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애인이라고 무조건 일자리만 주면 그만인가요” | news | 2011-07-01 |
“우리의 목표는 사회적 취약계층인 장애인 친구들의 꿈의 무대를 만들어주는 것입니다.”
전북 익산에 위치한 사회적 기업 ‘동그라미 플러스’ 구형선 대표가 말했다. 이곳은 지적 장애 등 중증 장애를 앓고 있는 이들 72명이 직업능력에 따라 압화, 육포, 임가공 사업 등의 일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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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북 익산에 위치한 사회적 기업 ‘동그라미 플러스’ |
사회적 기업 ‘동그라미 플러스’는 장애인 직업재활시설로 2000년 3월 문을 열었다. 구형선 대표는 “장애인들의 자활자립 능력을 향상시키고, 보호적 환경에서 취업과 고용을 유지하기 위해 설립하게 됐다.”며 “3개월의 교육기간을 거쳐 장애특성과 잠재능력을 고려해 각 분야로 업무 배치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동그라미 플러스’는 압화, 서각, 육포, 임가공 사업단 등 4가지 사업단을 운영 중이다. 이처럼 사업을 다각화한 것은 일자리 창출 가능성을 염두에 둔 조치이다. 장기적으로는 각 분야의 전문기술자를 양성해 자립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목표이다.
취업이 막막하기만 했던 장애인들에게 기회의 장이 열림 셈이다. 이 같은 노력으로 동그라미 플러스는 지난해 10월에는 노동부로부터 사회적 기업으로 인증 받기도 했다. 현재 30명의 일자리 사업비를 지원 받고 있다.
장애인들의 꿈의 일터로 찾아가봤다. 가장 먼저 찾아간 곳은 임가공 사업단. 12명의 장애인 근로자들이 6명씩 서로의 얼굴을 맞대고 점선으로 표기된 종이를 열심히 접고 있었다. 섬유공장이 많은 익산의 특성상 포장 및 상자 작업이 많은데, 이곳에선 작업능력이 다소 낮은 장애인 근로자들에게 상자 접기, 포장작업, 등의 일자리를 제공하고 있었다.
구형선 대표는 “임가공 사업단은 장애인 근로자들에게 첫 직장을 갖게 하는 곳”이라며 “출퇴근을 한다는 것 자체만으로 장애인 스스로가 근로자임을 인식하게 된다.”고 말했다. 주로 중증장애 근로자들이 일하고 있는데, 이 가운데 손재주가 좋은 근로자 2명은 섬유업체로 취업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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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회적 기업 ‘동그라미 플러스’에서 일하는 서각 사업단 근로자가 목재에 글씨를 새겨넣고 있다. |
두 번째로 들른 곳은 서각 사업단. 문을 열자 여기저기서 망치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이곳에선 친환경 자연소재인 목재를 이용해 현판, 액자, 종교제품, 공예품 등을 만드는 곳이다. 나무재단부터 성형, 도안, 칠 작업, 포장 등의 업무를 10명의 장애인 근로자들이 분주하게 일하고 있었다.
서각 사업단 운영을 맡고 있는 이영수 씨는 “장애 특성에 맞춰 교육을 진행하다보니 처음엔 시행착오도 많았지만 3개월 정도의 교육 뒤에는 확 달라진 모습을 보여 놀랐다.”며 “장애인 근로자들은 한 가지 일에 몰두하는 집중력이 일반인들보다 훨씬 뛰어나다.”고 말했따.
곳곳에선 목재를 앞에 두고 글씨를 새기는 근로자들이 구슬땀을 흘리고 있었다. 신체장애를 겪고 있는 박철호(36)씨는 10년째 서각 사업단에서 근무하고 있는 베테랑이다.
박 씨는 “다리는 불편하지만 원래 손재주가 좋아 관련 직업을 갖고 싶었다.”며 “목공예는 모두 수작업으로 이루어지다보니 나무 먼지 때문에 힘들기도 있지만 그래도 일할 수 있다는 것에 항상 감사하다. 특히 작품 하나를 완성하면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뿌듯함을 느낀다.”고 말했다.
