, 장마 전선
봄이 오면 꽃이 피고, 여름이 오면 장마가 온다. 우리나라에는 그렇게 몇 백 년간, 아니 몇 만 년간 6~7월에 장마가 왔다. 비가 오는 원인은 물론 장마 전선 때문이다. 이제는 상식이 되어 버린 장마 전선 형성에 대해 다시 한 번 복습을 해보자면 장마 전선은 북태평양 고기압과 오호츠크해 고기압이 만나 형성된다. 열대의 뜨겁고 습한 바다 공기와 4월에도 물을 꽁꽁 얼게 한다는 찬 공기가 만나면 서로 ‘으르렁’거리게 되는 것은 당연한 일. 그래서 두 고기압이 만나는 곳엔 전선이 형성되고 기압이 불안정해 비가 내린다. 안 그래도 비가 주룩주룩 내리는 날씨에 티베트 고원에서 형성된 수증기를 잔뜩 담고 있는 수렴대가 전선을 타고 내려오면 비는 그야말로 장대비가 된다.
장마가 ‘형님’하게 생긴 게릴라성 호우의 등장
예전에는 여기까지가 끝이었다. 아무리 장마가 길고 지루해도 뉴스에서 기상 캐스터가 ‘장마 전선이 완전히 북상하면서 오늘부터 북태평양 고기압의 영향권에 들겠습니다’ 하고 장마가 끝이 났음을 선언을 하면, 지글지글 땅이 타오를 듯 뜨거운 불볕더위가 찾아왔다. 그런데 요즘은 이것으로 끝이 아니다. 오히려 장마가 끝난 뒤에 비가 더 많이 온다. 실제로 작년 여름엔 기상청에서 장마가 끝이 났다고 공식 발표를 한 뒤 정확하게 보름 동안 매일 비가 왔다. 강우량도 장마기간에 내린 비의 양보다 더 많았다. ‘장마 끝’ 말만 믿고 휴가 길에 올랐던 사람들은 줄줄이 낭패를 봤고 성난 사람들은 기상청에 항의를 했지만, 기상청은 예측할 수 없는 ‘게릴라성 호우’의 영향이라는 말만 되풀이 했다.
‘게릴라성 호우’란 그야말로 따뜻한 공기와 찬 공기가 좁은 공간에서 만나 갑자기 게릴라처럼 비가 내리는 것이다. 게릴라성 호우는 구름의 두께만 8~10㎞에 이를 만큼 두터워 강수량도 매우 많다. 작년에 이렇게 게릴라성 호우가 장마처럼 이어진 것은 북태평양 고기압이 우리나라에 제대로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했기 때문. 지구 온난화로 북태평양 고기압의 힘이 더 강해져 서쪽으로 세력을 더 확장하면서, 서쪽에서 밀린 저기압들이 우리나라를 지나 남쪽으로 내려가게 되었다는 해석이다. 앞으로 지구 온난화가 심해질수록 우리나라의 게릴라성 호우도 더 많아질 것이라는 이야기가 된다. 작년에 이렇게 장마와 게릴라성 호우가 내린 날짜를 합하면 무려 40여 일. 이 정도 기간이라면 이제는 정말 장마가 아니라 ‘우기’로 부르는 것이 맞을 것 같은 상황이다.
우기의 다크호스, 아열대성 소나기와 태풍
게릴라성 호우도 지나고 나면 간신히 우기가 끝났다 싶지만 우리에겐 아직도 아열대성 소나기와 태풍이 남아 있다. 아열대성 소나기는 뜨거운 공기가 상승하면서 갑작스럽게 내리는 소나기. 이전에도 여름이면 소나기가 내렸지만 요즘엔 열대 지방의 스콜을 연상시킬 만큼 좁은 지역에 자주 소나기가 내린다. 작년 여름에도 서울엔 거의 삼 일에 한 번씩 소나기가 내렸다.
소나기가 잠잠해질 즘이면 태풍이 한 번씩 몰려온다. 사실 이맘때 태풍이 우리나라를 찾아오는 것이 당연하다. 문제는 그 위력이 점점 더 커지고 있다는 것. 태풍은 지구가 잉여 에너지를 소모하기 위해 만들어 내는 것인데, 온난화로 인해 날씨가 뜨거워질수록 잉여 에너지는 많아지므로 태풍의 위력도 강해진다. 태풍은 기온이 낮을수록 힘을 잃는데 우리나라는 점점 아열대성 기후로 변하고 있으니 태풍이 마음 놓고 올라와 활개 칠 수 있는 지역이 되었다. 물론 강수량도 많아진다. 작년에는 다행히 태풍의 피해가 적었지만 앞으로 더 강한 태풍이 더 자주 우리나라에 오게 될 환경은 충분히 만들어졌다는 얘기다.
비구름 3형제에 대처하는 우리의 자세!
이렇게 아열대성 소나기와 태풍이 징검다리처럼 날짜를 건너뛰며 비를 뿌리고 나면 날짜는 어느새 9월. 요즘 우리의 여름이 거의 이렇다. 장마 전선과 게릴라성 호우, 아열대성 소나기까지 줄줄이 늘어선 비구름 3형제에 태풍이라는 이웃집 아이까지, 좁은 집 안에 꾸역꾸역 들어와 진흙탕을 만들고 가는 격이다.
