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인장기요양보험 1년 무엇이 문제인가? | news | 2009-07-01 |
이용자 90% "서비스 만족"…한편에선 요양보호사·시설 난립 등 문제점 노출
국가가 국민의 노후 건강을 책임진다는 취지로 만들어진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가 1일로 시행 1주년을 맞았다.
서비스를 이용하는 노인과 보호자들은 이 제도에 대해 높은 만족감을 나타내고 있지만 요양보호사 양성시설 난립과 인프라의 지역적 편중 등은 해결돼야 할 문제점으로 드러났다.
노인장기요양보험 시행 1년을 맞아 그동안의 성과와 과제를 짚어봤다.
◈ 이용자 10명 중 9명 "서비스 만족"…제도시행 성과 나타나
서울 금천구에 사는 정모(88) 할아버지는 지난 2월 집에서 갑자기 쓰러졌다. 병원에서 뇌출혈 진단을 받은 할아버지는 수술과 함께 병원치료를 받았지만 몸은 예전처럼 말을 듣지 않았다.
몸을 제대로 가눌 수 조차 없는 할아버지의 수발은 오롯이 함께 사는 딸 정모(54)씨의 몫이 됐다.
넉넉치 않은 형편에 가족들의 뒷바라지까지 해야하는 정씨에게는 아버지를 24시간 돌보는 일이 힘에 부쳤다. 다행히 정 할아버지는 지난해 3월 노인장기요양서비스를 신청해 2급 판정을 받고 재가서비스 대상자가 됐다.
하루 3시간씩 일주일에 다섯번 집에서 요양보호사의 극진한 돌봄을 받는 할아버지는 이제 가벼운 산책을 할 수 있을 정도로 건강이 회복됐다.
할아버지를 돌보고 있는 요양보호사 박모(43)씨는 할아버지에게 없어서는 안되는 고마운 존재다.
박씨는 "일주일에 다섯번 할아버지댁을 방문해 방청소와 빨래,식사를 도와드리고 산책도 함께 하면서 친구가 돼 드리고 있다"고 말했다.
정 할아버지는 "자식처럼 돌봐주는 박씨가 그저 고맙기만 하다"며 눈물을 글썽였다. 정 할아버지는 요양서비스 기관으로부터 일주일에 한번씩 재활치료 서비스를 받으며 예전의 건강을 되찾아 가고 있다.
딸 정씨는 "이 (노인요양 재가서비스) 제도가 없었을 때에는 아버지를 혼자 돌보는 것이 너무 힘들었는데 서비스가 생기면서 집안일 이라든지 바깥 은행일 같은 모든 일들을 마음 놓고 할 수 있어서 너무 편리하고 감사하다"고 했다.
6월 29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에 있는 한 노인요양시설. 기자는 거동이 불편한 노인 90여명이 생활하고 있는 이곳에서 동료 할머니들과 '인지놀이(퍼즐맞추기)'에 열중인 정모(85) 할머니를 만났다.
정 할머니는 지난 2006년 치매증상이 나타나 요양원에 들어갔다가 지난해 11월 이곳에 입소했다. 시설에 입소해 전문적인 치료를 받는 것이 치매치료에 훨씬 효과적일 것이라는 가족들의 판단에 따른 것이다.
입소 당시 할머니는 이기적,공격적인 성향과 수집증,도둑망상,수면장애 등에 시달리고 있었다.
7개월 여에 걸친 치료(음악치료,집단치료, 미술치료, 물리치료,인지놀이,침상치료)결과 정 할머니는 동료 할머니들과 농담을 주고 받을 정도로 증세가 크게 호전됐다.
정 할머니는 "시설입소 후 치료를 받고 잔병이 싹 없어져 이곳이 지상천국이라는 생각이 든다"며 기자에게 환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보건복지가족부가 최근 한국갤럽에 의뢰해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 이용자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장기요양서비스를 통해 '환자의 건강과 수발에 대한 심리적 부담감이 감소됐다'는 응답이 91.7%에 달했다.
응답자의 80.8%는 제도시행으로 요양 서비스의 계획성과 전문성이 향상됐다고 답했고, 79.8%는 요양환경이 개선됐다고 했다.
특히 응답자의 85.9%는 요양시설과 요양보호사의 서비스에 만족한다고 답했고,92%는 서비스를 주변인에게 추천하겠다고 응답했다.
