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육원에 사는 8살 민아는 오늘도 정문만 바라본다 | news | 2009-05-07 |
◆ 가족이 희망이다 ◆
올해 여덟 살 난 민아는 4일 하루종일 보육원 앞마당에 앉아 정문쪽을 바라봤다. 혹시 엄마나 아빠가 찾아 오지 않을까 하는 기대 때문이다.
엄마 아빠는 며칠 전 꿈속에서 선물꾸러기를 안고 나타났다. 그 후 민아는 "이번 어린이날에는 꼭 오실 것"이라고 믿게 됐다.
민아 아버지는 중국 조선족이다. 몇 해 전 한국에 돈을 벌러 왔지만 한순간의 유혹 때문에 범죄를 저지르고 현재 교도소에 복역 중이다. 민아가 이곳에 온 지도 어느덧 5년째.
민아 어머니는 민아 아버지가 교도소에 들어가자 민아를 보육원에 맡겨놓고 사라진 뒤 연락이 끊긴 상황이다.
그래도 어린 민아 기억 속의 엄마 아빠는 늘 따뜻하다. 미술 시간이면 언제나 엄마 아빠 민아가 한지붕 아래 모여서 밥을 먹고 있는 그림을 그리곤 한다. 민아는 엄마 아빠를 만나면 이 그림을 선물로 주고 싶다고 했다.
민아가 살고 있는 상록보육원은 서울 관악구 남현동에 있다. 이곳은 민아네 부모들처럼 형편이 안돼 아이를 맡기거나 일찍 부모님을 잃어버린 아이들이 머무는 아동보호시설이다.
10여 개의 좁은 방이 다닥다닥 붙어 있는 보육원에는 민아처럼 미취학 어린이 14명을 비롯해 이미 대학에 진학한 학생까지 80여 명이 함께 생활하고 있다.
부청하 상록보육원 원장은 "부모가 없는 아이들도 더러 있지만 대부분은 부모가 있지만 정신적ㆍ육체적 장애를 겪고 있거나 경제적 사정으로 가정해체에 직면해 어쩔 수 없어 맡긴 아이들"이라고 말했다.
외환위기 때처럼 실직이나 파산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부모나 보호자들이 아이를 시설로 보내고 자발적인 '가족해체'의 길에 들어서는 사례가 늘고 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해 상록보육원 아이들처럼 각종 이유로 보호조치가 필요한 것으로 파악된 아동은 전국에 1만여 명에 이른다. 지난 2000년에 7700명에서 8년 만에 30%나 증가한 셈이다. 더 큰 문제는 최근 경제침체 속에서 빈곤, 실직, 아동학대 등으로 가족해체가 늘고 있다는 사실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과거에는 미혼 출산 등에 의해 불가항력적으로 보호시설에 맡겨지는 아동이 상당수에 달했던 반면 최근에는 경제적 궁핍과 가정불화 등으로 부모가 자발적으로 위탁기관에 맡기는 사례가 점점 늘고 있는 추세"라고 밝혔다.
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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