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름띠 해안 '희망 인간띠' 거제는 지금 '제2의 태안' | news | 2010-08-18 |
'검은띠가 덮친 거제 해안을 주민과 자원봉사자, 공무원들이 하얗게 뒤덮고 있다!'
16일 오후 경남 거제시 일운면 와현해수욕장과 함목 해안. 주민 수백명이 모래와 자갈에 묻은 기름을 닦아내느라 더위와 피곤함도 잊었다. 얼굴은 땀과 기름으로 범벅이 됐다.
"고향바다 만신창이 오염 지켜만 볼 수 있나"
민·관·기업 '한뜻' 방제 자원봉사 줄이어
지난 12일 유조선 충돌사고 이후 기름띠가 거제도 해안으로 밀려들자 발만 동동거리던 시민들이 팔을 걷어붙였다.
거제지역 민간봉사단체인 '아름다운 동행' 회원 20여명도 작업복과 장화, 마스크로 무장하고 오염방제에 나섰다.
회원 강덕훈(44·카센터 운영·거제시 일운면) 씨는 "내 고향 거제도의 아름다운 해수욕장과 인근 해안이 기름으로 뒤덮이는 것이 너무 안타깝고, 그냥 앉아 볼 수만 없어서 회원들과 의견을 모아 달려 나왔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번 기름유출 사고를 하루라도 빨리 수습해 거제도가 남해안 최고의 피서지다운 면모를 회복해야 한다"면서 "주민과 지역 기업, 공무원 모두가 힘을 합쳐 제2의 '태안의 기적'을 바라고 있다"고 강조했다.
함목 해안에서도 주민과 기업체 임직원 등이 나서 대대적인 기름제거 작업을 전개하고 있었다.
주민, 자원봉사자와 의용(여성)소방대원, 공무원 등 500여명은 인간띠를 형성해 기름이 묻은 해안 몽돌을 흡착포로 하나하나 닦아내고 바위틈에 고인 기름 섞인 물은 쇠솔로 쓸어내렸다. 해수욕장의 오염된 모래와 기름 묻은 흡착포는 마대에 넣어 한 곳에 쌓았다.
지난 12일 밤 통영시 매물도 앞바다에서 유조선과 어선이 충돌하면서 기름유출 사고가 발생한 이후 기름방제 작업에 참여한 주민·시민단체·지역기업 임직원 및 자원봉사자, 공무원 등은 모두 5천여명.
거제지역 대형 조선업체와 사내 봉사단도 주민과 함께 방제작업에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지난 14, 15일 임직원 530여명이 참가해 해금강 인근에서 약 60t의 기름 폐기물을 수거한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는 오는 22일까지 매일 200여명의 직원과 5t 분량의 방제물품을 투입한다.
대우조선해양 임직원 200여명도 지난 14일부터 피해현장인 함목마을 해안에서 자발적인 방제작업을 펼치고 있다. 대우조선해양 신우철 차장은 "직원들에게 거제도는 제2의 고향"이라면서 "사내 모든 자원을 아끼지 않고 방제작업에 지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름피해로 생계가 어려워진 어민과 상인들도 예외가 아니다. 성충구 거제수협장은 "어업인의 생계가 걸려 있는 만큼 방제작업이 완벽히 이뤄질 수 있도록 어민 모두가 나서서 복구 작업을 벌이고 있다"면서 "복구가 지연될수록 어민 피해가 막대해진다"고 하소연했다.
실제로 해수욕장과 피서지 주변에서 횟집이나 민박집 등을 운영하는 상인들은 그야말로 울상이다.
해금강 인근에서 10여년 째 횟집을 운영하고 있는 김모(53·여) 씨는 "태풍에 기름유출 사고까지 겹쳐 상당수의 가게가 손님도 없이 문만 열어 둔 상태"라며 눈물을 글썽였다.
거제시는 이에 따라 유류오염방제에 참여하는 시민에게는 도시락과 작업복, 장갑, 장화 등을 지원키로 했다. 자원봉사 희망자는 거제시(055-639-3409)로 연락해 달라고 당부했다. 경남도도 해안방제수습대책본부를 설치·가동하고 있다.
한편 기름유출 해역의 긴급방제는 18일께 마무리될 전망이지만 해안 바위틈이나 자갈, 모래 사이로 스며든 기름에 대한 2차 세밀방제는 앞으로 한 달 가량이 더 소요될 것이라는 게 거제시의 판단이다.
부산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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