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화바우처, 중증장애인엔 ‘그림의 떡’ | news | 2010-01-13 |
ㆍ공연·영화관람 이동수단 불편해 포기… “문화상품권 대체해야”
서울에 사는 지체장애인 윤모씨(37)는 지난해 11월 문화바우처를 통해 받은 사물놀이 공연 관람을 가려다 큰 낭패를 봤다. 처음 보는 공연이라 3주 전부터 부지런히 준비하고 공연시간보다 3시간 일찍 움직였지만 장애인 콜택시가 늦게 도착하는 바람에 공연 관람을 포기해야 했던 것이다.
중증장애인 한모씨(24)에게 문화바우처는 ‘그림의 떡’이다. 연간 5만원가량의 공연·영화 관람권을 바우처로 받았지만 장애 때문에 외출이 불가능한 상태다. 한씨는 “공연이나 영화보다는 문화상품권 같은 것으로 대체해 인터넷으로 음악이나 영화를 볼 수 있게 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시행 중인 ‘문화바우처’ 사업에서 장애인들이 소외되고 있다. 문화바우처는 문화·예술의 향유가 어려운 저소득층에게 공연·전시·영화 등을 무료로 관람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제도다. 2006년부터 시행된 이 사업은 호응이 높아 올해는 60억원 규모로 확대됐다.
그러나 장애인들의 바우처 이용률은 아주 낮다. 12일 문화부에 따르면 지난해 문화바우처를 이용한 21만7898명 중 장애인은 2만6873명(12.3%)으로 집계됐다. 당초 목표로 했던 장애인 이용비율 권고치인 30%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 것이다.
장애인 이용률이 낮은 이유는 바우처가 장애를 고려하지 않고 일률적으로 공연이나 영화표를 나눠주고 있기 때문이다. 바우처로 주는 공연 관람표 대부분은 공연날짜와 시간이 정해져 있어 외부 이동성과 접근성이 제한되는 장애인들이 이용하는 데 큰 제약이 따른다. 단체관람 등을 할 수 있는 소수의 장애시설 거주 장애인에 비해 대다수의 가정 장애인들은 더욱 이동이 어렵고 중증장애인들은 인터넷 사용이 어려워 아예 바우처에 접근하지도 못하는 경우가 많다.
공연을 관람하고 싶어도 장애인 편의시설이 제대로 갖춰진 공연장이 없어 이용하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서울시내 극장 대부분에는 휠체어 관람석이 없고 대학로 주변 소극장은 대부분 휠체어 접근 자체가 어렵다. 지방 중소도시는 바우처로 이용할 수 있는 프로그램부터 부족하다.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안응호 정책연구실장은 “장애 유형에 따라 문화바우처 이용 방법을 다양하게 조정해줄 필요가 있다”며 “장애인 이동편 지원이나 극장의 편의시설 확충 등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개선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밝혔다.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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