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0년만에 죽어서야 이뤄진 어느 국군 형제의 상봉 | news | 2011-04-06 |
6·25 전쟁 당시 만 17세의 나이에 형을 따라 자원입대, 북한군과 맞서 싸우다 전사한 청년의 시신이 60년 만에 발굴돼 형과 나란히 잠들게 됐다. 고(故) 이천우 이등중사의 이야기다.
국군과 미군이 지키는 낙동강 방어선을 뚫기 위한 북한군의 ‘9월 공세’가 한창이던 1950년 9월초, 경북 청도의 어느 가난한 시골 집안에서는 난리가 났다. 징집 대상도 아니었던 막내 천우씨가 “형과 함께 싸우러 가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이미 한 달 전 형 만우씨를 전장으로 떠나보낸 홀어머니는 펄쩍 뛰었다. 하지만 막내는 완강했다. 결국 막내의 고집을 꺾지 못한 홀어머니는 입대하는 천우씨를 마을 입구까지 따라나오며 눈물을 흘렸다.
천우씨는 국군이 낙동강 방어선을 무사히 지켜낸 뒤 반격에 나서면서 평양 탈환작전과 개천-덕천전투, 하진부리전투 등에 투입됐다. 그의 부대는 형이 소속된 1사단의 뒤를 따르며 전투를 치러 나갔다. 그는 전우들에게 “행여 형을 만날 수 있을 지도 모르겠다”며 설레는 마음을 털어놓았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중공군이 개입했고, 국군은 경기도 일대까지 밀려 내려왔다. 그리고 1951년 9월25일, 강원도 양구군 방산면 백석산을 탈환하기 위한 전투에서 그는 숨을 거뒀다. 그렇게 그리워하던 형을 끝내 만나지 못한 회한을 품은 채.
당시 생존 전우들의 증언을 토대로 작성된 전투 기록에 따르면, 천우씨는 평소 “담배연기처럼 사라져간 전우들의 얼굴이 떠오른다. 하루하루 살아있다는 것에 감사하지만, 함께 했던 전우들을 대신해야 하는 만큼, 비겁해지지 않겠다”고 말하곤 했다.
형 만우씨는 이보다 넉 달 빠른 1951년 5월 경기 고양의 봉일천전투에서 전사한 것으로 이후 밝혀졌다.
형제의 만남은 죽은 뒤에도, 전쟁이 중단된 뒤에도, 쉽게 이뤄지지 않았다. 형인 만우씨의 유해는 1960년 발견돼 국립서울현충원에 안장됐지만, 천우씨의 시신은 60년 동안 발견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더욱이 가족들에게는 만우씨의 유해가 발굴돼 안장됐다는 사실조차 전달되지 않았다. 정확한 신원이 확인되지 않은 탓이다. 두 아들을 전장에 보내고 시신마저 찾지 못한 홀어머니는 여생을 눈물로 지내다 숨을 거뒀다고 유가족들은 전했다.
형제 상봉은 60년 만에야 극적으로 이뤄지게 됐다.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이 작년 10월 백석산 무명901 고지 능선에서 천우씨의 유해를 찾아낸 것.
국방부는 인식표에 새겨진 군번과 이름으로 신원을 확인, 육군 53사단장과 박신한 유해발굴감식단장을 직접 유가족 자택으로 보내 김관진 장관이 서명한 신원확인 통지서와 위로패·유품 등을 전달했다. 형 만우씨가 서울현충원(동작동 국립묘지)에 먼저 안장돼 있다는 사실도 이때 확인됐다.
가족과 천우씨의 옛 전우 등으로부터 사정을 전해 들은 국방부는 천우씨의 유해를 형과 함께 안장하기로 결정했다. 서울현충원이 이미 꽉 찬 상황이어서 최근 발굴된 유해는 모두 대전현충원에 안장하고 있었지만, 형제의 애틋한 우애와 희생정신을 기리기 위한 특별 조치라는 게 국방부의 설명이다.
천우씨의 유해는 화장(火葬)돼 형의 몫으로 주어진 1평(3.3㎡)의 묘지 공간에 함께 묻히게 된다. 비석은 나란히 세워질 예정.
현재 부산에 거주하는 친척 이명덕(61) 씨는 “두 아들을 전장에 보내고 시신마저 찾지 못해 눈물로 지내셨던 할머니의 한숨 소리를 지금도 기억한다”며 “두 분의 삼촌을 동시에 찾았다는 것에 그간 맺혔던 집안의 한이 한꺼번에 해소되는 것 같다”고 기뻐했다.
