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 장애인 무명가수의 희망 바이러스 전하기 15년 | news | 2008-02-22 |
어린 시절 소아마비에 걸렸습니다. 그래서 양쪽 목발을 짚고 살아가는 장애인이 됐죠.
보건소 말단 직원이었던 아버지와 행상하시던 어머니 밑에서 장애인이라는 사실에 말썽도 피웠고 방황도 많이 했는데요. 하지만 하나님의 사랑을 깨닫고 삶이 변하기 시작했습니다.
‘내 장애는 희망 브랜드’라고 말하면서 한 치의 구김살 없이 자신의 삶을 헤쳐 나가고 있는 박마루 씨. 그는 음반을 4집까지 낸 가수이자 방송인입니다.
장애인을 위한 각종 TV프로그램에 출연하고 , 이희아, 최승원 씨 등 장애음악가들과 희망콘서트를 열어 전국의 청소년들에게 희망을 전하기도 했습니다. 또 희망강사와 사회복지사로 이 땅의 복지증진을 위해 애쓰고 있는데요.
늘 얼굴에 웃음이 떠나지 않는 남자, 우리사회 희망 바이러스, 가수 박마루 씨를 18일 CBS 배한성의 아주 특별한 인터뷰(FM 98.1Mhz, 연출 김우호 PD)에서 만나봤습니다.
◇ 두 살 때 소아마비로 양쪽 다리를 못쓰게 돼
▶ 양쪽 다리가 불편하셔서 목발을 짚고 다니시는데, 매니저는 같이 안오셨나요?
제가 히트곡이 없는 가수다 보니까 매니저가 없습니다.(웃음) 모든 일을 제가 혼자 하고 있어요. 스케줄 관리도 제가 하고요.
▶ ‘박마루’라는 이름이 참 특이한데요. 본명인가요?
예명입니다. 본명은 박순일이고요. 가수활동을 시작하면서 예명을 짓게 되었어요. 예명에는 두 가지 의미가 있어요. ‘마루’하면 평평하니 편하게 쉴 수 있는 방바닥, 마루의 의미도 있고요. 또 하나는 ‘정상’이라는 의미도 있데요. 파도의 끝점을 마루라고 하고, 산마루라는 것도 있어서, ‘마루’라는 이름이 정말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정말 이 이름을 짓고 나니까 좋은 일들이 많이 생기더라고요.
▶ 강원래 씨가 진행했던 ‘사랑의 가족’이라는 프로그램에 패널로 나오셔서, 많은 청취자들이 친근하게 느껴지실 것 같아요.
제가 한 3년 정도 같이 했어요. 그런데 제가 머리를 삭발하다 보니까 강원래 씨와 같이 하면 제가 구준엽 씨인 줄 알고 오해하시는 경우가 있어요.(웃음)
▶ 그 프로그램이 1천회가 넘었죠? ‘사랑의 가족’이라는 프로그램이 어떤 프로그램인지 소개 좀 해주세요.
네. 대표적인 장애인 프로그램이예요. 장애인의 인권이라든지 살아가는 이야기 등 모든 것을 담고 있어요.
▶ 거기서 박마루 씨가 하는 역할은 어떤 겁니까?
저는 ‘나눔의 현장 사랑 하나 행복 둘’이라는 코너를 맡아서 매주 화요일날 하고 있는데요. 우리 장애인 분들의 꿈과 소망 이야기를 들어주는 거예요. 실질적으로 들어준다는 개념이 어떤 것인가 하면, 그분들의 갖고 있는 꿈에 우리가 조금도 보탬이 되어드리자고 해서 매주 시작할 때 금액 적으로도 많은 비용이 지출되면서 그 꿈과 희망이 이루어질 수 있는 발판을 만들어 드리는 것이죠.
▶ 강원래 씨를 보면 어떤 생각이 드세요?
강원래 씨 하면 예전부터 스타였었잖아요. 그런데 스타가 사고로 인해서 장애인이 되었고, 저는 사실 중도 장애를 갖고 있는 분들의 어려움이 그런 점인 것 같아요. 장애를 갖게 되면 자기가 갖고 있던 모든 환경을 잃어버릴 수 있는 순간이거든요.
