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결혼이주여성과 지역사회가 윈윈하는 법 | news | 2011-01-1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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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지금부터 영어로만 말하세요. 릴리, 이게 뭐예요?”
“This is a pencil! (이것은 연필이에요)”
“오케이~ 잘 했어요. 이번엔 제임스. 저게 뭐예요?”
“That is a car! (저것은 차예요)”
“잘했어요!”
서울 은평구 대조동 주민센터에서 필리핀 출신 결혼이주여성인 박 데이지 마르코스씨(37·여)가 초등학생 6명에게 영어를 가르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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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사 박 데이지 마르코스 씨가 영어회화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
결혼이주여성이 영어강좌 진행
대조동 주민센터에서는 올 1월부터 ‘꿈나무 어린이 영어회화’라는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다문화가정 여성이 아이들에게 영어를 가르치는 수업이다.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3월까지 진행하는데, 일주일에 두 번 두 시간 동안 진행한다. 수강료는 한 달에 1만1000원으로 비교적 저렴한 편이다.
대조동 주민센터의 강경순 주임은 “이주여성에게는 사회참여 경험도 쌓고 경제적인 자립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동시에 아이들에겐 저렴한 가격으로 영어를 배우는 기회를 마련하기 위해 이 프로그램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대조동 주민센터에서 이 같은 수업을 마련한 것은 박 데이지 마르코스씨의 딱한 사정을 돕기 위해서다. 지난해 4월 한국에 온 박씨는 다문화가정 여성이 한국 사회에 정착하는 것을 돕는 프로그램인 ‘아시아를 품은 대조동’ 프로젝트에 참여했는데, 이때 프로젝트 운영진은 박씨가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점을 알게 됐다.
그녀의 사정을 딱하게 여긴 운영진은 그녀가 필리핀에 있을 때 영어 학원에서 한국인을 가르치고 영어 과외도 해온 경력을 활용해 주민자치프로그램의 정규 강좌를 만들기로 했다. 주민센터에선 지난해 12월 주민자치월례회의 때 이 같은 사항을 결정하고 올해 1월 꿈나무 어린이 영어회화 수업을 시작했다.
대조동 주민센터의 김지영 주무관은 “지금은 수업을 시작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6명만 등록했지만, 나중에 강의 수요가 늘면 영어회화 강의를 더 늘릴 수도 있다”며 “영어회화 강좌는 앞으로도 계속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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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사 박 데이지 마르코스씨가 학생과 즐겁게 수업하고 있다. |
“영어를 쉽고 재미있게 배울 수 있게 돼서 좋아요”
수업은 100% 영어로 진행한다. 박씨가 한국어를 거의 구사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학생들도 선생님이 한국어를 할 줄 모른다는 걸 알기에 수업 때에 서툴더라도 영어만 사용한다.
“Teacher~(선생님)”이라고 외치며 모르는 게 있으면 번쩍 손을 들기도 하고, 때론 손짓발짓을 해가며 선생님께 의사전달도 한다. 종종 선생님이 하는 말을 옆 친구가 못 알아들으면 서로 통역을 해주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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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가을양(왼쪽)과 이시연양이 열심히 공부하고 있다. |
수업에 참여한 양가을양(9·대조초2)은 “평소에 집에서 아빠한테 영어를 배우다가 엄마가 이 프로그램을 알게 돼서 오게 됐다”며 “영어를 쉽고 재미있게 배울 수 있어서 좋다”고 말했다.
이시연양(10·대조초3)은 “선생님이 영어로만 수업하시지만 쉽게 잘 가르쳐주셔서 이해하기가 어렵지않다”며 만족해 했다.
김유들빛양(8·대조초1)은 “화가와 가수가 되는 게 꿈이어서 평소에 미술학원과 피아노학원 등만 다녔는데 이곳에 와서 영어를 배우게 되어서 좋다”고 말하며 활짝 웃었다.
“아이들을 가르치게 된 건 영광이랍니다”
강사 박씨는 강의료로 한 달에 48만원을 받는다. 그녀는 “한국 아이들에게 영어를 가르치게 된 건 영광”이라며 “더 효과적으로 가르치는 선생님이 되고 싶고 열정적으로 가르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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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업을 진행하는 박 데이지 마르코스씨. |
그녀는 이어 “특히 남자 아이들이 잘 안 따라주고 집중을 안 할 때도 있지만 엄마 같은 마음으로 인내하려고 한다”며 “아이들이 항상 사랑스럽다”고 말했다.
“영어를 배우는 데에는 흥미가 가장 중요해요. 아이들이 영어에 가능한 한 흥미를 많이 가질 수 있도록 도와주고 싶어요. 한국에 온 이후로 여러 가지 적응할 것이 많아서 생각이 복잡했었는데 무언가 집중할 일이 생겨서 정말 좋아요.”
결혼이주여성에게 사회참여 기회를 제공하고 경제적인 어려움도 해소하며, 지역의 초등학생들에게 저렴하게 영어를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일석삼조의 프로그램. 더 많은 아이들이 참여해 더 좋은 결과를 이뤘으면 한다.
공감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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