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폐지수거 78%가 70세 이상 고령자” | news | 2010-12-0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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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관악정책연구소 실태 조사, 여성 비율 70%·월수입 10만원 미만도 32%
폐지 수거노동을 하고 있는 노인들은 하루 평균 8시간 일을 하며 기상 악화 외에는 일주일 내내 일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루에 1만3000원 수준의 수입을 올리고 있으며, 폐지를 모아 판 돈과 노령연금이 수입의 전부인 경우가 많았다. 홀몸노인가구와 노부부 2인가구 대부분이 월 평균 가계 총수입 50만원 미만 구간에 속해 있었고, 노인들과 동거하는 성인자녀들도 대부분 최저임금선의 비정규직(건설일용직, 식당, 청소 등)으로 일하고 있어서 빈곤의 대물림을 보여주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생계유지를 위해 재활용품을 수거할 수밖에 없는 처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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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관악정책연구소 ‘오늘’의 이봉화 소장이 고물상을 찾아 폐지 수거 노인들의 실태를 조사하고 있다. |
“명절 빼고 하루도 쉬지 않아” 61%
관악정책연구소 ‘오늘’(이하 오늘연구소)이 2010년 9월 29일부터 한 달간 폐지를 수거하여 판매하는 노인 127명을 직접 만나 설문조사해 발표한 ‘관악구 재활용품 수거 어르신들의 생활실태와 개선방안’ 보고서를 보면 폐지 수거노동을 하는 노인들의 연령은 75~79세 구간이 가장 많았으며, 70세 이상 고령자 비율이 전체의 78%였다. 성별로는 여성이 70.1%(89명)로 대부분이었으며 남성은 29.9%(38명)이었다. 오늘연구소의 이봉화 소장은 “더 이상 임금노동에 종사할 노동능력이 없으나 빈곤으로 인해 일을 할 수밖에 없는 고령자들이 돈을 벌 수 있는 유일한 비공식 노동이 재활용품 수거일임을 짐작케 한다”며 “여성노인의 수가 훨씬 많은 이유는 노령인구에서 여성이 차지하는 비율이 높은 점, 여성노인에게 진입장벽이 낮거나 재활용품 수집 일의 특징, 체면 등의 이유로 면접에 응하지 않은 남성 노인이 많은 점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고 본다”고 분석했다.
재활용품 수거 일을 한 지는 5년 미만이 63.8%(81명)로 가장 많았고, 5~10년 미만이 18.9%(24명)였다. 이 소장은 “특히 5년 미만 중에서도 1년 미만인 경우가 많았는데, 이는 경기침체가 계속되는 가운데 재활용품 가격은 인상되었기 때문에 새로 수거 일을 시작하는 노인들이 늘어난 것”이라며 “특히 한국계 중국인들(조선족)이 수거 일에 새롭게 진입하는 현상이 눈에 띄었다”고 말했다.
노동시간을 보면 하루 8시간 이상 일하고 있는 노인들이 36.2%(46명)나 됐다. 가게나 가정에서 재활용품이 하루 종일 불규칙하게 여기저기서 배출되기 때문에 수거지역을 하루 종일 계속 돌아다닐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때를 못 맞추면 다른 노인이 수거해가는 경우가 많아 늘 준비하고 있는 상태일 수밖에 없다. 주 7일 근무도 같은 맥락이다. 눈이나 비가 오는 날, 추석이나 설 등 명절을 제외하면 하루도 쉬지 않는다고 응답한 경우가 60.8%(76명)나 되었다. “쉬는 만큼 생계에 위협이 오고, 연속적으로 일을 쉬면 경쟁자들에게 수거지역이나 단골가게를 뺏기기 때문”이라는 게 이 소장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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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에 100㎏ 이하를 수거하는 노인들이 전체 응답자 127명 중 88.2%인 112명에 달했다. 수입금액으로 보면 하루 1만3000원 미만을 버는 노인이 대부분인 셈이다. 특히 4000원에도 못 미치는 25㎏ 이하를 수거하는 경우가 26.8%나 됐다. 한 달 동안 하루도 쉬지 않고 하루 100㎏씩 재활용품을 수거한다 하더라도 40만원 정도. 1인 가구 최저생계비에도 턱없이 부족한 수입인 셈이다. 이런 노인들 대부분이 극빈곤 상태에 놓여있음을 여실히 보여준다. 이 소장은 “그러나 노인들, 특히 할머니들이 하루에 꼬박꼬박 100㎏씩 재활용품을 수집하기란 극히 어렵다”고 전했다.