그런데 강원래 씨 같은 경우에는 3년 동안의 재활 기간도 있었지만, 본인이 여태까지 스타로서 받았던 대접이라든지 여러 가지 수입이라든지 이런 것들을 한 순간에 잃어버렸었잖아요. 그런데 본인이 재활을 하면서 장애에 대한 긍정적인 사고를 가지고 있고, 또 그 역할을 하고 있다는 자체가 저는 참 보기 좋더라고요.
▶ 많은 장애인 분들을 만났을 텐데, 기억에 남는 분 얘기 좀 해주세요.
제 책속의 주인공들도 있는데요. 사실 많이 알려진 분들보다는 제가 ‘나눔의 현장 사랑 하나 행복 둘’이라는 코너를 하면서 제가 포항에서 만났던 분인데, 이름은 정확히 기억을 못하겠어요.
그런데 그 분은 장애를 갖고 계시지만, 아내는 비장애인 분이셨는데, 두 분이 살아가는 이야기를 하는데, 그 남편분이 아내에 대한 고마움의 글을 남기고 같이 살아가는 모습을 봤을 때, 제가 차안에서도 계속 맴돌더라고요.
‘아, 어떤 사람은 천만 원, 일억에도 감동을 못 하지만, 이분들은 단 십만 원, 백만 원에도 서로가 사랑하면서 위해주고 살아가는 부부다. 참 아름답다.’는 생각이 들어서 기억에 많이 남습니다.
▶ 두 살 때부터 몸이 불편해졌다면서요?
네. 제가 햇수로는 두 살 때부터인데요. 사실 걸어본 기억이 없어요. 기어 다닌 기억은 많이 납니다. 특히 겨울에 썰매 타러 가서 빠지게 되면 배까지 다 젖어서 오니까, 어머님이 저를 보면 하도 답답하고 힘드셔서 영화 같은 데서 나오는 것처럼 저를 붙들고 “같이 죽자”하는 소리를 하셨어요.
제가 철이 들고 시간이 많이 지나면서 어머니의 그런 모습들이 생각이 많이 나요. ‘어머니가 참 고생하고 어렵게 사셨구나. 나로 인해서 마음고생뿐만 아니고 본인이 얼마나 힘들었을까.’ 하는 생각도 들고요.
▶ 아버지가 보건소 말단 직원이시고, 어머니가 행상까지 하실 정도로 가정환경이 경제적으로 어려우셨던 가봐요?
네. 제가 화성 발안에서 자랐는데요. 어머니가 행상하시는 것을 제가 어떻게 알게 되었는가 하면, 여름철이었어요. 제가 고등학교 1학년 때인데, 비가 많이 와서 다리가 넘쳤어요. 그런데 제가 버스를 타고 수원으로 해서 오산을 가야 하는데, 그 때 버스에서 어머니의 모습을 봤어요.
어머니가 함지박을 이고 지나가는 모습을 본 거죠. 그 때 부모님이 그렇게 고생하시는 것을 처음 알게 되었죠. 어머니가 여름에는 과일장사, 겨울이면 생선 장사를 하시면서 맛있는 것을 주니까 철없을 때는 마냥 좋기만 했는데, 나이가 들면서 어머니가 살아온 이야기, 살아오신 모습을 보니까 너무 가슴도 찡했고, 그 때부터 제 나름대로 어머니에게 행복을 줄 수 있는 일이 뭘까 생각하게 되고, 나름대로 노력하게 되더라고요.
▶ 아버님은 어떤 분이셨나요?
아버님은 일주일에 한 번 보는 분이었어요. 아버지가 지방에서 근무하시는 공무원이시다 보니까 일주일에 한 번 오실 때마다 사탕을 가져다주시던 기억들이 있고요. 사실 저와 아버지는 대화가 별로 없었어요.
