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필요없는 계좌 만들고…환승할인 안되고… 장애인들 "교통카드 안받고 말지" | news | 2009-01-30 |
일부 제외하고 특정銀 카드 만들어야
"우대권입니다" 멘트… 인권침해 논란
1급 뇌병변 장애인 김정(35)씨는 지난해 12월 도입된 장애인 등을 위한 ‘무임 교통카드’를 만들려고 주민센터를 찾았다가 분통이 터졌다. 장애인용 무임 교통카드는 단순한 교통카드가 아니라 기존 복지카드 기능이 포함된 특정 은행의 카드였다. 이 은행과 거래가 없었던 김씨는 해당 은행을 찾아 새 계좌를 만든 뒤에야 교통카드를 신청할 수 있었다. 김씨는 “5월이면 무임용 종이 승차권이 없어진다고 해 카드를 받으려 하는데, 왜 굳이 신용카드를 만들어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서울시가 지난해 12월 종이 승차권 대신 도입한 ‘무임 교통카드’에 대한 장애인들의 불만이 크다. 은행 카드를 만들어야 하는 데다 지하철과 버스 등 교통수단 간 환승할인도 되지 않는 탓이다.
28일 서울시에 따르면 현재 종이 승차권 혜택을 받는 65세 이상 노인, 장애인, 국가유공자는 5월 전까지 무임 교통카드를 발급받아야 무료로 지하철을 이용할 수 있다. 지금까지 약 55만장이 발급됐다.
어린이 등 일부를 제외한 대부분 장애인이 혜택을 받으려면 특정 은행의 신용카드나 체크카드를 발급 받아야 한다. 이 카드가 복지카드 기능까지 겸하고 있어서다. 따라서 장애인들은 은행과 주민센터를 오가며 예금계좌를 열고 복지카드를 신청하는 번거로운 절차를 거쳐야 한다.
이와 달리 노인들은 신용카드 또는 체크카드를 선택하거나 은행계좌가 필요 없는 단순 무임카드를 받을 수 있다. 어린이·청소년·시각·지적·정신·자폐성 장애인도 단순 무임카드를 사용할 수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타인 양도 등으로 인한 부정승차를 막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최강민 장애인차별철폐연대 조직국장은 “무임 교통카드 제도는 꼭 필요하지 않은 계좌를 만들게 하고, 만들지 않으면 안 되도록 함으로써 장애인의 선택권을 제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장애인 일반 교통카드와 달리 환승할인도 되지 않는 것도 문제다.
버스를 탈 때에는 카드를 충전하거나 현금을 따로 내야 한다. 버스∼버스 할인은 적용되지만, 30분 안에만 할인되는 버스∼지하철∼버스 환승은 일반 요금보다 더 비싼 경우도 발생한다.
장애인단체 ‘장애인정보문화누리’는 최근 이를 문제삼아 “장애인 무임용 교통카드만 환승할인이 되지 않는 것은 차별”이라며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제기했다.
일부 장애인은 교통카드를 단말기에 댈 때 “우대권입니다”는 방송이 나오는 것도 ‘인권침해’라고 지적한다. 전에는 장애인 보호자도 지하철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었지만, 무임 교통카드가 도입되면 이 혜택도 사라진다. 이런 불편함 등으로 지금까지 무임 교통카드를 받은 장애인은 전체 대상자 34만여명 중 3분의 1 수준인 10만여명에 불과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세계일보
 |
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