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중한 생명구하고 뇌사 | news | 2011-09-20 |
신상봉 씨, 생면부지 탈북 여성 위해 새벽 바다에 몸을 던졌다
바다에 빠진 탈북여성을 구한 30대 자영업자가 정작 자신은 뇌사상태에 빠져 사경을 헤매고 있는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주변을 안타깝게 하고 있다.
사무기기판매업을 하는 1인 기업주인 신상봉(38·부산 연제구 거제4동) 씨는 지난달 7일 친구 최모(38)씨와 함께 해운대해수욕장 동편 끝자락에 위치한 청사포등대 방파제 위에서 새벽바람을 쐬고 있던 중 방파제 아래쪽 해변을 걷던 한 여성에게 거센 너울성 파도가 덮치는 것을 목격했다.
바다에 빠진 사람은 지난해 탈북해 부산 해운대구에 정착한 이모(32)씨였다.
신씨는 순간적으로 “아가씨 안돼…”하고 고함을 친 뒤 바다 속으로 뛰어들어 허우적거리는 이씨를 안간힘을 다해 방파제 위로 밀어올렸으나 정작 본인은 태풍 무이파로 높아진 파도에 휩쓸렸다.
신씨의 도움으로 깊은 바다로 휩쓸려가지 않고 떠있던 이씨는 그새 고함소리를 듣고 달려온 새터민 친구 안모(32·여·충남 서산시)씨와 인근 주민이 던져준 밧줄을 잡고 방파제 위로 올라오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구조 주민이 다시 바닷가로 내려왔을 때 신씨는 힘이 부쳐 의식을 잃었는지 던져준 밧줄을 잡지 못했다. 신고를 받은 119구조대가 8분여 만에 현장에 도착해 신씨를 구조했으나 물을 잔뜩 먹고 실신한 그는 이미 자가호흡이 멈춘 상태였다. 구조대는 심폐소생술을 한 뒤 인공호흡기를 씌워 인근 인제대 부속 해운대백병원으로 후송했다.
저산소로 뇌손상을 입은 신씨는 현재 중환자실에 입원해 있다. 패혈증과 함께 혈압이 매우 낮아 승압제를 투여 받고 있다. 눈에는 곰팡이균이 급속히 번져 안구 적출수술을 해야 하지만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병원 관계자는 “환자는 현재 뇌기능 정지상태이며 혈압을 유지시키기 위해 강력한 승압제를 투여하고 있지만 상황이 악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평생 이웃 위해 살아온 ‘봉사마니아’
구조된 이씨는 “‘아가씨 안돼’ 소리를 들음과 동시에 파도가 덮쳐 정신을 잃었다가 눈을 떠보니까 물속이었고 한 아저씨가 바다 속에서 저를 뭍으로 밀어내고 있었다”며 “친구의 구조요청을 받은 인근 주민이 던져준 밧줄을 잡고 방파제 위로 올라왔다”고 증언했다.
함께 응급실로 실려 온 이씨는 “인공호흡기를 달고 있는 신씨를 먼발치에서 본 뒤 치료비 부담 때문에 겁이 나 사고 당시의 상황을 경찰과 신씨 가족에게 얘기할 엄두를 내지 못했다”며 “입원 3일 뒤 중환자실에서 사경을 헤매고 있는 신씨를 본 뒤 ‘나 때문에 한 사람이 죽어간다’는 생각에 뒤늦게 진실을 털어놓았다”고 고백했다.
자신이 다니던 부산 연제구 소재 거제성당에서 ‘봉사마니아’로 불리는 의인 신씨는 평소에도 불의를 보고는 참지 못하는 정의파였다. 그는 7월 하순 집중호우로 피해를 입은 부산 영도지역 수해복구를 도왔고 매주 일요일 영아원 등을 성당 동료와 방문, 청소와 빨래 등을 거들었다.
지난 20여년 동안 40여 차례 헌혈을 한 신씨는 헌혈증서를 대부분 주변의 어려운 수술환자들에게 나눠주고 대여섯장만 남아있다.
초등학교 2학년에 다니는 아들과 유치원에 다니는 딸을 둔 신씨. 아내 김혜경(36)씨는 그에 대해 “남편은 평소에도 남 도와주는 걸 좋아했고 의협심이 지나쳐 늘 제가 책망을 할 정도였다”며 “좋은 일 했으니까 훌훌 털고 일어나길 바라는데 의료진이 조심스레 장기기증 의중을 피력하는 것으로 보아 절망적인 것 같다”고 말했다.
처음엔 단순 실족사고인 줄 알았던 신씨 가족은 뒤늦게 상황을 파악한 뒤 최근 이씨가 써준 사건발생확인서를 근거로 의사상자 지원 신청을 거주지 관할 구청에 제출할 준비를 하고 있다.
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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