그런데 아버님이 후두암으로 입원하셔서 성대를 제거하셨는데, 간호를 할 사람이 없었어요. 형은 직장 때문에, 누나는 이미 출가외인이었고, 어머니는 이미 돌아가신 상태였기 때문에 저밖에 없었어요.
▶ 어머님이 뇌출혈로 돌아가셨다고요.
네. 제가 대학교 1학년 때 돌아가셨는데요. 사실 저는 아버님에게 서운한 점이 많았어요. 엄마를 고생시켰던 기억도 나고 말이죠. 그런데 막상 아버지가 입원을 하고 말을 못하시고 암으로 고생하시는 것을 보니까 맘이 좀 답답하더라고요. 그리고 제가 아버지 앞에서 짜증도 냈어요.
그런데 다 주무실 때 병실 로비에 내려오면, 반성하게 되더라고요. 어머니 생각을 하면 ‘좀 잘해 드릴걸’하는 생각이 돌아가신 뒤에도 들더라고요. 좀 더 잘해드렸어야 하는 아쉬움이 들죠.
◇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 방황……. 교회에서 펑펑 울고 난 뒤 힘을 얻게 돼
▶ 어릴 때 소아마비라고 놀림을 많이 받았을 텐데, 본인은 어떠셨나요?
저는 어릴 때 저를 놀리는 애들을 보면 ‘너 두고 보자. 나중에 나한테 잡히면 혼난다.’하면서 속으로 기억을 해두었어요. 제가 목발을 짚고 다니니까 팔 힘이 셌어요. 그래서 초등학교 때는 제가 골목대장이었습니다. 저를 함부로 놀리지 못했어요.(웃음)
그래서 저를 놀리는 친구들은 제가 막 혼내줬어요. 그런데 사실 저는 어릴 때 그런 시선을 솔직히 잘 몰랐어요. 길을 지나가다가 좀 심한 말로 “병신 지나간다.”라고 하면, 사실 그것이 너무 마음 아팠지만 ‘두고 보자’하는 생각을 가졌고, 성장하면서 느꼈던 것은 그런 언어적인 것보다 오히려 어떤 사회적인 차별이 더 힘들게 다가오더라고요.
▶ ‘두고 보자’하셨던 것을 보면, 본인의 의지라든지, 다른 면으로 극복을 하겠다는 마음이 있었던 것 같아요.
맞습니다. 제가 어릴 때부터 의도적으로 친구들과 어울리는 것을 잘했어요. 그래서 한발로 자전거도 탔어요. 한 발도 약간 장애를 가지고 있지만, 오른쪽 발은 아예 못쓰니까 페달에 꽁꽁 묶고서 왼발은 그래도 좀 쓰니까 왼발로 페달을 밟았죠. 또 같이 어울리고 싶어서 수영도 배웠어요.
저는 일반학교를 다 나왔거든요. 그래서 비장애 친구들이 많아요. 지금도 기억하는 것이 그 친구들이 저를 왕따시키지 않았어요. 같이 어울리고 놀아주었는데, 지금도 친구들을 만나면 “너희들이 나를 왕따시키지 않아서 정말 좋다.”라는 이야기를 해요. 지금은 친구들이 제가 방송에도 나오고 열심히 활동하는 모습이 자랑스럽다는 이야기도 해줘요.
▶ 어릴 때 개구쟁이셨다고 하던데요?
네. 어머니에 대한 기억이 가장 많이 나는 이야기 중 하나인데요. 항아리를 만드는 곳에 가보면 굽기 전의 항아리를 제가 목발로 툭툭 치면 다 깨지곤 했어요. 그러면 항상 뒤처리는 어머니가 하셨어요. 어머니가 불려 가셔서 혼나고, 다음날은 또 제가 혼나고요.
▶ 몇 형제셨죠?
2남1녀 중에 제가 막내입니다.
▶ 어머니가 도시락을 그렇게 정성스럽게 싸주셨다고요?
