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으로 자신감 찾은 다문화여성 | news | 2011-01-2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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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문화가정 여성 사진 강좌가 있는 날이면 ‘오늘은 어떤 내용을 배워서 더 멋진 사진을 찍을 수 있을까?’ 하는 설렘을 느꼈습니다. 제게 다문화가정 여성 사진 강좌는 설렘의 이유이자 여러 사람과의 만남의 이유였습니다.”
부산 중구 또따또가 커뮤니티 갤러리에서 만난 베트남 출신 다문화가정여성 딘 타이만씨(27)의 이야기다. 그녀는 부산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의 2010 우수문화예술교육프로그램 지원사업 중 하나인 다문화여성을 위한 사진강좌 수업에서 찍은 사진을 이곳에 전시하고 있다.
부산문화재단에서 운영하고 있는 부산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에서는 지난해 10월부터 3개월간 다문화를 대상으로 한 우수문화예술교육프로그램을 발굴, 지원하는 사업을 진행했다. 그 중 하나가 다문화가정 여성을 위한 사진교육프로그램이다. 수강생들은 강의를 들으며 사진을 찍었고, 그 결과물을 전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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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월 7일 다문화가정 사진전 개관식 장면. |
부산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 우수문화예술교육프로그램 지원사업 담당자는 “부산은 항구도시이자 국제화도시로 결혼이주여성, 새터민, 외국인노동자, 외국인유학생, 다문화가정 아동·청소년 같은 다문화 대상자가 많지만, 주로 산동네 같은 문화예술 소외지역에 살고 있다”며 “이들에게 문화예술을 누릴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줘야겠다는 생각에 2010년 사업 주제를 다문화로 정했다”고 설명했다
센터에서는 다문화를 주제로 한 우수문화예술교육프로그램을 공모해, 이 중 사진프로그램을 포함한 5개 교육프로그램를 선정하고 총 2000만원을 지원했다.
사진프로그램은 사진가 쁘리야 김씨가 신청했다. 현재 부산시에서 예술가에게 작업실을 지원해주는 ‘또따또가 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쁘리야 김씨는 “대부분의 시간을 가정에서 보내는 다문화가정 여성을 사회를 이끌어내기 위해 강좌를 기획했다“고 설명했다.
“다문화가정 여성의 사회적 입지는 취약합니다. 대부분의 시간을 집에서 보내기 때문에 자신이 살고 있는 곳이 얼마나 아름다운 곳이며, 자신이 정말 하고 싶은 것은 무엇이며, 어떤 활동을 하면서 흥미를 느낄 수 있을지 잘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다문화가정 여성이 사진촬영 강좌에 흥미를 느껴서 ‘다음엔 좀 더 새로운 것을 배워볼까?’하는 생각이 들 수 있도록 수업을 재밌고 알차게 진행하려고 했습니다.”
사진가 쁘리야 김씨는 2010년 11월 11일부터 12월 23일까지 한 주에 두 번, 회당 세 시간씩 다문화여성 17명에게 카메라 조작법과 사진의 구도 등 사진촬영에 필요한 기본적인 상식을 가르쳤다.
이때 그녀는 수업마다 사진촬영 과제를 제시해 과제 때문이라도 자신이 속해있는 지역사회 곳곳을 둘러볼 수 있도록 유도했다. 수업에 부산 용두산공원, 해운대, 부산국제시장 같은 부산의 명소로 떠나는 현장체험활동을 넣어서, 다문화 여성이 부산시민으로서 자부심을 느낄 수 있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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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 사진전을 준비했던 다문화가정 여성들과 그들의 자녀. |
그리고 이들이 찍은 사진 중 최고의 작품을 모아 ‘다문화 가정 여성사진전-사진, 걷는자의 꿈’이라는 제목으로 사진전을 열었다. 쁘리야 김씨는 “사진 강좌의 결과물을 전시해 많은 분들에게 지금까지의 성과물을 알리고 다문화가정 여성분들에게 일종의 성취감을 느낄 수 있게 해주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저는 전시회에서 다문화가정 여성이 본 한국의 모습, 다문화가정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그들의 삶이 한국인의 삶과 다르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특히 다문화가정 여성은 수업에 큰 열정을 보여줬어요. 이들은 어린 자녀와 남편, 시부모와 함께 사는 경우가 많은데, 그러다보니 가족이 아프면 수업에 나오지 못했어요. 그런데 어떤 분들은 수업에 아이를 업고 오기도 했어요. 올해 겨울 날씨가 굉장히 춥잖아요? 열정에 깜짝 놀랐어요. 전시회를 연 것은 이를 기억하기 위해서이기도 합니다.”
