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준희 회장(좌), 서윤아 ⓒ 이민선 작은 사랑회

길거리 공연장 한 편에는 작은 모금함이 놓여 있다. 그들은 작은 모금함에 모인 정성으로 사랑을 실천한다. 작은 모금함은 굉장한 위력을 발휘한다. 공부방 아이들 꿈과 치매 노인들 안락한 노후, 난치병 환자들 당당한 삶이 작은 모금함에 담겨 있다. 그들은 이렇듯 사랑을 실천하기 위해서 음악을 한다. 그래서 그들이 하는 음악은 늘 따뜻하다. 

'작은사랑회' 큰 일꾼 서윤아씨를 우연히 만난 것이 인연이 됐다. 그가 하는 노래에 이끌려 작은사랑회를 알게 됐다. 2년 전인 2007년 12월 27일, 송년회 자리에서 노래하는 그를 만났다. 학창시절 내 영혼을 울렸던 존 바에즈가 부른 '도나 도나(dona dona)'였다.

그 후 길거리에서 노래 부르는 모습을 몇 번 보았다. 경기도 군포시 산본 중심상가, 안산 오이도 등. 이런 것이 우연을 가장한 필연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 때까지도 그들이 길거리에서 목이 터져라 노래 부르는 이유를 제대로 알지 못했다.

3일 오후 8시, 작은사랑회가 운영하는 공부방을 방문하고 난 이후에야 그토록 열심히 노래하는 이유를 알게 됐다. 박준희 '작은사랑회' 회장과 열성멤버 서윤아, 이호균씨를 만나 모금함을 들고 길거리로 나가게 된 이유를 들었다.

"모금을 하는 이유요? 절실하죠. 공연해서 모금한 돈으로 공부방도 운영해야 하구요. 난치병 환자들 하고 치매 노인들도 도와 줘야 해요. 공연 수익금으로 충당이 되냐구요? 에이 안되죠. 회원들 회비도 보태고 때론 공연 팀 주머니도 털어요."

작은사랑회 수입원은 러브 스트리트가 하는 길거리 공연이다. 러브 스트리트는 2003년 1월 11일에 창립됐다. 회원들 중 음악에 소질 있는 사람들이 모여 거리 자선공연을 하다가 밴드를 결성하고 이름까지 지었던 것.

러브 스트리트는 거리 공연을 해서 기금을 모아 군포에 있는 '양지의 집(중증 장애인 재활원)'과 '작은사랑회 무료 공부방', 시흥시에 있는 '임마누엘 노인 요양원'을 정기적으로 돕고 있다. 

음악 들으며 술 마시다가 의기투합 '작은사랑회' 결성

▲ 공부방 꽃꽃이 강습 ⓒ 작은 사랑회 작은 사랑회

작은사랑회는 1994년 태동했다. 안양 예술공원(구 안양 유원지)의 윈(WIN)이라는 카페에 모여 친분을 나누던 사람들이 의기투합해서 봉사단체를 만들었다. 이들의 첫 만남은 영화처럼 재미있다.

"5명이 유원지의 '윈'이라는 음악 카페에서 손님으로 처음 만났어요. 각자 음악을 들으러 온 거죠. 처음 2년 동안은 그렇게 서로 모르는 사이로 지냈어요. 그러다가 우연한 기회에 친목회로 발전했고 서로 의기투합해서 봉사 활동을 하게 됐어요"

이들이 만든 모임 이름은 '윈 친구들'이다. 이들은 여중생 소녀가장을 돕는 일을 하며 점점 더 가까워지게 됐다. 1995년에 '작은사랑회'라는 이름으로 바꾸게 된다. 당시 회원은 약 10명이었다.

공부방 사업은 2006년에 시작했다. 공부방에서는 부모가 모두 일터에 나가서, 부모 중 한쪽이 없어서 방과 후에 딱히 갈 데가 없는 아이들을 돌봐 주고 있다. 단순히 돌봐주는 것만은 아니다. 프로그램도 다양하다.

기본 학습 외에도 원어민 영어수업과 음악, 미술 수업을 하고 있고 때론 아이들을 데리고 재미있는 공연을 관람하기도 한다. 이 모든 프로그램이 가능한 것은 자원 봉사자들 덕이다. 현재 자원 봉사자 5명이 '헌신' 하고 있다. 공부방에서 돌봐주고 있는 아이들은 초, 중학생 15명이다. 

길거리 공연, 가장 무서운 일은 '무관심'

▲ 박준희 회장 ⓒ 이민선 박준희

길거리 공연을 하다 보니 장소 구하는 문제가 만만치 않다. 작년 5월까지는 산본 중심상가에서 공연을 했지만 군포시에서 공연을 중지해 달라고 요청해서 어쩔 수 없이 짐을 싸게 됐다. 소음 때문에 민원이 들끓는다는 이유였다.

"이해 할 수 없었어요. 그 부근은 대부분 상가라 민원 넣을 사람도 별로 없는데... 공연장 뒷편에 오피스텔이 있기는 하지만... 그리 시끄러울 정도는 아니거든요. 군포시에서 공연 못하게 하려고 핑계 댄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해 봤어요."

러브 스트리트는 작년 6월부터 '떠돌이 신세' 가 됐다.  그 때부터 고속도로 휴게소, 안산 오이도, 대천 해수용장, 안양 예술 공원으로 장소를 옮겨가며 공연을 했다. 장소 구하는 일도 힘들지만 정말 힘든 일은 무관심이다. 행인들이 본척만척 하고 지나칠 때가 가장 힘들다고 한다.

"행인들이 하나같이 본척만척 하고 지나 갈 때는 진짜 힘들어요. 노래 할 맛이 나지 않죠. 이럴 때는 차라리 술 마시고 페트병 던지며 행패 부리는 것이 낫겠다는 생각도 들어요. 행인들 호응이 좋으면 탄력 받아서 비 맞으면서도 공연해요. 화성 휴게소에서 비 맞으며 공연 했는데 사람들이 화장실 앞에서 박수치며 환호하고 하하 분위기 '짱' 이었어요. 대천 해수욕장에서는 스피커가 한 쪽 나갔는데도 관객 호응이 좋아서 그냥 공연했어요. 그 때도 분위기 괜찮았어요. 노래만 끝나면 우레와 같은 박수가..."

전천후 봉사 단체 '작은사랑회' 회원들 주머니 사정은 그리 넉넉지 않다. 이들은 모두 평범한 생활인이다. 택시 운전 하는 분, 공부방 선생님, 회사원... 아무리 보아도 세금 액수 밝히기 꺼릴 정도로 고소득을 올리는 직종은 아닌 듯하다.  

하지만 마음은 '재벌급'이다. 이들은 주머니 사정은 개의치 않고 또 다른 사업을 벌이고 있다. 바로 노숙자 돌보기 사업이다. 이미 시작은 한 상태다. 매월 둘째 주 일요일에 이들은 정성을 담아 손수 만든 도시락을 노숙자들에게 나누어 주기 위해 수원역으로 간다. 

그러다 보니 늘 일손이 딸리고 자금도 부족하다. 이 때문에 내년 목표는 '지금 하는 일 잘 유지 하는 것' 이다. 박준희 회장은 "봉사가 하고 싶어 피가 끓는 사람이나 악기 잘 다루고 노래 잘 하는 사람 있으면 소개 해 달라" 며 환하게 웃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