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능올림픽 요리부문 아시아 첫 금메달 박성훈 씨 | news | 2009-09-17 |
# 국제기능올림픽 요리부문 대회가 열린 지난 5일 오전 캐나다 캘거리 스탬피드파크. 세계 각지에서 모인 33개국 대표 요리사들은 베일에 싸여 있던 '미스터리 바스켓(Mystery Basket)'의 공개를 기다리고 있었다. 미스터리 바스켓은 철저하게 비밀에 부쳐지다 대회 당일 요리재료가 공개되는 대회 최종단계. 심사위원이 박스를 열자 영계 한 마리와 파스타가 보였다.
요리사들이 만들어야 할 요리는 영계요리와 파스타요리 각각 4인분씩 모두 8인분. 레시피를 작성하고 주어진 3시간 30분 이내에 모든 작업을 완료해야 한다. 한국 대표로 나선 박성훈 씨(19)는 순간 '남과 다른' 뭔가를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미스터리 바스켓은 총점의 25%를 차지할 정도로 가장 중요한 순서예요. 워낙 단시간에 많은 양을 만들어야 하다 보니 다른 선수들은 닭 가슴살처럼 특정 부위만 이용해 만들려고 했죠. 저는 그렇게 해서는 쟁쟁한 다른 요리사들한테 앞설 수 없다고 생각했어요. 시간이 좀 걸리더라도 닭의 뼈를 모두 발라낸 뒤에 이 안에 빵과 구운마늘, 허브로 채워서 요리했죠."
이달 초 캐나다 캘거리에서 열린 40회 국제기능올림픽 대회에서 아시아 최초로 요리부문 금메달을 딴 박성훈 요리사. 서양인들의 잔치로 여겨지던 요리부문에서 얻은 예상치 못한 쾌거였다. 이 대회는 만 22세 이하만 출전할 수 있고 출전기회도 일생 동안 단 한 번만 주어진다.
"기능올림픽은 핑거푸드, 생선요리, 미니어처 디저트, 양갈비 요리 등 모두 6단계에 걸쳐 진행돼요. 막상 대회에 나가 보니 평소 훈련 장소와도 다르고 한국에서 얻는 재료와도 다른 부분이 많아서 어려움을 많이 겪었죠. 제가 동작이 좀 굼뜬 경향이 있는데, 대회장에서 저를 지켜보신 부모님이 경기가 끝나자마자 애간장이 타서 혼났다고 말씀하시더라고요."
박씨는 부모 모두 요리와 인연을 맺고 있는 요리사 집안에서 태어났다. 아버지 박희준 씨는 한국조리아카데미를 운영하고, 어머니 홍영옥 씨는 백석문화대학 조리학과 겸임교수다. 형인 청운 씨(22)도 이번 대회 '레스토랑 서비스' 부문에 출전해 우수상을 거머쥐었다.
그가 처음 요리를 시작한 것은 초등학교 6학년 때. 누가 강요했다기보다는 자연스럽게 요리를 하게 되는 환경이었고 스스로도 요리가 좋았다. 어렸을 때부터 아버지가 요리하는 모습을 자주 접했기 때문에 생소한 느낌도 전혀 없었다.
중학교 졸업 전에 한식, 양식, 중식, 일식, 제과제빵 등 요리부문 5개 자격증을 따냈고, 2007년에는 전국기능대회에서 금메달을 획득하며 국가대표 자격을 얻었다.
"2001년 서울에서 열린 기능올림픽에서 아버지의 제자가 요리부문 은메달을 딴 적이 있었어요. 그때 그 모습을 보면서 올림픽에 나갈 것을 결심했죠. 금메달을 땄을 때 어머니는 아무 말씀 없이 눈물만 흘리셨어요. 물론 아버지도 너무 기뻐하셨죠. 가끔 나도 아버지처럼 자식을 위해 투자할 수가 있을까 생각하곤 하는데, 헌신적으로 도와주신 아버지께 감사드려요."
그의 포부는 한국의 '피에르 가니에르'가 되는 것. 실제 그는 지난 2월부터 롯데호텔에 있는 피에르 가니에르 서울에서 인턴 생활을 하고 있다.
"자신의 이름을 걸고 자신 있게 요리를 내놓는 피에르 가니에르 같은 사람이 되고 싶어요. 이제 첫발을 내디뎠다고 생각하고 꾸준히 노력해서 배워 나가야죠. 아버지처럼 누군가를 가르칠 수 있도록 좋은 기술을 가진 사람이 되겠습니다."
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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