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원(45·사진)씨는 ‘돈 되는 일’은 안 해본 일이 없다고 자신한다. 서울역 앞 볼펜장사부터 미국 식당 접시 닦기까지, 대학시절 몸져누운 아버님을 위해 뭐든 닥치는 대로 했다고 한다.

전산학 전공에 어린 시절 꿈은 목사였지만 고혈압으로 쓰러져 8년간 투병하다 세상을 떠난 아버지의 영향으로 보험업계에 눈을 돌리게 됐다. “어려운 사람들에게 재정적 도움을 줄 수 있는 방법”이기 때문이라는 생각에서다.

지금은 성공한 억대연봉의 이사급 ‘보험쟁이’. 관리하는 정기 고객만 1200명이 넘는다. 불혹을 넘긴 나이, 이제 한숨 돌릴 때도 됐건만, 세계는 넓고 할 일은 아직 많단다. 무엇보다도 자기 개인의 성공의 열매를 보다 어려운 사람과 나누고 싶다는 포부다.

“아버지 아프실 때부터 생각했어요. 나보다 힘든 사람도 많을 텐데, 반드시 성공해서 그런 사람들을 돕겠다고요.”

생각뿐인, 말뿐인 계획이 아니다. 2005년 푸르덴셜 생명의 동료들과 함께 사내 ‘가족사랑연구소’를 만들어 중증장애인을 지원해오다 최근 중앙아시아까지 활동 영역을 넓혔다.

“아프리카에서 아시아까지, 우리가 소위 ‘후진국’이라고 생각하는 나라들의 장애인 처우 상황을 다 뒤져봤죠. 처음에는 카자흐스탄을 생각해서 현지 조사까지 했는데 산유국이라 그런지 제가 도울 일이 상대적으로 적어 보였어요. 그래서 타지키스탄으로 눈을 돌렸죠.”

2월에는 아내와 함께 현지에 가서 정부 관계자들도 만나고 현지 장애인 시설도 둘러봤다.

“할 일이 많더군요. 궁극적으로는 ‘가족사랑연구소’를 국제적인 비정부기구(NGO)로 키워내고 싶은 것이 꿈입니다.”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많은 이 중에서도 왜 특별히 장애인으로 초점을 맞췄는지 궁금했다.

“사실 저도 장애인이에요”라는 답이 돌아왔다. 자신이 쓰고 있는 안경을 가리키며 “안경 벗으면 보이지 않는 거, 장애쟎아요. 생각보다 장애란 가까운 곳에 있습니다”라고 덧붙인다. 뿐만 아니다. 서울역 근처 사무실에서 근무했던 때, 그의 점심 일과는 노숙자들을 찾아 그들을 안아주는 거였다고 한다.

“처음에는 무척 경계하면서 저를 때리기까지 하더군요. 그래도 제가 옷에 스스로 흙도 묻히고, 그냥 무작정 끌어안으면 진심이 통하더라고요.”

홍씨가 이끌고 있는 사내 ‘가족사랑연구소’는 서울시청에도 등록된 시민단체다. 후원가정이 90가구에 이르고 후원자가 400명을 넘는다. 후원자는 주로 홍씨의 집념에 매료된 사내 동료들과 보험 고객들. 시청 지원금과 후원금으로 매년 봄나들이도 가고, 가족 사진도 찍어준다.

“한 번은 장애인 가족을 모시고 영화관엘 갔는데, 영화 시작도 하기 전에 우시더라고요. 이렇게 나와본 게 얼마만인지 모르겠다며. 저도 눈시울이 붉어졌습니다.”

월급의 30%는 남을 위해 쓴다는 홍씨. 가장 보람 있을 때는 의대에 다니는 아들이 “나도 아빠 같은 일을 하고 싶다”고 할 때라고 한다.

장애인을 위해서는 시간도 돈도 아낌없이 쓰지만, 정작 자신에겐 엄격하다. 그의 하루 일과는 아침 7시에 어나 새벽2시쯤에야 잠이 드다. 그런 생활 끝에 경영학 박사학위를 받았고, 단국대에서 겸임교수로 강의도 하고 있다.

“비결이요? 시(時) 테크죠. 동선을 최소화해서 시간을 최대한 활용해요. 하루에 적어도 8가지의 일을 완료할 수 있도록 하죠.”

쉽지 않은 일을 쉽게 말하는 그를 보니, 국제 비정부기구를 만들겠다는 꿈도 허투루 들리지는 않는다.

“제 인생을 다 바쳐 해낼 겁니다. 두고 봐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