바로 옆 사무실에서는 들꽃을 이용해 액세서리나 생활용품 등을 만들고 있었다. 이곳 압화 사업단에서는 전국의 장애인생산품 판매시설과 원불교 기념품 센터, 익산지역의 각종 행사에 참여해 체험 교실 등을 운영하고, 판매와 납품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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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회적 기업 ‘동그라미 플러스’에서 생산한 제품. 육포, 들꽃을 이용한 액세서리 압화, 서각, 공예품 (왼쪽부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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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그라미 플러스’에서 일하는 쌍둥이 남매가 자신이 만든 제품을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
마지막으로 육포 사업단 공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2006년 설립된 육포 사업단은 소고기와 돼지고기를 이용해 육포를 만드는 공장으로 장애인 상품에 대한 인식을 변화시키고자 품질의 우수성을 인정받는 데 목표를 두고 사업을 추진 중이다.
구형선 대표는 “교육을 통해 일반 직장으로 취업을 한 친구들도 중도 탈락하는 경우가 많았다.”며 “이런 점을 고려해 교육과 더불어 고용까지 가능한 사업을 생각하다 보니 이 같은 사업을 벌이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곳에서 만든 육포는 익산 농협, 전북대, 원광대 등 학교 매점에 납품할 정도로 인기가 높은 제품이다. 하지만 장애인 근로자들이 육포를 만들었다는 사실을 아는 곳은 거의 없다고 한다.
구 대표는 “장애인 회사라는 편견에서 자유로워지고자 홍보 단계에서부터 장애인 사업단이라는 이름을 굳이 밝히지 않고, 제품의 질로 승부한다”며 “소고기는 홍두깨살만, 돼지고기는 등심 부위만 이용해 85도 이상의 건조를 통해 육포를 만들고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이 회사의 제품은 지난 2007년 농림부로부터 HACCP도 인증도 받았다. HACCP(위해 요소 중점 관리 기준, Hazard Analysis and Critical Control Points)은 생산-제조-유통 단계별로, 과학적으로 식품의 안전을 관리하는 제도로, 세계적인 효율적인 식품안전체계로 인정받고 있다.
‘동그라미 플러스’의 특징은 1년에 한 번씩 근로자를 재선별 한다는 것이다. 중량, 무게감, 숫자 등 분야별 테스트를 거치고, 장애인 근로자들의 의견을 종합해 각 사업단으로 배치하고 있다.
덕분에 근로자들의 만족도 역시 높다. 무조건 일자리를 제공받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직업 체험을 통해 자신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분야에서 일할 수 있는 기회가 제공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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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육포 사업단에서 장애인 근로자가 육포 포장을 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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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육포 사업단 직원들이 자신이 만든 육포를 들고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
육포 사업단에서 일하는 장애인 근로자 정호선(21)씨는 “임가공 사업단부터 시작해 압화, 서각, 육포 사업단까지 다양한 분야의 직업체험해봤다.”며 “평소 음식 만드는 것을 좋아하는데 육포 사업단에서 일하는 것이 가장 재미있고, 저랑 잘 맞는 것 같다. 일하는 보람이 크다.”고 말했다.
직원 정원호(21)씨는 “집에서 먹고 놀다가 아침에 출근할 직장이 생겨 기쁘다.”며 “또래 친구들과 함께 말벗도 하고 저 스스로 뭔가 할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하다.”고 말했다.
구 대표는 “정부에서 인정해준 사회적 기업이라는 이미지 때문인지 장애인 회사라는 편견에서 많이 벗어났다.”며 “주위 인식도 많이 좋아져 매출도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고 말했다.
‘동그라미 플러스’는 앞으로 더 많은 중증장애인을 고용할 계획이다. 구 대표는 “장애인 근로자들이 사회적으로는 취약계층이지만 이들의 장점인 집중력과 지혜를 잘 살린다면 사회적 기업의 역할 모델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장애인 근로자 72명의 희망 일터, 사회적 기업 ‘동그라미 플러스’. 자신이 맡은 분야에서 구슬땀을 흘리고 있는 장애인 근로자들은 이곳에서 또 다른 희망을 일구어 가고 있었다. 앞으로 더 많은 장애인들이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되길 바란다.
공감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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