가정형편은 어려웠지만 어머니는 먹는 것과 입는 것을 항상 신경써주셨어요. 그런데 제가 그 때는 그런 것을 몰랐는데, 나이가 들어서 생각해보니까 어머니가 나름대로의 생각이 있으셨던 것 같아요. 제가 도시락을 열면 반찬이 맛있으니까 주변의 친구들이 모여들어서 같이 나눠 먹기도 했어요. 또 제가 많이 기어 다니다 보면 옷이 쉽게 더러워지는데, 항상 깨끗한 옷만 입히셨어요.
그런데 제가 크면서 대인관계나 사회생활을 하면서 옷의 중요성, 사치는 아니지만 본인이 갖출 수 있는 최소한의 옷의 중요성 면에서 정말 많은 도움이 되더라고요. 저는 지금도 제가 마음에 드는 옷을 선택해요. 그것을 입게 되고요. 그래서 우리 어머니가 도시락을 맛있게 싸준 이유가 있었고, 깨끗하게 옷을 입혔던 이유가 있었구나, 어디 가서 천대받지 않게 하고, 친구들에게 따돌림 받지 않게 하기 위해서 하셨던 것 같아요.
정말 우리 어머니가 저한테 아마 생명과도 같고, 제가 하나님과 독백의 대화를 나눌 때도 항상 ‘하나님이 우리 어머님의 영혼을 편하게 해달라’는 기도를 해요.
▶ 고등학교까지는 지방에서 다녔다고요?
네. 제가 중학교 때까지는 지방에서 다녔고요. 고등학교는 읍내인 오산시로 나오게 되었고, 대학 때는 서울에서 다녔고요.
▶ 서울 생활은 어땠나요?
제가 1982년도부터 서울 생활을 했는데, 그 때 생각을 떠올리면 정말 힘들었어요. 왜냐하면 지하철의 엘리베이터가 하나도 없었어요. 요즘은 다 있지만, 그 당시에는 없었어요. 그리고 버스도 제가 시골에 살 때는 버스가 제 바로 앞에 섰는데, 서울에서는 제가 버스 정류장에 서있어도 어느 날은 버스가 저 앞에, 어느 날은 저 뒤에 서는 거예요.
그러다 보니까 학교 갈 때도 지쳐서 가고 올 때도 지쳐서 오고요. 그래서 제 별명이 ‘졸보’였습니다. 하도 아침부터 시달리다가 학교에 오면 첫 시간부터 피곤하니까 졸게 되더라고요.
▶ 독서실 총무도 하셨던데, 경제적인 문제 때문에 하셨던 건가요?
가정형편이 어렵다 보니까 저 스스로 학자금을 벌어야 하는 상황이었어요. 그래서 심한 일은 아니어서 제가 그 일을 하게 되었죠.
▶ 일자리가 쉽게 구해지던가요?
아니요. 제가 먼저는 독서실을 열심히 다녔고, 또 독서실 사장님과 친해지면서 이런 일이 있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했더니, 청소 같은 것은 안 해도 되지만 대신 오고 가는 분들 관리라든지 하는 것은 철두철미하게 해야 한다는 조건으로 제가 하게 되었죠.
▶ 그렇게 생활하는 도중에 그만 어머니가 돌아가시게 된 건가요?
네. 어머님이 갑자기 뇌출혈로 돌아가셔서, ‘부모 사망’이라고 적힌 전보가 왔어요. 그래서 그것을 받는 순간, 정말 나한테 이런 일이 과연 있는 일인가 하는 생각이 들면서 정말 멍해지더라고요. 눈물도 안 나오고, 정말 믿어지지 않고 아무런 생각이 안 떠올랐어요.
힘이 쫙 빠지고, 엄마에 대한 기억이 떠오르고, 갑자기 어머니를 빨리 가서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런데 가서 보니까 어머니가 의식이 없으셨어요. 어머니가 두 번을 쓰러지셨는데, 첫 번째는 ‘부모 위독’이라는 전보를 받고 내려가니까 의식이 있으셔서 제게 아버지와 형 말씀 잘 들으라는 말씀도 하셨는데, 두 번째 쓰러지셔서 ‘부모 사망’이라는 전보를 받고 내려갔을 때는 정말 아무 생각도 안 나더라고요.
