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운구가 떠난지 3시간 후에 도착한 편지에 두 번 운 경찰관들 | news | 2011-04-0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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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故) 최승한 경사 생전 모습/영천경찰서 제공 |
노인은 지난 1월 몸이 불편한 자신을 도와준 고(故) 최승한(42) 경사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는 편지를 보냈다. 노인은 “자식들이 육순(六旬)에 선물한 노트북을 도둑이 훔쳐가버려 두서없이 필(筆)로써 몇 자 전한다”면서 편지지 1장에 한자와 한글을 썩어 편지를 썼다.
그는 편지에 “신묘년 1월 16일 설한풍(雪寒風)이 휘몰아칠 때 저는 금호에서 대창으로 오던 중 다리가 아파서 절뚝거렸는데 처음 보는 분이 차를 세우면서 대창 가면 차를 타라기에 너무 고마웠다”고 썼다. 이어 “성씨와 고향을 물어보니 성씨는 최씨요, 고향은 청도이며 대창파출소에 근무한다고 했다”면서 “칠순이 넘도록 살아오면서 온정을 베풀어주신 분은 처음 보았다”고 적었다. 노인은 “바쁘시겠지만 존경하는 서장님께서 넓으신 아량으로 기회가 되면 포상이나 격려를 해주실 것을 간곡히 부탁 말씀드린다”고 끝을 맺었다.
최 경사는 지난 4일 오전 8시 30분쯤 야간 근무를 마치고 자전거를 타고 퇴근하다 중앙선을 침범하며 ‘난폭운전’을 한 택시에 치여 머리를 크게 다쳤다. 대구 경북대병원 응급실로 옮겨졌으나 결국 이날 오후 1시쯤 아내(36)와 초등학교 6학년·2학년 남매를 남기고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1999년 경찰이 된 지 불과 12년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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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의의 사고로 운명을 달리한 영천경찰서 고 최승한 경사의 장례식날 서장에게 배달된 편지/연합뉴스 |
미망인은 충격에 쓰러졌고, 초등학교 6학년 아들이 아버지 빈소를 지키면서 문상객들을 받았다. 다섯달 전 아버지를 여읜 최 경사는 주말이면 가족들과 함께 청도에 혼자 사는 어머니를 찾아가 포도 농사를 도와주곤 했지만, 이제 어머니도 아들을 더 이상 볼 수 없게 됐다.
6일 오전 5시 30분 경북 영천경찰서 정문에는 정복과 사복을 입은 110여명의 경찰관들이 도열했다. 출근했다가 집에 못 돌아왔으니 꼭 집에 들렀다 가야한다는 미망인의 뜻에 따라 어린 아들이 품에 안은 최 경사의 영정 사진은 집에 들렀다가 오전 6시쯤 경찰서에 도착했다.
최 경사와 2년 동안 함께 근무했던 영천경찰서 형사계 직원 8명이 운구를 도왔다. 최 경사의 관과 영정사진은 동료들로부터 이별 경례를 받으면서 경찰서와 대창파출소를 한바퀴 돌고 다시는 돌아올 수 없는 먼길로 갔다. 평소 배려심이 많아 어렵고 힘든 일을 도맡아하던 최 경사를 생각하며 동료들은 흐르는 눈물을 닦아야 했다. 화장된 최 경사 유해는 영천 은해사 암자 중 하나인 봉림사에 안치됐다.
서상훈 영천경찰서장은 “우리에게 잔잔한 감동을 주고 떠난 고 최승한 경사에게 경의와 애도를 표하며, 남은 가족들의 앞날에 신의 가호가 있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말했다. 동료들은 “착하고 동료애가 누구보다 많았던 최 경사가 이렇게 세상을 떠나다니 아직 믿기지가 않는다”며 안타까워했다.
조선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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