시행 1년째를 맞은 노인장기요양서비스에 대해 이용자와 가족들이 높은 만족도를 나타낸 것이다.
◈ 요양보호사·교육기관 난립…자격남발, 인프라 지역편중 등 문제점 해결해야
성과가 큰 반면 풀어야할 과제도 적지 않다. 노인요양서비스 시행으로 요양보호사에 대한 인기가 높아지면서 보호사 교육기관이 난립,자격증을 남발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008년 1월 전국 101곳에 불과했던 요양보호사 교육기관은 2009년 4월 현재 1137곳으로 급증했다. 요양보호사 자격증은 1년만에 45만명 이상이 취득했다.
국회 보건복지가족위원회 민주당 전혜숙 의원은 "교육기관의 수업 출석시간 부풀리기와 대리출석 등의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하는 등 요양보호사 자격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여기에 일정시간 교육만 이수하면 자격증을 주고, 요양사 2~3명만으로도 방문서비스시설을 설립할 수 있는 현 제도가 보호사들의 자질과 서비스 품질 저하를 불러오고 있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이같은 요양보호사 자격 남발을 막고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 '요양보호사 교육기관 지정제' 도입을 골자로 하는 노인복지법 개정안이 국회 심의를 앞두고 있다.
장기요양시설의 지역적 편중과 공공 인프라의 부족도 해결되야 할 문제점이다.
서울과 부산 등 대도시의 경우 인프라가 50%도 안되는 반면 경기와 울산 지역은 공급과잉 상태에 있다. 공공이 운영하는 시설은 5%도 안되는게 현실이다.
또 장기요양기관 난립문제에 대해 건강연대 조경애 대표는 "장기요양기관 대부분이 영리를 추구하는 법인이나 개인사업자 누구라도 개설할 수 있기 때문에 이윤추구를 위해 과다경쟁이나 편법들이 난무하고 있다"며 "이는 정부가 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 요양사·교육기관 자격·요양기관 서비스 강화
이같은 문제점들을 해결하기 위해 정부가 대책을 내놨다.
정부는 우선 요양보호사와 교육기관의 서비스 수준을 높이기 위해 교육기관 지정제 전환과 시설.인력기준 강화, 엄격한 자격관리를 등을 통해 미비점을 개선해 나가기로 했다.
요양보호사 처우개선을 위해서는 요양기관이 적정규모와 관리체계를 갖출 수 있도록 하고 종사자 복지수준을 요양기관 평가에 반영하는 등의 방안을 강구하기로 했다.
정부는 특히 장기요양기관에 대한 평가체계를 마련해 기관 간 편차를 줄이는 등 서비스의 질을 높일 계획이다.
이를 위해 요양시설에 대해 2년마다 평가를 실시해 상위 10% 기관에 대해 전년도 급여비의 5%(평균 2,600만원)을 지급하고 평가결과는 장기요양포털에 공표해 소비자의 선택권을 강화할 예정이다.
제도시행 초기부터 문제가 돼왔던 일부 요양기관과 복지용구 사업소의 불법.부당행위는 현지조사를 강화해 급여지급기준을 세분화하는 등 관리를 철저히 해나가기로 했다.
저소득층에 대한 서비스비용 경감대책도 마련됐다.
정부는 그동안 '본인 일부부담금'으로 서비스이용에 제약을 받고 있던 차상위 계층에 대해 본인부담금의 50%를 경감해 서비스 이용확대를 지원할 계획이다.
1일부터 도시지역의 경우 건강보험 하위 10%(11,000명),농어촌 지역은 하위 15%(9,000명)에 해당하는 2만 여명이 추가로 서비스 혜택을 받게 된다.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 시행 이후 현재까지 전체 노인인구 519만명의 5%인 26만명이 보험보장을 받고 있다.
정부는 올 연말까지 29만명,내년에 3등급 외 A형 일부까지 서비스 대상이 확대되면 전체 노인인구의 6.5%인 35만명이 혜택을 받게 될 것으로 전망했다.
보건복지가족부 관계자는 "노인장기요양보험 시행 1년을 계기로 제도적 미비점을 개선하고 성과는 확장시켜 명실상부한 제5의 사회보험으로 발전시켜 나가겠다" 고 말했다.
노인요양보험제도가 정부의 공언대로 명실상부한 제5의 사회보험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노컷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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