그리고 신앙은 굴곡이 있다고 하지만 제가 그 당시까지만 해도 하나님에 대한 믿음 부분에 대해서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생각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하나님에게 매달리게 되고 기도하게 되더라고요. 그래서 처음 쓰러지셨을 때는 기도하면서 내려갔어요. 그래서 어머니가 살아서 다시 회복하셨어요. 그리고 다시 공부하러 올라왔는데, 사람이 좀 편해지면 잊게 되듯이 제가 항상 기도하는 것도 하나씩 빼먹게 되더라고요.
그래서 갑자기 어머니가 돌아가셨을 때는 정말 막연하기도 하고, 내려가니까 어머니는 저를 알아보지 못하시고, 만져보니까 몸이 점점 차가워지더라고요. 그 때 ‘우리 어머님이 나를 많이 사랑했구나’ 하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어머니가 저축을 조금씩 하셨는데, 어머니가 돌아가신 뒤에 은행에서 연락이 왔어요. 행상을 하시면서 장사가 잘 되든 안 되든 매일같이 저금을 하신 거예요.
그래서 많은 분들이 어머님 기억을 하고 계시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우리 어머님이 이렇게 열심히 사시고, 자식들을 위해서 희생을 하셨구나 하는 것을 느끼게 되었죠.
▶ 방황도 많이 하셨다고 했는데, 부모님이 돌아가신 이후에 그러신 건가요?
어머니 돌아가신 이후부터 제가 방황하게 되었어요. 첫 번째로는 공부도 포기하게 되었고, 모든 의욕이 다 사라졌어요. 자꾸만 어머니에 대한 기억이 떠오르게 되고요. 그런데 제가 그 때 다시 교회를 열심히 다니게 되었어요. 새벽기도회도 나가게 되고, 주일에는 주일학교도 같이 하게 되고요.
교회를 다니게 되니까 어머니에 대한 기억이 조금씩 사라지게 되더라고요. 그런데 어느 날 크리스마스 칸타타 준비를 하고 있는데 갑자기 몸과 마음이 뭉클해지더라고요. 그래서 혼자 교육관에 들어가서 엉엉 울었어요.
사실 어머니 돌아가셨을 때도 울음을 많이 참았거든요. 그런데 그 날만큼은 정말 막 쏟아지는 것처럼 울었어요. 그렇게 울고나니까 마음이 편안해지더라고요. 그러면서 ‘어머님이 나를 사랑해주셨고, 나에게 항상 하나님이 계신데, 내가 왜 이렇게 방황하고 있을까?’하는 생각이 들면서 그 때부터 제가 조금씩 바뀌게 되었어요. 그리고 어떤 일이 주어지든지 적극적으로 하게 되었고, 당당한 마음을 갖게 되더라고요.
◇ 아르바이트로 시작한 가수 생활, 케이블방송 기획이사, 강사, 방송출연, 사회 복지사 등 다양한 활동
▶ 가수가 되신 것은 언제 어떤 계기였나요?
제가 육체적인 아르바이트를 하기가 어려운데, 음악은 제가 좋아했어요. 그래서 음악을 하면서 아르바이트를 할 수 있는 일을 찾기 위해서 기타를 뒤늦게 배우게 되었고, 그렇게 음악을 하면서 많은 돈은 아니지만 제가 쓸 수 있는 비용은 제가 벌면서 시작하게 되었어요. 그래서 사실 음악을 시작하게 되었어요.
▶ 라이브 카페에서부터 시작하신 건가요?
그런 곳도 많이 다녔죠. 오디션을 보면서 퇴짜도 많이 맞았고요.
▶ “강석우씨 닮았네.”하는 이야기도 많이 듣지 않으셨나요?
그런 이야기도 많이 들었는데요. 제가 1992년도쯤에 한참 아르바이트로 노래를 했었는데, 그 당시에는 장애인이 무대에서 노래하는 것을 사람들이 쉽게 받아들이지 않았어요. 그런데 몇몇 카페 사장님들이 봐주시는 경우, 제 정성을 봐서 무대에 세워주시는 경우도 있었고요.
