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어느날, 남성 2인조 그룹 ‘클론’ 멤버 강원래(39)씨의 휴대전화에 낯선 번호가 떴다.

“‘하이서울페스티벌 2008’ 봄축제 예술감독 안은미입니다. 누구나 쉽고 재밌게 따라할 수 있는 춤을 구상하고 있는데, 떠오르는 사람이 강원래씨 당신밖에 없네요. 몸은 좀 불편하겠지만 당신의 열정적인 에너지를 따라올 사람이 없는 것 같습니다. 이번 축제의 로고댄스 안무를 함께 해봅시다.”

2000년 교통사고로 하반신이 마비돼 휠체어를 타고 방송 활동을 하고 있는 강씨. “당신밖에 없다”는 말은 그런 강씨를 흥분시켰다. 그는 “나를 이토록 필요로 하는 곳이 있구나”라는 감동에 흔쾌히 안 감독의 제의를 받아들였다. 안 감독은 현대무용가다.

그는 즉각 작업에 들어갔고 며칠 뒤 춤의 기본 윤곽을 만들었다. 둘이 마주본 뒤 서로 허리를 젖히고 굽혀가며 어깨를 흔든다. 다음은 동요 ‘둥글게 둥글게’ 율동에서처럼 두 주먹을 엇갈리게 서너 번 돌린 뒤 서로의 손바닥을 마주쳐 ‘짝’ 소리를 낸다. 그리고 마치 수영을 하듯 양팔을 번갈아 앞으로 뻗는다. 이 동작을 클론의 ‘랄랄라’ 노래에 맞춰 약 2분 정도 반복하는 방식이다. ‘랄랄라’는 1999년 만들어졌으나 강씨의 사고로 정규앨범에 싣지 못한 노래다.

강씨는 강원도 강릉시에서 자신이 운영하는 춤 학원 ‘클론 댄스’의 어린이 학생들에게 이 안무를 가르친 뒤, 동영상 촬영분을 안 감독에게 보냈다.

동영상을 본 안 감독은 “으악!” 소리를 질렀다. 극찬의 표현을 비명으로 대신한 것이다.

작업은 탄력을 받았고, 그 뒤 약 한 달에 걸쳐 율동의 수정·보완과 뮤직비디오 촬영작업이 이뤄졌다. 밤샘 작업도 수차례 했다고 한다.

강씨는 “춤이 쉽기 때문에 처음 보는 사람끼리도 손뼉을 마주치며 친해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춤을 매개로 서로 사랑하는 마음을 되찾아 건전한 바람을 피워 보자는 뜻에서 춤 이름은 ‘봄바람’이라고 지었다.

서울문화재단은 이 뮤직비디오를 조만간 서울시내 전광판과 하이서울페스티벌 홈페이지에 공개, 시민들에게 춤을 보급할 계획이다. 축제가 개막되는 5월4일부터 매일 오후 8시 서울광장에서 ‘봄바람’댄스 경연대회를 열 예정이다. ‘춤 선생님’들이 광장 곳곳에 배치돼 몸치 시민들의 참여를 돕는다.

안 감독은 “축제의 로고댄스를 공식으로 만든 것은 국내에서 처음으로 알고 있다”며 “하이서울페스티벌이 ‘보는 축제’가 아닌 ‘참여하는 축제’로 거듭나는 데 봄바람 댄스가 큰 기여를 했으면 좋겠다”고 기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