자, 이제 우리나라에 ‘우기’가 오는 까닭은 알았다. 멀게만 느껴졌던 지구 온난화가 갑자기 ‘내 일’이 되는 듯한 기분이다. 여름에 해가 바짝 나야 벼도 익고 과일도 맛이 든다는데, 주부 입장에서 한숨 섞인 작은 걱정도 든다. 그렇다면 이제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
우기에 절대로 하면 안 되는 것들
장마철이 되면 늘 무엇인가를 하라는 이야기를 듣는다. 홍수에 대비를 하고, 곰팡이 청소를 하고, 습기 관리를 하고…. 하지만 살다 보면 비가 올 땐 해야 할 일보다 하지 말아야 할 일들이 훨씬 많다. 비 오는 날은 절대 하면 안 되는 일, 쨍하고 볕 들 날이 찾아올 때까지 기다려야 할 일들을 모았다.
ㆍ파마하기_ 머리카락은 습기를 매우 잘 흡수해 비가 오는 날은 매우 습하다. 파마는 머리카락이 건조해야 컬이 ‘뽀글뽀글’ 잘 나오므로 비 오는 날 파마를 하면 돈 아깝다는 얘기가 나올 수도 있다. 그러나 반대로 컬이 부드러운 파마를 원한다면 비 오는 날 파마를 하는 것이 좋을 수도 있다.
ㆍ여름 김치 담기_ 비가 계속 내리면 채소값이 비싸지는 것은 물론 채소에 물이 들어가서 특유의 고소한 맛이 없어진다. 그래서 우기에 만든 김치는 맛이 없다.
ㆍ수박, 참외 사기_ 수박과 참외는 수분 흡수율이 매우 높고 빠르다. 그래서 우기가 되면 당도가 뚝 떨어진다. 날씨 좋은 간기에 구입하고 한창 비가 올 땐 다른 과일을 먹는 것이 현명하다.
ㆍ에어컨 오래 켜기_ 비가 오고 저기압이 되면 멀쩡하던 사람도 관절이 쑤신다. 장기간 저기압 상태가 계속되면 근육통이나 관절염이 오기도 쉽다. 이럴 때 에어컨 바람을 오래 쐬면 증상이 더욱 악화된다. 에어컨 바람을 바로 쐬는 것을 피하고 자주 따뜻한 물에 몸을 담가 근육과 관절을 부드럽게 풀어 준다.
ㆍ몸에 붙는 합성 섬유 옷 입기_ 우기는 곰팡이 균이 창궐하는 시기. 옷으로 땀 흡수가 제대로 안 돼 피부에 곰팡이균이 번식할 수도 있다. 피부염이 생기지 않게 면으로 된 옷을 입는다.
ㆍ약수 떠다 마시기_ 각종 세균이 번식하기 좋은 날씨인데다 약수 샘에 빗물이 범람하기도 쉽다. 장마철 약수는 약수가 아니라 독약이 될 수도 있다는 얘기. 물은 끓여 마신다.
ㆍ음식 ‘잠깐’ 밖에 보관하기_ 세균 번식하는 속도가 무섭게 빠른 시기다. 잠깐이라도 안심할 수 없다. 음식은 무조건 냉장고에 넣을 것. 물론 냉장고 안에서도 오래 믿을 수는 없다.
ㆍ운동화 대강 말려 다시 신기_ 빗물은 다 말랐어도 빗물과 함께 섞여 들어간 세균과 곰팡이균은 아직 그대로 신발 안에 있다. 거기에 발에서 나는 땀이 더해진다면 그 운동화는 이제 신기만 하면 발 냄새가 고약해지는 신발이 된다.
ㆍ흰 바지 입기_ 올 여름 핫 아이템 중 하나가 화이트 와이드 팬츠이지만 우기에는 자제가 필요하다. 하이힐을 신어도 바지 종아리며 밑단에 흙탕물이 튀고, 손빨래를 해도 얼룩이 남을 수도 있다.
ㆍ이불 빨래하기_ 이불이 꿉꿉해서 빨고 싶은 마음은 이해하지만, 빨래를 해도 속까지 바짝 말리지를 못하면 이불 속은 곰팡이가 살기 더 좋은 환경이 될 수도 있다. 특히 솜까지 함께 빨아야 하는 여름 이불은 더욱 그렇다. 그래도 빨고 싶다면 뜨거운 물로 헹군다.
ㆍ우울한 영화 보기_ 햇빛을 못 보면 우울한 기분에 빠지기 쉽다. 비 오는 날이 분위기 있는 영화 보기에 적당한 날씨인 것은 맞지만 몇 날 며칠 우울한 기분이 이어질 수도 있다. 우울한 영화는 봄비나 가을비가 내리는 날로 연기하는 것이 좋겠다.
ㆍ집 안에서 방콕하기_ 비가 오면 집이 제일 편한 곳인 것은 맞다. 하지만 비가 온다고 집에만 있으면 관절염과 우울증, 두통이 생기고 체중도 크게 는다. 비가 와도 적당한 외출이 필요하다.
ㆍ작은 상처 그냥 두기_ 평상시라면 작은 상처는 깨끗하게 씻기만 해도 별 이상 없이 잘 아물지만 우기에는 세균이 들어가 염증이 생길 수 있다. 종이에 베거나 남편이 면도를 하다가 베인 작은 상처도 소독을 하거나 소독약 성분이 들어간 연고를 발라 덧나지 않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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