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악기 구하는데 한국이 많이 도와줬죠" | news | 2010-10-2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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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브레우 박사는 “아이들이 아무런 걱정 없이 음악을 배울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 아이들의 인권을 존중하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서울평화상 시상식은 27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린다. /오종찬 기자 ojc1979@chosun.com |
서울평화상 '청소년 오케스트라 운동' 아브레우 訪韓
"가난한 집 아이가 음악 배우는 순간 가족도 이웃도 변하기 시작했어요"
베를린 필하모닉 지휘자 사이먼 래틀은 "유럽인이 음악을 이해하는 데 우월하다고 믿는 이들이 있다면, 베네수엘라에 가보라"고 말한다. 마약과 범죄의 유혹에 빠지기 쉬운 빈민가 청소년들에게 악기를 쥐여주고 음악으로 변화시킨 '엘 시스테마(El Sistema)' 운동을 가리키는 말이다.
1975년, 11명의 청소년으로 시작한 오케스트라가 35년 만에 37만명에게 음악을 가르치는 대역사(大役事)로 성장했다. 25개국에서 '엘 시스테마'를 따라가는 운동이 벌어지고 있고, 한국도 이주호 교육부장관이 며칠 전 형편이 어려운 학교 100곳에 오케스트라를 만들겠다며 '엘 시스테마' 벤치마킹에 나섰다. '엘 시스테마'를 다룬 영화와 책도 인기다.
'엘 시스테마' 열풍을 일으킨 베네수엘라의 호세 안토니오 아브레우(Abreu·71) 박사는 160㎝를 약간 넘는 키에 자그마한 몸집이다. 제10회 서울평화상을 받기 위해 방한한 그는 26일 "35년 전 시작한 오케스트라 운동이 지금은 중남미와 스페인·포르투갈 같은 라틴권 전체의 사회개혁 프로그램으로 확산되고 있다"며 자랑스러워 했다.
"35년 전만 해도 악기 값이 비싸서 가난한 아이들은 배울 수 없던 게 클래식 음악이었다. 연주를 가르칠 선생님도 없었다." 그는 '엘 시스테마' 초기의 암담함을 이렇게 말했다. "어렵게 연습실을 구해 100명쯤 들어갈 책걸상을 마련했는데, 첫 수업에 11명이 왔다. 어렵겠구나 싶었다." 초기엔 공장 창고와 차고를 돌아다니며 닥치는 대로 연습했다. 아브레우 박사는 아이들에게 '연주하고, 싸워라(Play and Fight)'는 슬로건을 내걸었다. 마약과 폭력에 빠지고 싶은 유혹을 음악으로 이겨내도록 이끌었다.
그해 4월 수도 카라카스의 외무부 청사에서 창단 연주회를 가졌다. 경제학자이면서 오르간 연주자이던 아브레우 박사가 지휘를 맡았다. 오케스트라의 취지가 알려지고 실력이 조금씩 성장하면서 정부가 거들고 나섰다. 현재는 전국 220여 센터에서 무려 6000명의 선생님이 음악을 가르친다. 아브레우 박사는 "10년쯤 지나자 카리브해 국가와 볼리비아, 페루, 에콰도르에까지 프로그램이 확산됐다"고 했다.
그는 음악교육 프로그램으로 오케스트라를 택한 이유를 이렇게 말한다. "소외된 아이들이 다른 사람들과 어울리는 법을 배우는 데 가장 효과적이었다. 다른 사람의 소리를 들어야 하니까." 아브레우 박사는 '가난한 집 아이가 음악을 배우는 순간부터 가족과 이웃도 변하기 시작한다'고 말한 적이 있다. 아이 스스로가 자신이 중요한 사람이라는 걸 알게 되면, 스스로 더 나아지려고 노력하고, 나아가 부모에게도 희망의 싹을 틔운다는 것이다. 그는 "현재까지의 연구 결과를 보아도 마약·폭력·범죄 예방에 '엘 시스테마'보다 효과적인 건 없다"고 했다.
엘 시스테마는 스타들도 속속 배출하고 있다. 작년 LA필하모닉 상임지휘자로 부임한 구스타보 두다멜, 카라카스 빈민 출신으로 열일곱에 베를린 필 더블베이스 주자로 입성한 에딕손 루이즈가 그렇다. 1980년대 후반 문화부장관까지 지낸 아브레우 박사는 "한국이 아이들을 위한 악기 구입에 많은 도움을 줬다"며 "특히 곽승(지휘자)씨가 베네수엘라에 와서 오케스트라 교육을 도와주었다"며 감사해 했다.
조선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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