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재산 기부, 부자들만 하란 법 있나요 | news | 2008-05-08 |
작은 나눔으로 시작되는 큰 변화, 천원의 나눔
재력가들이 잇따라 '부의 나눔'을 선언하고 있다. 삼성 회장은 특검 결과 본인 소유 재산으로 확인된 차명재산의 일부를 사회에 환원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사회사업에 쓰일 그의 환원재산 규모가 1조7000억원이라는 관측도 있다.
대기업 회장 출신의 이명박 대통령도 부의 나눔에 합류할 태세다. 이 대통령은 지난 대선에서 자신의 재산형성과정에 대한 의혹이 제기되자 자택을 제외한 300억원 재산 대부분을 사회에 기부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정부 일각에서는 재단 설립 등 대통령 재산 기부의 구체적인 방법과 계획 등을 검토중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동기야 어쨌든 '부의 나눔'을 실천하는 이들의 증가는 반가운 소식이다. 하지만 걱정도 있다. 일반인들은 상상할 수 없는 '뭉텅이' 돈을 기부하는 부자들의 행보가 주목받으며 부의 나눔이 마치 돈 많은 사람들의 전유물로 여겨지지 않을까라는 우려 말이다.
나눔의 가치는 액수에 비례하지 않는다. 미국의 두 번째 대부호인 워렌 버핏은 자기재산의 상당 부분인 300억 달러를 공익재단에 기부했다. 이밖에도 그는 각자 존중할 만한 자선활동을 펼치고 있는 세 자녀의 재단에도 적지 않은 금액을 기부했다. 왜 재산의 거의 전부를 기부하려고 결심했는지 묻는 질문에 버핏은 이렇게 말했다.
"나의 기부는 아무것도 아닙니다. 내가 정말 존경하는 사람들은 영화비나 외식비용을 아껴서 더 어려운 사람들을 돕는 소액 기부자들이에요."
소유하면 작은 천원, 나누면 큰 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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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코로지와 이코노미를 목적으로 하는 비영리민간단체 'Think the Earth Project'는 <세상을 바꾸는 돈의 사용법>이라는 책을 펴냈다. 2005년 한국에도 번역 소개된 이 책에 따르면 천원이면 사망률도 높고 운동신경 마비 등 심각한 후유증을 남기는 척수성 소아마비로부터 미얀마의 어린이 다 섯명을 구할 수 있다.
또한 천원이면 내몽골의 호르친 사막에 10그루의 포플러 묘목을 심을 수 있다. 20년 이상 지속된 분쟁으로 교육 자체에 심각한 손상을 입은 아프가니스탄의 어린이 다섯명에게도 천원이면 교과서를 제공할 수 있다.
캄보디아의 성적 착취와 인신매매 피해를 입은 소녀에게 1회의 상담치료를 받게 하는 일, 거리로 내몰린 방글라데시의 아이들 20명이 우유 한 컵씩을 마실 수 있는 일들도 모두 단돈 천원으로 가능하다..
여기에는 매개체가 있다. 어린이들에게 백신이나 교과서를 제공하는 시민단체, 동북아 산림 조성에 힘쓰는 NGO 등에 천원을 기부할 때 기적은 일어난다. 이런 맞춤한 단체들은 인터넷에서 클릭과 검색 몇 번으로 찾을 수 있다.
지역에도 천원의 소액 나눔에 참여할 수 있는 길이 있다. 지역언론사인 교차로·충남시사는 2005년부터 '1004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개인이나 단체가 매달 천원을 조금 넘는 액수인 1천4원을 정기적으로 기부하면 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기부금을 모아 매년 가난한 이웃들을 돕는 데 사용한다.
올해 4월말 현재 '1004운동'에 참여하고 있는 사람들은 1302명. 지난해까지 3년간 이들의 1004원 소액 기부를 모아 어려운 이웃 51명에게 6000만원을 지원했다.
천원보다 더 작은 소액 나눔의 방법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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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여년째 천안시청에서 공무원들과 시청을 찾는 민원인들의 구두를 닦아주며 생계를 잇고 있는 명덕식(60)씨. 시골 아저씨같은 소탈한 인상에 오랫동안 한 자리를 지켜와 공무원들 사이에선 '명 국장'이라고도 불린다.
몇 달 간격으로 명씨는 천안시청 사회복지과를 찾는다. 그곳에서 명씨는 손님들이 건넨 돈 가운데 따로 모아 두었던 동전을 좋은 일에 써 달라며 기부한다. 지난 3월에는 이렇게 30만원을 기부했다. 작년 5월과 11월에도 각각 30만원, 53만원을 기부했다. 이달에도 그동안 모은 동전을 갖고 사회복지과를 방문할 예정.
휴일이 아닌 이상 365일 어김없이 시청 한켠의 구두방에서 4급 장애인인 부인과 함께 손님들의 구두를 닦고 있는 명덕식씨. 나눔의 이유를 묻는 질문에 명씨는 "어려운 사람 심정은 고생 해 본 사람이 더 잘 안다"며 환한 웃음으로 답했다.
나눔은 금액의 제한도 없지만 방법의 한정도 없다. 이달 5일로 12년3개월의 무사고를 기록한 건창여객 운전기사 최영형(45)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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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차하는 손님에게 인사도 빼 놓지 않으며 입담이 좋은 친절한 운전기사로 정평이 나 있는 최영형씨. 최씨에게는 친절함 말고 또 다른 특별함이 있다. 바로 나눔이다. 손님들이 하차하는 시내버스 문 위쪽에는 천안성정종합사회복지관의 도시락 저금통 하나가 놓여져 있다.
"손님들에게 나눔의 동참을 권할려면 저부터 최선을 다해야죠. 안전운전은 기본이고 친절과 재미, 거기에 진심이 전해지다보면 저금통에 자연스레 돈이 모아집니다."
손님들이 신뢰할 수 있도록 저금통 옆에는 2005년부터 지난달까지의 저금통 모금액수와 사용처가 성정복지관장의 명의로 부착되어 있다. 최영형씨가 아이디어를 내놓고 손님들이 참여한 소액나눔으로 올해 2월까지 모금된 금액은 총 447만9880원.
성정복지관의 이성주 대리는 "시내버스에 저금통을 설치한 것은 전국의 도시락 저금통 모금 사례에서도 최형주씨가 유일할 것"이라며 "창조적인 나눔활동의 좋은 본보기"라고 말했다.
돈이 없어 나누지 못한다는 것은 빈말이다. 없는 것은 돈이 아니라 마음이고 아이디어이다. 누구나 다른 사람들과 정성을 모으면 나눔의 힘을 몇 배로 키울 수 있다.
오마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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