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종플루 공포’ 소외계층 두번 떤다 | news | 2009-11-09 |
 #1 : |
22.jpg |
ㆍ15만원 없어 검사 포기·휴교로 무료급식 못받아
ㆍ비정규직, 불이익 걱정 병가도 제대로 사용 못해
경기 의정부시에 사는 초등학교 5학년 박모군(11)은 신종플루가 원망스럽다. 지난달 28~29일 학교가 휴업하면서 박군은 이틀이나 무료급식을 받지 못하고 점심을 굶었다. 정부가 무료급식 학생에게 방학처럼 중식을 지원토록 했지만 학교가 급식자 명단을 교육청·지자체에 제때 전달하지 못해 배 곯는 날이 생긴 것이다.
의정부에서 휴업 중인 5개 학교의 무료급식 학생 대부분도 1~2일씩 박군과 비슷한 처지였다. 급식 명단 주소가 실제 거주지와 달라 도시락을 전달받지 못하거나 지방자치단체에서 보내준 우유·시리얼·즉석밥 등으로 점심을 때우고 있다.
 |
신종플루 대유행 조짐에 더 떠는 사람들이 있다. 검사비·치료비가 버겁고 생업에도 위기를 느끼는 저소득 소외계층이다. 신종플루 유행 속에 벌어지는 또 다른 양극화 현상이다.
김모 할머니(71·서울 동대문구)는 아들이 사업 실패로 이혼한 뒤 초등학생 손자 2명을 홀로 키우고 있다. 지난 3일부터 아이들이 열 나고 콧물을 흘려 신종플루를 의심했지만 병원 진료도 받지 못하고 해열제를 먹여 등교시켰다. 김 할머니는 “부모 없이 잘 먹지도 못하고 크는데 신종플루가 뭔지 가슴이 미어진다”며 “난방비도 걱정이라 학교가 휴업이라도 하면 큰일”이라고 말했다.
서울 모 여고 3년생 한모양(18)은 “수능을 앞두고 감기 기운이 있어 엄마가 신종플루 검사를 한 번 해보자고 했지만 검사비가 15만원이 넘어 포기했다”면서 “빠듯하게 생활하는 부모님께 부담을 드리기 싫었다”고 말했다.
 |
영세 자영업자들도 울상이다. 광주시 서구의 한 아파트단지에서 반찬가게를 하는 서모씨(48)는 이틀째 문을 닫고 있다. 서씨는 “1주일 전부터 기침과 콧물이 심해 마스크를 썼는데 아예 ‘위험인물’로 찍혀 손님 발걸음이 뚝 끊겼다”며 “신종플루로 먹고 살기가 더 힘들어졌다”고 말했다.
신종플루에 걸렸으나 불이익을 당할까봐 병가를 쓰지 못하는 비정규직들도 있다. 가전제품 서비스센터에서 일하는 김모씨(34)는 “신종플루로 1주일간 치료를 받고 나왔는데 회사가 치료비 지원은커녕 무급 휴가로 처리했다”며 “1주일간 유급휴가를 주는 공무원과는 너무 다른 세상”이라고 말했다. 5일 민주노총에 상담을 요청한 50대 여성 간병인 ㄱ씨도 환자를 돌보다 신종플루에 감염됐지만 즉시 해고당했다. 간병·청소 등 병원내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다른 의료기관 종사자와 달리 정부가 지난달 21일 지정한 신종플루 우선접종 대상에서도 제외됐다. 민주노총 공공노조는 5일 성명서를 내고 “신종플루 확산에 직접적으로 노출돼 있는 병원 비정규직 노동자를 우선접종 대상에 포함해야 한다”고 밝혔다.
경향신문
 |
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