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매일 나들이 간다는 말에 반했어요” | news | 2009-09-1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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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두한 씨(사진 왼쪽) 가족 |
“아이들과 어른이 서로 배우면서 함께 커가는 곳이 부모협동보육시설입니다.”
부모협동보육시설 ‘너랑나랑’에서 올해 ‘교육이사’로 활동하게 된 고두한씨(41). 올해 8살, 6살이 된 남매 모두 너랑나랑을 통해 키운 그는 사실 평범한 아빠로 아이들 교육에 있어 엄마보다는 소극적이었던 게 사실이었다. 하지만 부모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요구되는 너랑나랑에 두 아이를 보내다 보니 자연스레 교육에 쏟는 관심이 커지고 참여도도 높아졌다.
“맞벌이로 아이 맡길 곳이 필요했는데 어느 날 아이들 엄마가 부모협동보육시설에 대해 설명하더라구요. 처음에는 이야기 듣기도 귀찮았는데, 날마다 나들이를 간다는 말이 귀에 쏙 들어오더라구요. 제한된 공간에서 갇혀 생활하는 아이 생각하면 숨이 막혔는데 ‘그래 그거 하나면 됐다’ 싶어서 선택했어요.”
공교롭게도 올해는 고씨를 비롯해 이사장과 재정이사, 운영이사 등 너랑나랑 임원 모두 아빠들이 맡게 됐다.
“부모들이 정기적으로 모여서 이사회도 열고, 모듬별 모임도 진행해요. 정말 툭 터놓고 이야길 하는데 그 과정에서 싸우기도 하고, 너랑나랑에서 실현되는 계획이 나오기도 하죠. 요즘에는 엄마들한테 많이 지적받고 있어요.”
너랑나랑을 운영하는 부모들의 토론은 치열하다. 불만이나 칭찬이 가감 없이 쏟아지는데, 오히려 이 과정이 너랑나랑을 더 밝게 운영할 수 있는 힘이 된다. 상처가 곯기 전에 모습을 드러내고, 치유방법을 찾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게 되는 덕분이다. 또 먼저 아이를 키운 경험을 나누기 때문에 아이 성장 과정에서 부딪치는 당황스런 상황도 유연하게 넘길 해법을 얻는다.
중학교 국어교사로 일하며 맡은 교육이사 직책이 부담스러울 법도 하지만 고씨의 표정은 ‘괴롭다’는 말 끝에도 즐거워 보인다. 보육교사와 부모가 아이의 생활에 대해 날마다 적어 서로 돌려보는 ‘날적이’도, 1년에 두 번씩 가는 ‘들살이’도 이젠 아이들과 함께하는 소중한 시간이 됐다.
“무엇보다 좋은 건, 사교육에 대한 불안감이 재생산되고 확대되지 않는다는 점이에요. 그 나이 때에 맞는 교육과 방법으로 더 많이 뛰어 놀게 하고 싶다는 생각을 가져도 사실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이 옆에 있지 않으면 학원도 보내야 할 것 같고 불안하거든요. 하지만 이곳에서는 놀이를 통한 배움 실천이 가능해요.”
하지만 모든 게 다 좋은 것은 아니다. 교육이사로, 부모협동보육시설의 일원으로 고씨가 갖고 있는 고민도 있다.
“우리만의 터전을 만드는 건 너랑나랑의 숙원 사업이고, 저소득 아이들과 함께하는 방법을 찾는 것도 숙제죠. 또 너랑나랑에서 쌓은 교육법을 초등학교, 중학교 등 어떻게 계속 연계시키느냐에 대해서도 생각을 많이 해요. 다 해결이 쉽지 않은 문제들이지만, 지금과 같이 구성원이 힘을 모아 차근히 일한다면 해결해내리라 믿어요.”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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