이렇게 모은 폐지나 폐품은 1㎏당 최저 100원에서 최고 150원까지 다양하게 가격이 매겨진다. 노인들 중에는 거래하는 업체의 재활용품 가격이 얼마인지 정확히 모르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 월 평균 수입이 40만원 이하인 노인이 90.6%(115명)로 가장 많았고, 이 중에서도 10만원 미만이 32.3%(41명), 10만~20만원 미만이 36.2%(46명)에 달했다. 이를 포함한 월 평균 가계수입은 50만원 미만이 54.3%(69명)로 가장 많았으며, 50만~100만원 미만이 22.8%(29명)로 뒤를 이었다. 월수입을 정확히 모르는 노인도 16.5%(21명), 200만원 이상인 노인이 3명(2.4%) 있어 놀랍기도 했다. 이들의 경우 자기 집을 가지고 있고 소일거리로 하는 경우다. 홀몸노인가구와 노부부 2인가구 대부분이 월 평균 가계 총수입 50만원 미만 구간에 속해 있었다. 월 평균 가계 총수입이 100만원 이하인 노인들을 합하면 77.2%(98명)다.
연령이 높다보니 노인들의 건강 수준은 상당히 걱정스러운 상태다. 몸에 이상이 있는 경우를 보면(복수 응답) 근골격계 질환이 79명으로 가장 많았고, 이어 순환기계 질환(32명), 당뇨병(22명), 치아질환(12명), 백내장(9명) 순이었다. 질환이 없다고 응답한 경우는 14.9%(19명)에 불과했다. 또한 근골격계 질환, 당뇨병, 순환기계 질환을 동시에 앓고 있는 노인들도 많았다.
“재활용품 수거하다 상해 경험” 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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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활용품 수거시 카트나 리어카를 이용하다보니 다치는 경우도 많다. 상해를 입은 경험이 있다고 응답한 경우가 41.7%(53명)로 나타났는데, 유형을 보면 교통사고가 19명으로 가장 많았고, 이어 손·발목 등을 삐었다(15명), 손을 베였다(12명) 등이었다. 기타로 넘어지거나 미끄러져 다친 경험이 있다고 응답한 경우가 13명이다. 어지럼증, 당뇨병 등으로 일을 하다 쓰러진 경우와 카트 충돌로 다친 경우도 있었다.
생활형편이 좋지 않지만 이들의 사회적 욕구는 그리 높지 않은 것으로 분석됐다. 재활용품을 수거할 때 가장 큰 어려움을 물었을 때 재활용품의 무게가 57명으로 가장 많았고, 재활용품 감소 32명, 날씨 14명으로 뒤를 이었다. 이 때문에 ‘현 노동 환경에서 바라는 점’도 전동카트가 39명, 재활용품 증가 28명, 방한복과 장갑 12명, 수거 구역 보장 6명 순으로 나타났다. 이 소장은 “그러나 이 역시 바라는 점을 말하기는 하나 크게 기대하거나 요구하는 강도가 세지 않았다”며 “‘모르겠다’는 답변이 36명으로 많았던 것도 비슷한 이유”라고 말했다.
‘재활용품 수거 외에 유급 일자리가 있다면 그 일을 하고 싶은가?’라는 질문엔 ‘그렇다’ (50.4%, 64명)와 ‘아니다’(49.6%, 63명)가 비슷하게 나왔다. 응답은 상반되지만 응답의 이유는 유사하다는 분석. ‘예’라고 응답한 경우도 이후 질문에서 ‘공공근로’를 주로 선택한 것을 봤을 때, 재활용품 수거 일보다 덜 고되고 수입이 나은 일자리에 대한 요구가 있는 것이다. ‘아니오’라고 응답한 이유도 본인이 고령자이고 노동능력이 떨어진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에 다른 일자리를 구하기 힘들다는 생각에서 비롯됐다.
연구를 진행한 이봉화 소장은 “길을 가다가 자주 보면서 이분들을 사회적 존재로 드러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밝혔다. 이 소장은 또 “조사보고서에서도 그렇고 일부러 조사 내내 폐지나 고물 대신 ‘재활용품 수거’라는 말을 썼다”며 “그들은 폐지나 고물을 주워다 파는 그런 인생이 아니라 재활용품을 수거하는 인생, 남은 인생을 스스로의 노동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위클리경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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