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년을 즐겨라"…실버타운이 뜬다 | news | 2009-04-0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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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태·가격대 다양해져 대중화 단계 진입
몇 년 전 중견 기업에서 명예 퇴직한 김은수(가명, 58)씨는 집에 있어 보니 청소와 빨래, 식사준비 등 24시간 살림을 하는 것이 만만치 않았다. 김 씨는 어렵게 집 한채(시가 5억원)를 마련하고, 매달 연금보험도 들어 놨지만, 아직 대학생 자녀가 있어 당분간 생활비도 수월치 않게 들것이 걱정이다.
1가구 2주택 규제가 활성화 걸림돌
국내 실버타운이 첫선을 보인지 20여년. 고소득 특정 계층의 전유물로만 여겨졌던 실버타운이 최근 들어 시설수를 늘리고, 다양한 가격대의 상품을 선보이며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특히 경기 불황으로 베이비붐 세대와 조만간 60세를 맞는 시니어들이 적극적인 노후설계에 나서면서 중산층에까지 관심의 폭을 넓히고 있다.
이는 급격한 고령화 현상과 더불어 실버타운 시장이 그간의 시행착오를 거치며 안정기에 접어들어 효율적 운영이 가능해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실버산업의 축소판이자 핵이라고 할 수 있는 국내 실버타운 현황을 심층 취재했다.
◆수익자 부담 유료노인복지주택= 실버타운은 사회복지사업법 내 노인복지법 제31조, 시행규칙 14조에 따라 구분된 노인주거복지시설 중 양로시설과 노인복지주택에 속해 있지만 별도의 규정은 없다.
유료 양로시설과 노인복지주택은 같은 개념이지만, 실버타운의 경우 일상생활에 필요한 각종 편의서비스를 제공하고, 단독취사 등 독립 주거생활에 지장이 없는 60세 이상(부부 중 한명)인 자에 한해 입주가 가능하다. 규모에서도 양로시설이 5세대 이상이면 되지만 실버타운은 30세대 이상이 거주해야 하고 착공과 동시에 분양 및 임대가 가능하다.
한편 실버타운은 국가와 지방자치단체 등이 재정을 지원해 운영하는 기존 비영리 양로원이나 요양시설과 달리 입주자들이 내는 돈으로 운영되는 영리주택이다. 따라서 60세 이상 노인들에게 주거, 의료, 식사, 건강관리 서비스와 각종 여가 및 문화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시니어 전용 주거상품으로써 고급 아파트와 호텔, 클리닉 서비스 등도 제공한다.
최근 건축되는 실버타운은 노인들이 사용하기 편한 각종 기자재(미끄럼방지 타일, 높낮이 조절 세면대, 위급 시 호출 가능한 무선리모컨 등)와 편의시설을 갖추고 있어 정교한 운영 노하우를 필요로 한다.
실버타운은 일반 아파트와 달리 주차시설이 세대 당 0.3대로 낮고, 자연녹지에도 건축이 가능한 장점이 있다. 또 분양 시 취득세를 50% 감면해준다. 이로 인해 실버타운은 실버산업 성장의 핵심으로 금융, 여가, 식자재 등 다양한 산업적 요소가 복합적으로 어우러져 조만간 엔젤산업(유아관련 산업)이상의 폭발적 수요가 예상되는 주거시설이라고 할 수 있다.
실버타운 관계자들은 "막상 방문하면 운영과 시설에 감탄, 그 자리에서 계약하는 고객들이 많다"고 말한다. 그 만큼 기존 노인시설과는 주거환경이나 서비스 면에서 차원이 틀리다.
◆2005년 이후 다양한 사업자 진출= 실버타운은 지난 1988년 사회복지법인 재성이 수원에 문을 연 유당마을이 효시다. 이후 송도병원(이종균 이사장)이 1998년 서울 중구 신당동에 서울시니어스타워를 개관하면서 전기를 맞게 된다.
2000년 들어 대기업으로는 처음으로 삼성생명공익재단이 2001년 용인시 기흥에 노블카운티를 선보인데 이어, 송도병원이 서울 강서구 등촌동과 가양동, 성남의 분당에 도심형 실버타운을 잇달아 설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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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실버타운 법적근거 (표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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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인복지 시설 현황(표2) 출처 : 보건복지가족부 |
보건복지가족부 김기철 사무관은 "현재는 부동산 경기 악화로 주춤한 상황이지만 실버타운에 대한 관심이 지속적으로 높아지고 있으며, 상황이 호전되면 공급확대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실버타운 건축 추세는 도시형이 증가하고 있으며, 전원형의 경우 환경 친화적인 로하스(LOHAS-건강과 환경이 결합된 친환경 생활)형, 대단위 복합 레저시설과 실버타운을 결합한 은퇴자 마을 등 다양한 형태로 발전되고 있다. 입주자들도 초기 고소득층에 한정되지 않고 연금수령이 가능한 중산층으로 대중화하고 있다.