2007년 7월 서해 야간비행 중 순직한 박인철 대위가 1984년 팀스피리트훈련 중 순직한 아버지 박명렬 소령 옆에 묻힌 이래 현충원에 혈육이 안장된 사례는 이번이 두 번째다.
조선닷컴
국군과 미군이 지키는 낙동강 방어선을 뚫기 위한 북한군의 ‘9월 공세’가 한창이던 1950년 9월초, 경북 청도의 어느 가난한 시골 집안에서는 난리가 났다. 징집 대상도 아니었던 막내 천우씨가 “형과 함께 싸우러 가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이미 한 달 전 형 만우씨를 전장으로 떠나보낸 홀어머니는 펄쩍 뛰었다. 하지만 막내는 완강했다. 결국 막내의 고집을 꺾지 못한 홀어머니는 입대하는 천우씨를 마을 입구까지 따라나오며 눈물을 흘렸다.
천우씨는 국군이 낙동강 방어선을 무사히 지켜낸 뒤 반격에 나서면서 평양 탈환작전과 개천-덕천전투, 하진부리전투 등에 투입됐다. 그의 부대는 형이 소속된 1사단의 뒤를 따르며 전투를 치러 나갔다. 그는 전우들에게 “행여 형을 만날 수 있을 지도 모르겠다”며 설레는 마음을 털어놓았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중공군이 개입했고, 국군은 경기도 일대까지 밀려 내려왔다. 그리고 1951년 9월25일, 강원도 양구군 방산면 백석산을 탈환하기 위한 전투에서 그는 숨을 거뒀다. 그렇게 그리워하던 형을 끝내 만나지 못한 회한을 품은 채.
당시 생존 전우들의 증언을 토대로 작성된 전투 기록에 따르면, 천우씨는 평소 “담배연기처럼 사라져간 전우들의 얼굴이 떠오른다. 하루하루 살아있다는 것에 감사하지만, 함께 했던 전우들을 대신해야 하는 만큼, 비겁해지지 않겠다”고 말하곤 했다.
형 만우씨는 이보다 넉 달 빠른 1951년 5월 경기 고양의 봉일천전투에서 전사한 것으로 이후 밝혀졌다.
형제의 만남은 죽은 뒤에도, 전쟁이 중단된 뒤에도, 쉽게 이뤄지지 않았다. 형인 만우씨의 유해는 1960년 발견돼 국립서울현충원에 안장됐지만, 천우씨의 시신은 60년 동안 발견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더욱이 가족들에게는 만우씨의 유해가 발굴돼 안장됐다는 사실조차 전달되지 않았다. 정확한 신원이 확인되지 않은 탓이다. 두 아들을 전장에 보내고 시신마저 찾지 못한 홀어머니는 여생을 눈물로 지내다 숨을 거뒀다고 유가족들은 전했다.
형제 상봉은 60년 만에야 극적으로 이뤄지게 됐다.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이 작년 10월 백석산 무명901 고지 능선에서 천우씨의 유해를 찾아낸 것.
국방부는 인식표에 새겨진 군번과 이름으로 신원을 확인, 육군 53사단장과 박신한 유해발굴감식단장을 직접 유가족 자택으로 보내 김관진 장관이 서명한 신원확인 통지서와 위로패·유품 등을 전달했다. 형 만우씨가 서울현충원(동작동 국립묘지)에 먼저 안장돼 있다는 사실도 이때 확인됐다.
가족과 천우씨의 옛 전우 등으로부터 사정을 전해 들은 국방부는 천우씨의 유해를 형과 함께 안장하기로 결정했다. 서울현충원이 이미 꽉 찬 상황이어서 최근 발굴된 유해는 모두 대전현충원에 안장하고 있었지만, 형제의 애틋한 우애와 희생정신을 기리기 위한 특별 조치라는 게 국방부의 설명이다.
천우씨의 유해는 화장(火葬)돼 형의 몫으로 주어진 1평(3.3㎡)의 묘지 공간에 함께 묻히게 된다. 비석은 나란히 세워질 예정.
현재 부산에 거주하는 친척 이명덕(61) 씨는 “두 아들을 전장에 보내고 시신마저 찾지 못해 눈물로 지내셨던 할머니의 한숨 소리를 지금도 기억한다”며 “두 분의 삼촌을 동시에 찾았다는 것에 그간 맺혔던 집안의 한이 한꺼번에 해소되는 것 같다”고 기뻐했다.
2007년 7월 서해 야간비행 중 순직한 박인철 대위가 1984년 팀스피리트훈련 중 순직한 아버지 박명렬 소령 옆에 묻힌 이래 현충원에 혈육이 안장된 사례는 이번이 두 번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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