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장 낡은 집이 가장 부러워하는 집으로 | news | 2010-05-25 |
 |
| 농협 농가희망봉사단원들이 경기도 안성시 보개면 북좌리 이근식 할머니의 집에서 페인트칠을 하고 있다. photo 이경호 조선영상미디어 기자 |
87세의 이근식 할머니가 “춥도 않고 뜨겁도 않고, 고마워”라고 말했다. 이 할머니는 돌무덤에 걸터앉아 70년 만에 새로 단장된 자신의 낡은 시멘트 블록 집을 보며 농협 농가희망봉사단원 김갑철(시설관리팀 팀장)·신용덕(시설관리팀 차장)에게 연방 “고맙다”고 했다. 이 할머니의 옆집에 사는 이숙희(56)씨도 “다 쓰러져가는 집이었는데, 꼬부랑할머니(이씨를 지칭) 혼자선 꿈도 못 꾸었을 일을 봉사단원이 도와줬다”고 거들었다.
지난 4월 30일 경기도 안성시 보개면 북좌리에 농협 농가희망봉사단(단장 김연근·총무부 부장) 단원 35명이 ‘희망의 집짓기’ 봉사를 위해 모였다. 농협농가희망봉사단 유니폼을 착용한 농가희망봉사 단원들은 이날 오전 9시에 보개농협에 도착, 북좌리를 시작으로 낡은 농가 수리에 들어갔다. 이들의 봉사 활동을 통해 이날 새로 태어난 집은 모두 6곳. 이 중 이근식 할머니가 첫 번째 행운의 주인공이었다. 북좌리의 심창보(52) 이장이 이 할머니의 집을 ‘수리 대상 1호’로 선정했기 때문이다.
이 할머니는 16년 전 남편과 사별한 뒤 혼자 살고 있다. 아들 넷과 딸 하나를 둔 이씨는 젊었을 때 딸을 사고로 잃었고 그 충격에 귀가 잘 들리지 않게 됐다고 한다.
이날 이 할머니 집 개보수에 들어간 비용은 총 780만원. 봉사단원들은 녹이 슬어 부서져내리던 슬레이트 지붕을 붉은색의 철골 지붕으로 교체하고 벽에 페인트를 새로 칠했다. 사고의 위험이 있는 낡은 전기선과 계량기는 새것으로 교체하고 보일러도 바꿨다. 도배와 장판 작업까지 마치고 나니 이 할머니의 집이 새 집으로 변했다. 심창보 이장은 “수리가 급한 집을 선정해 달라는 농협의 전화를 받고 이근식씨의 집이 가장 먼저 떠올랐다. 보개면 일대에서 가장 낡은 집이었는데 농협 사람들의 도움으로 이젠 동네 주민들이 가장 부러워하는 집이 됐다”고 말했다.
봉사단은 이근식씨의 집 수리가 끝나자마자 바로 장애인 1급인 전정연(60·보개면 동신리)씨 농가와 이순우(79·보개면 남풍리)씨 농가 등 총 6곳을 차례로 방문해 도배·장판·비가림 등을 설치하고 생필품을 전달했다. 멀리서 자신의 집이 새로 태어나는 모습을 본 농민들은 기쁨의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
 |
2005년부터 매달 5~6곳 농가 수리
농가희망봉사단의 ‘사랑의 집 고치기’ 활동은 농협의 주요 사회공헌 활동 중 하나다. 농협중앙회는 지난 2005년 농촌녹지 증진을 목적으로 농가희망봉사단을 결성하고 독거노인, 장애인가정, 소년소녀가장 농가구를 대상으로 월평균 5~6곳의 농가를 수리·보수해왔다. 농가 수리는 집짓기, 계량기 교체, 보일러 설치 등 모두 전문기술이 요구되는 분야이다. 일반 직원은 참여할 수 없고, 농협의 자회사인 NH개발에서 매번 전기·건축·목공·기계 분야의 기술직원 70여명을 선발해 봉사 활동에 나서도록 하고 있다. 농협중앙회 총무부가 운영하는 농가희망봉사단은 2005년 창단 첫해 기술직원 254명이 26가구를 수리·보수하였으며 매년 규모를 키워나가 2009년에는 총 643명이 47가구를 수리하는 실적을 쌓았다.<표 참조>
행안부·GS건설도 지원 나섰다
매월 지방농협이 대상 농가를 선정해 중앙회에 올리면 총무부가 조사를 통해 집집마다 필요한 자재를 구매하고 쌀·휴지·가전제품 등 생필품을 준비한다. 농협중앙회 시설관리팀에 근무하는 신용덕 차장은 “농가 봉사활동을 하는 날은 아침 4시30분에 출근한다. 자정이 넘어서 일이 끝날 땐 지치고 고되지만 농민들이 손을 잡고 감사의 눈물을 보일 때면 묵었던 체증이 확 사라진다”고 말했다.
농협중앙회는 이날 안성 보개면에서 또다른 의미있는 한발을 내디뎠다. ‘사랑의 집 고치기’사업이 민·관 협동 사업으로 확대됐기 때문이다.
이날 보개농협에서 가진 ‘농협·행안부·GS건설·매일경제가 함께하는 농가희망봉사단 발대식’ 에선 최원병 농협회장과 맹형규 행정안전부 장관, 허명수 GS건설 사장, 장대환 매일경제신문 회장 등 4개 기관 대표가 협약을 체결, 기존의 집수리사업을 민관 협동사업으로 추진하기로 합의했다. 양해각서에는 기존 농협의 희망의 집짓기 사업을 기초로 각 부처가 동참하여 자재 및 희망 근로인력 등을 지원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
| 최원병 농협회장이 소외계층 농가에 사랑의 쌀을 기증하고 있다. |
농기구 수리·법률상담까지
농가희망봉사단의 농촌 복지 활동은 집수리뿐만이 아니다. 농협이 운영하는 농기계수리센터에서 민간 농가의 낡은 농기계를 점검하고 무상으로 수리해주는 농기계 순회 수리 활동도 있다. 매년 농번기(매년 2~5월, 7~8월)가 되면 전문기술 봉사단이 전국의 농기계수리센터를 순회하며 민간 농가구를 대상으로 낡은 농기계를 점검하고 수리해준다. 경기도 보개면 보개농협 농기계수리센터에서 봉사활동 중이던 관내 농협 직원 김종선(41)씨는 “농기계는 관리를 소홀히 하면 몇 천만원짜리도 (수명이) 5년을 넘기기 어렵다. 농기계도 자동차처럼 고가품에 해당하는데 농민들이 무심하거나 관리가 소홀한 부분이 많다”고 지적했다.
농협은 법률에 어두운 민간 농업인들을 대상으로 한국소비자원의 변호사와 상담전문가들을 파견해 무료 법률구조상담을 실시하기도 한다. 1995년에 시작된 법률 상담은 농업인의 기본적인 인권을 보호하고 법률문제 해결을 지원하기 위해 농협이 법률구조기금 139억원을 출연하면서 시작됐다. 이는 민간 농업인이 법률소송에 휘말렸을 때 농협이 소송에 필요한 비용을 대한법률구조공단에 출연해 법률상담 및 소송 등 법률구조활동을 펼치는 것이다. 무료법률상담은 평소 전문적인 법률 서비스를 받을 수 없었던 농업인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었으며 지금까지 총 6만900건에 달하는 민·형사 사건을 해결했다.
조선닷컴
 |
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