삼성생명공익재단의 노블카운티 안용성 팀장은 "지난 8년간 노블카운티를 운영해 보니 최근 들어 실버타운에 대한 인식이 급변했음을 느낄 수 있다"며 "적극적인 노후를 보내려는 중산층이 늘고 있는 추세"라고 말했다.
또 최근 실버타운이 60세 이상의 은퇴자들에게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하는 커뮤니티를 만들고, 헬스장과 수영장, 운동시설 등을 지역주민들에게 개방해 전세대가 함께 즐기는 주거공간으로 자리 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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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실버타운 성장과정 |
실버타운 개발업체들은 실버타운이 여전히 1가구 2주택 규제에 묶여 활성화 되지 못하고 있어 이에 대한 정책적 배려를 요구하고 있다.
삼성경제연구소 실버산업 전문가포럼 심우정 부회장은 "역삼각형 인구구조의 고령화는 주택시장 질적 변화의 핵심으로 주택수요 기반을 잠식하는 특성이 있다"며 "우리문화와 특성을 살린 소프트웨어 개발과 정부의 고령친화산업 육성책을 접목, 실버타운을 민간 서비스산업으로 활성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고소득층엔 고급, 중산층엔 중저가 실버타운과 유료양로시설, 노인전용 아파트와 주택(개조)등에 정부의 차별적 지원이 필요하며, 저소득층은 노인복지주택(임대, 실비)과 양로시설(무료)등이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숙명여대 김숙응 교수는 "실버타운은 분양 받은 후 역 모기지론을 통해 주택연금 혜택을 받을 수 있게 해야 한다"며 "은퇴 후 집 한 채만 가진 노인들의 일반 아파트는 역 모기지론을 통해 생활비를 충당할 수 있게 하면서 실버타운을 대상에서 제외한 것은 곧 노년층에 접어들 베이비붐 세대에 혼란을 가중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공급자 측면에서 실버타운 활성화를 위해선 시장경쟁 원리와 금융 지원, 세 감면, 공공택지 지원 등이 필요하다. 또한 도시계획시설 규제 완화와 도시 용적률 추가 제공 및 각종 환경 부담금 등에서도 인센티브가 뒤따라야 한다는 지적이다.
수요자 입장에선 60세 이하에도 분양자격(이용은 60세 이상)을 줘 저변을 넓히고, 사후에 자식에게 양도 가능하게 할뿐 아니라 팔거나 임대할 때도 양도소득세 감면 혜택이 있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고령화는 새 비즈니스 기회= 국내 실버타운이 영리 개념으로 전환된 시점은 1997년 보건복지부 노인복지법(31조)이 개정되면서부터다. 이전까지 노인복지시설은 유·무료 양로시설과 요양시설 등이었지만, 법 개정 후 이용비용을 수익자가 부담하게 해 분양 또는 임대가 가능하게 됐다.
선진국에서의 실버산업과 실버타운은 노령화 진행속도가 느려 충분한 시행착오와 경험을 통해 노하우를 쌓으며 발전해 왔다. 프랑스는 115년, 일본은 36년 만에 초고령 사회를 맞았다. 반면 한국은 2000년 총인구 대비 노인인구 비중이 7.2%로 26년 뒤에는 고령화에서 초고령화 사회로 진입해 세계적으로도 유례가 없을 만큼 빠른 변화를 몰고 올 것으로 예상된다.
고령화 속도가 이렇게 빠르다 보니 국내 실버산업은 선진국들처럼 사회 복지적 단계를 거치지 않고 곧바로 산업화되는 특성을 보이고 있다. 숙명여대 김숙응 교수는 "사회적 이해를 토대로 점진적인 단계를 거친 선진국과 달리 국내 실버산업은 중간단계 없이 곧바로 산업화돼 수익 창출모델로 발전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며 "이 같은 특징을 비즈니스 면에서 보완 발전시킨다면 세계 노령화에 따른 실버시장에서 우리만의 서비스 노하우를 수출산업으로도 육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또 "실버산업은 의료, 금융, 주택, 여가 서비스 상품, 생체변화에 따른 상품(화장품, 의류 등)등 다양한 산업적 파급효과가 있지만, 실버세대 눈높이에 맞춘 마케팅이 필요하기 때문에 정책 입안자와 경영자들의 보다 섬세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충고했다.
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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