▶ 레퍼토리는 어떤 것이었나요?
그 당시에 김현식 선배님 노래를 많이 했어요. 그리고 들국화의 노래도 많이 했고요. 제가 좋아하는 들국화의 ‘행진’도 많이 불렀고요. 그런 노래 위주로 많이 했어요.
▶ 그만큼 실력이 뛰어났기 때문에 카페 사장님들이 무대에 세워준 건가요?
냉정하게 말하면 실력보다는 그래도 좀 이 녀석이 뭔가 하려고 하니까 기회를 주자는 차원에서 많이 세워주셨던 것 같아요.
▶ 손님들의 반응은 어땠나요?
어떤 때는 제가 스테이지에 앉으면 장애인인지 비장애인인지 잘 모르는 경우도 있었어요. 목발을 약간 뉘어놓으니까 잘 모르는데, 노래가 끝나고 나면 ‘어, 장애인이었구나’ 알게 되는 경우도 있었는데, 가끔은 제가 노래 끝나고 나면 음료수를 가져다주시기도 하고, 남아 있다가 선물을 주시기도 해요. 그 때마다 힘을 많이 받았죠.
▶ <내 이름은 희망 바이러스>라는 책도 내셨고, 4집 앨범에 “희망 바이러스”라는 곡도 있는데요. 바이러스 하면 나쁜 것이라고 생각되는데, 이 ‘희망 바이러스’는 정말 많이 퍼져야 하는 좋은 바이러스인 것 같아요.
맞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제목을 ‘희망 바이러스’라고 했어요.
* 음악 : 박마루의 “희망 바이러스”
▶ 4집까지 냈는데도 아직 무명가수 취급인가요?
그럼요. 히트곡이 없으면 무명가수죠.(웃음) 그런데 저는 노래를 통해서 스타가 돼야지 하는 것 보다는 제가 음악이 좋고 음악을 통해서 많은 분들을 만나는 것이 좋아서 이렇게 꾸준하게 4집까지 낼 수 있었던 것 같아요.
▶ 박마루 씨가 주신 명함을 보면 ‘복지 TV'의 경영, 기획이사, 사회복지사로 적혀 있는데요. 사회적인 활동도 많이 하고 계신가 봐요.
그곳은 제 직장인데요. 처음 방송국을 만들 때부터 같이 시작해서 지금은 전국적으로 나가고 있는 케이블 방송인데요. 장애인이나 소외계층을 위한 사회복지 전문 방송이에요. 그리고 명함에도 ‘사회복지사’라고 쓰여 있지만, 사실 저는 장애문화 운동가로서 활동도 했었고, 장애 관련, 사회복지와 관련된 곳이라면 언제든지 찾아가는 편이예요. 가서 제가 해야 할 역할도 하게 되고요.
▶ 뒤늦게 사회복지학과도 졸업하시고, 욕심이 많으신 것 같아요.
좋은 욕심인 것 같아요. 그런데 제가 현장에서 활동을 하다보니까 어느 면에서는 이론적인 바탕이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저 스스로 공부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시작했어요. 그러다 보니까 장애인 분들에 대해 좀 더 다가갈 수 있고 정책적으로나 어떤 대안을 가지고 얘기할 수 있는 것이 되더라고요.
▶ 처음부터 그렇게 밝고 명랑, 쾌활하셨던 건가요?
처음부터 그랬던 것은 아녜요. 좀 전에 말씀드린 것처럼 제가 교회에서 그렇게 울고 나니까 자신감이 생기더라고요. 그리고 제가 어떤 일을 하든 내가 일을 하러 온 것이지 사람들의 눈치를 보러 온 것은 아니잖아요. 그래서 당당해지자, 가급적이면 나를 인정하자는 생각을 했죠.