전시회에서 만난 다문화가정 여성들은 이번 강좌와 전시회 덕택에 사회에 한걸음 더 나올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한국에 온지 1년 정도 됐다는 베트남 여성 전티수언 트엄씨(23)는 “사진 강좌를 배우기 시작한 날부터 매일 어린 아기의 사진을 찍기 시작했고 그 작품 중 일부를 전시했다”고 말했다.
“사진 강좌를 배우고 나서 매일 남편과 아이 사진을 찍는 즐거움이 생겼습니다. 지금 매일매일 아이가 자라는 모습을 찍고 있는데 아이한테 좋은 기념선물이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또 이곳에 오면 다른 다문화가정 여성들과 여러 가지 사는 법도 공유하고, 함께 부산 곳곳을 여행할 수 있어서 정말 좋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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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시회에서 다문화가정 여성들은 각자 2~3개의 작품을 출품했다. |
한국에 온지 3년 된 몽골 출신 토야씨(35)는 “사진을 찍으러 다니다 보면 한국인과 몽골인들의 사는 방식이 다를 게 없다는 것을 느꼈다”고 설명했다.
“평소에는 늘 집에만 있었는데 사진전시회를 준비하느라, 또 과제를 하느라 집 가까운 곳부터 조금 먼 곳까지 다양한 곳에 다니면서 사진을 찍었습니다. 제 카메라 안에 담긴 한국 사람들의 사는 모습은 몽골 사람들의 사는 모습과 별로 다를 게 없었습니다.”
베트남에서 한국으로 온지 3년 반 정도 됐다는 버디튀 장씨(28)는 “베트남에서 배우고 싶었던 사진 강좌를 한국에서 배울 수 있었다”며 굉장히 좋아했다.
“예전부터 사진 강좌를 꼭 배우고 싶었는데, 베트남에선 기회가 없어 배우지 못했어요. 이런 강좌가 있다기에 얼른 신청했습니다. 항상 어린 아기와 함께 집에 있어서 심심했는데, 아기와 외출도 하고, 사진도 배우고, 다른 다문화가정 여성과 한국 음식 만드는 얘기, 아기들 키우는 얘기, 남편 얘기 등 여러 가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서 정말 좋았습니다. 또 제 이름으로 작품들을 전시할 수 있는 기회까지 생겨서 정말 좋습니다.”
사진가 쁘리야 김씨는 “짧은 시간이었지만, 알찬 성과를 만들어낼 수 있어 뿌듯하다”고 말했다.
“다문화 가정 여성들이 매우 열정적이고 적극적으로 강의에 임하고, 전시회를 준비했습니다. 그래서 짧은 기간에도 아주 멋지고 좋은 작품들을 많이 출품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앞으로도 여러 기관에서 이런 프로그램에 관심을 보이고 지원을 해줘서 좀 더 많은 다문화가정 여성분들이 혜택을 받았으면 합니다.”
다문화가정 여성들은 사진 강좌를 통해서 단순히 사진만 배운 것은 아니라고 말했다. 그들은 사진 강좌를 통해 외로운 타지생활을 의지할 친구를 만났고, 자신들이 속해 있는 부산 곳곳의 아름다운 장면들을 마주했고, 사회에 한걸음 더 나온 스스로의 모습을 발견했다. 앞으로 이런 프로그램이 늘어나 그들이 사회에서 더 왕성하게 활동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부산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 : http://www.bsarte.or.kr/
공감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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