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누워만 있는 영감 햇볕볼수 있어 기뻐” | news | 2009-09-1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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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홍제3동 고희진(75) 할아버지의 집은 공사가 한창이었다. 지체 1급 장애인인 할아버지와 역시 무릎이 아파 거동이 불편한 송영숙(71) 할머니가 10년째 살고 있는 99㎡ 남짓한 이 무허가 주택은 서울에서 보기 힘든 재래식 화장실에 계단과 턱이 많아 노부부가 생활하기 불편한 점이 한두가지가 아니었다.
산 바로 밑에 있는 이 집은 합판과 주워온 유리로 마당 한 구석을 막아 부엌 겸 목욕탕으로 사용하고 있어 겨울에는 생활하기가 더욱 힘들어 진다.
서울시 ‘장애인 집고쳐주기 사업팀’은 이 집 거실과 부엌의 턱 높낮이를 맞추고 장독대가 있는 마당까지 휠체어가 오갈 수 있도록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오는 11일 공사가 끝나면 할아버지는 봉사단체에서 기증받았지만 그동안 무용지물이었던 휠체어를 타고 마당까지 나와 볼 수 있게 된다. “큰 돈 들어갈 공사는 하지 말라”고 사업팀에 신신당부하던 할머니는 조심스럽게 “ 컴컴한 부엌에 햇볕이 들어올 수 있도록 해달라”고 주문했다.
15년째 병간호에 심신이 지쳤다는 할머니는 “집을 고치면 늘 누워있는 이 양반이 마당에서 햇볕이라도 쪼일 수 있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사업팀은 현관 앞 가건물을 철거한 후 새로 짓고 부엌 합판 벽은 단열재가 들어있는 샌드위치 판넬로 교체할 예정이다.
대문과 현관을 잇는 가파른 계단도 완만하게 고쳐지고 핸드레일을 설치해 이동을 돕는다. 정화조 문제가 해결이 안돼 재래식 화장실을 수세식으로 고치는 것은 단념해야했지만 좌식 변기와 지지대를 설치해 불편함을 덜었다.
관악구 신림동 오만성(54)씨의 반지하 집도 사업팀의 도움으로 최근 대대적으로 수리됐다. 사업팀은 지체 2급 장애인인 오씨가 편하게 오갈 수 있도록 외부 출입구에서 현관까지 이어지는 계단을 없애고 대신 경사로와 핸드레일을 설치했다.
방과 거실 등의 문턱을 모두 철거해 오씨의 전동 휠체어가 자유롭게 오갈 수 있도록 했다. 화장실 세면대와 변기 사이 수직봉을 설치하고 샤워실에는 의자를 설치해 편하게 씻을 수 있도록 배려했다.
서울시의 ‘장애인 집 고쳐주기’는 단순한 환경 미화가 아니라 장애유형별 맞춤 서비스 제공 차원에서 올해 시작된 시범 사업이다. 한국장애인개발원의 장애전문가들과 건축자문 위원, 시공 업체가 한 팀이 돼 불편 사항을 점검하고 개선책을 찾기 때문에 일반 시공보다 만족도가 높다. 채효옥 서울시 장애인생활지원팀장은 “장애 유형과 장애정도, 행동 패턴을 파악한 후 공사를 하기 때문에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다”며 “올해는 시범적으로 5억원을 책정해 저소득층 장애인 100가구를 수리하지만 앞으로는 일반 장애인으로도 대상자를 확대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문화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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