그리고 다른 사람들이 편안할 수 있도록 편안하게 해드리자고 생각하면서 하다보니까 그렇게 되더라고요. 그리고 제가 예전에 성가대를 할 때도 사실 쑥스러워서 나서는 것을 많이 힘들어 했어요. 그런데 그런 변화가 있은 후부터는 모든 일에 적극적으로 바뀌더라고요. 또 그렇게 적극적으로 하니까 장애를 가지고 있지만 많은 분들이 좋게 봐주시는 것 같아요.
▶ 방송 프로그램은 어떤 것을 하셨죠?
복지 TV에서 ‘희망 스튜디오’라는 프로에서 제가 MC하는 것 있고요. KBS의 ‘사랑의 가족’을 화, 금요일에 하고 있고요. 또 간간히 불러주시면 가서 노래를 하기도 하고, 최근에는 콘서트도 했었고요.
▶ 뮤지컬도 하셨던데요?
뮤지컬은 한 3년 전에 했습니다. 그 당시에 ‘크리스마스 캐럴’이라는 뮤지컬을 예술의 전당에서 했었어요. 뮤지컬을 하고 나니까 정말 좋더라고요. 재미도 있었고, 한편으로는 정말 실력을 갖춰야겠다는 생각도 들었고요. 제가 목발을 짚고 구세군 역할을 했는데, 나중에 끝나고 나서 오셨던 분들이 “일반 배우가 장애인 역할을 잘하더라.”라고 말씀하시는 것을 제가 들었어요.
그런데 그 때의 기획 의도는 장애인도 같이 하자는 것이었는데, 저한테는 정말 좋은 경험이었어요. 그래서 제가 장애의 문제를 문화로 풀자는 것을 계속 주장했었거든요. 왜냐하면 아무리 잘 만든 제도도 사람이 시작을 못하면 안 되거든요. 그런데 마음을 움직이니까 어떤 제도가 안 만들어져도 장애인에 대한 배려나 서비스가 개선되더라고요.
▶ 아이도 둘 있으셔서 생활도 중요할 텐데요. 주수입은 뭔가요?
제가 직장을 다니니까 봉급을 받아요. 또 방송활동, 가수활동을 하고요. 그리고 제게 살아온 이야기, 희망 이야기를 해달라고 불러주시는 곳이 많아요. 그래서 가서 강의할 때 받는 수입도 있고요. 제가 많은 돈을 번다는 개념보다는 장애인도 하면 기회가 주어진다면 얼마든지 사회에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을 당당히 보여주고 싶어요.
◇ 장애인에 대한 사회인식을 바꾸기 위해 더 많은 노력 하고 싶어
▶ 아내는 어떻게 만나셨나요?
교회에서 만났어요. 처음에 봤을 때는 동생처럼 보게 되었는데, 사실 제가 여자 나이를 잘 몰라요. 그런데 지금의 아내가 그 때 정장을 잘 입고 다녔어요. 그래서 저는 저와 나이차가 별로 안 나는 줄 알았어요. 그런데 나중에 가깝게 사귀면서 나이를 알게 되었는데, 저와 띠동갑이라서 걱정이 앞서더라고요.
아내도 자연스럽게 저한테 오빠라고 하고 같이 지내게 되고 대화하게 되다보니까 서로가 서로를 이해할 수 있게 되고 그 안에서 사랑이 시작되게 된 거죠. 처음에 제가 아내가 마음에 들어서 프러포즈를 하려고 작전을 짰습니다.
‘어떻게 하면 저 여인을 감동시킬 수 있을까?’ 생각해서 맛있는 곳도 많이 알아놓고, 시간만 되면 드라이브도 나가고요. 그리고 주위분들에게 “내가 마음에 드는 분이 있는데, 어떻게 하면 저 여인을 가깝게 할 수 있을까?”하는 것을 여쭤봤더니, “너, 장애인이지? 그러니까 그걸 인정해.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있는 곳에 가지마.”라고 하시더라고요.
사람들이 많은 곳에 가게 되면 많은 사람들이 쳐다보게 되고, 여자 친구가 그 시선을 의식하게 되면 멀어질 수도 있지 않겠냐고 하시는 거예요. 가까워질 때까지는 조심하라는 이야기를 해주더라고요. 그래서 의도적으로 그렇게 하면서 이벤트도 만들고 정성을 쏟게 되었죠.
저는 지금도 결혼 적령기에 있는 장애인 친구들에게 “결혼하고 싶으면 정성이 있어야 되고, 노력이 있어야 된다. 상대방을 감동시켜야 된다. 검소하게 할 수도 있겠지만, 처음에 데이트 할 때는 좀 써야 된다.”는 이야기도 해요.(웃음) 그런데 결국 제가 사랑스럽고 좋은 아내를 얻을 수 있었던 것은 그래도 하나님이 계셨으니까 가능했던 것 같아요. 왜냐하면 모든 조건에서 저하고는 어려운 상황이었거든요.
▶ 저희 프로그램에 나왔던 이희아 양을 비롯해서 장애를 가진 음악인들이 콘서트도 많이 하고, 전국의 학교도 많이 찾아가는 일도 많이 하던데요.
희아 씨와 제가 학교 순회를 약 3년 동안 같이 했었어요. 작년 말까지 ‘희망 콘서트’라는 이름으로요. 그것을 했던 이유는 장애에 대한 인식과 학생들에게 희망을 주자는 의미로 장애인으로서 살아오는 이야기도 했던 건데요. 한 번은 이런 적이 있었어요. 한 학생이 자살을 두 번이나 시도했대요.
그런데 저희들 공연을 보고 ‘자살하지 않겠다.’는 결심을 하고, 이제는 장애인에게 친구로 다가가겠다는 이야기를 하더라고요. 그래서 정말 희아 씨와 3년 동안 희망콘서트를 하면서 장애인에 대한 인식, 앞으로 학생들이 성장해서 사회활동을 하고 지도자가 될 때 장애에 대한 기억을 좋게 갖게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많이 들었습니다.
▶ 비장애인, 특히 젊은 청소년들의 인식이 많이 바뀌어야 할 것 같아요.
사실 미래의 청소년들이 가장 소중하다는 말을 하는데요. 그런데 생각해보면 학생들이 어느 면에서는 장애인이 지나가면 다가가기가 힘들다는 이야기도 했었고, 어떻게 도와줘야 할지 모르는 경우도 많고, 과연 내가 친구가 되어줄 수 있을까 망설이는 경우도 있다고 이야기 하더라고요.
그런데 저희들 공연을 보고나면 친구가 될 수 있고, 다가갈 수 있겠다는 이야기를 해요. 그리고 콘서트가 끝나고 나면 사인을 많이 해주었어요. 그래서 한 선생님이 그렇게 얘기하시더라고요. 9년 동안 장애인에 대한 인식에 대해서 가르쳤지만, 오늘의 1시간이 9년 동안 가르친 것에 맞먹는다는 이야기를 하실 때, 자부심을 많이 갖게 되었죠.
▶ 장애인들을 위해서 하시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한 말씀 해주시죠.
‘장애인’하면 청취자분들은 어떤 것이 떠오를지 모르겠지만, 어떤 분들은 그런 이야기를 하세요. 장애인 하면, 무능하고, 힘들고, 도와주어야 되는 것이 떠오른다고 하시는데요. 앞으로 우리 청취자 분들은 다 하나님을 사랑하시는 분이니까, 장애인 하면 ‘희망 브랜드’라고 생각해주세요. 왜냐하면, 장애를 이겨낸 분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정말 희망적이고, 그 안에 항상 하나님이 살아계셨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거든요. 그래서 앞으로 ‘장애인’하면, ‘장애인은 희망 브랜드’라고 기억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 집에 가면 두 아이들과 아내가 정말 천사처럼 느껴지시겠어요?
그럼요. 아이들과 아내를 보고 있으면 정말 열심히 일하게 되더라고요. 그리고 요즘에는 밥 먹을 때 “기도하고 먹자.”고 할 때, 우리 세 살짜리가 두 손을 모으는 것을 보면 정말 행복함을 느껴요.
노컷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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