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할머니의 따뜻함으로 아이들을 돌봐줘요 | news | 2011-03-1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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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왜 이렇게 빨리 왔어?”
“할머니랑 더 놀다 갈거야?”
동작구 은빛나눔터에서 놀고 있던 휘언군(6)과 휘언군을 데리러 온 손현주씨(39)의 대화다.
동작구 건강가정지원센터에 위치한 은빛나눔터에는 총 13명의 은빛아이지킴이 선생님들이 활동하고 있다. 60세 이상 여성으로 구성된 은빛아이지킴이 선생님들이 만 20개월부터 만 11세의 아이들을 1대1로 맡아 돌봐준다. 아이들의 등하원(굣)길을 돌봐주거나 방과 후에 부모님이 데리러 오기 전까지 함께 놀아주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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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동작구 건강가정지원센터에서 은빛아이지킴이 선생님들이 아이들을 돌보고 있다. |
동작구 건강가정지원센터의 김예리 사무국장은 “은빛나눔지킴이 사업이 보육의 사각지대를 해소할 수 있다.”고 말했다.
“부모님이 어린이집이 문을 열기 전에 출근하거나 어린이집 일과가 끝날 때에 맞춰 아이를 데리러 가기 힘든 경우가 있어요. 아니면 갑자기 일이 생겨 아이를 돌봐줄 사람이 필요한 경우도 있죠. 은빛나눔터는 오전 7시~12시, 오후 3시~10시까지 운영하고 그때그때 신청해서 이용할 수 있기 때문에 이런 상황의 아이들을 돌봐줄 수 있어요.”
“어르신들의 일자리 창출 뿐만 아니라 세대간 교류도 가능해”
은빛아이지킴이 선생님들은 동작구에 거주하시는 60세 이상의 여성들로 40시간의 양성교육과 면접을 통해 선발된다.
김예리 사무국장은 “짧은 시간의 면접만으론 어르신들이 은빛아이지킴이로서 적합한지 판단하기 어렵다.” 며 “양성교육 동안의 교육 열의와 언어 습관, 약속 시간 준수 등의 태도를 보고 종합적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은빛아이지킴이 사업은 김예리 사무국장의 의견으로 2008년 동작구에서 시작한 시범사업이 그 시작이었다. 시범사업을 운영하며 확신을 얻은 김 사무국장은 2009년 동작구 일자리 창출을 위한 시민 공모에 은빛아이지킴이 사업을 제안했다. 그리고 동작구가 이를 받아들여, 2009년 4월부터 동작구 건강가정지원센터에서 은빛아이지킴이 사업을 정식으로 시행하고 있다.
김 사무국장은 “은빛아이지킴이 사업은 어르신들께 소일거리를 제공하기 위해 시작했다.”며 “보통 4~5명의 아이들을 키우셨던 어르신들의 양육 노하우를 활용해야 한다.”고 은빛아이지킴이 사업의 계기를 밝혔다.
“여성가족부의 조사 결과를 보면 많은 아이들이 할아버지와 할머니를 가족으로 생각하지 않는다고 해요. 핵가족화가 되면서 같이 사는 사람들만 가족으로 생각하는 거지요. 그래서 지금은 아이들이 할머니와의 관계, 그 따뜻함을 경험하지 못하고 있어요. 저는 아이들이 은빛아이지킴이 선생님을 통해 그 따뜻함을 경험할 수 있고 이것이 곧 좋은 양육으로 연결된다고 생각해요.”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
동작구 건강가정지원센터의 황아영 선생님은 은빛아이지킴이 선생님들을 통한 아이들의 변화에 대해 이야기했다.
“2009년 10월부터 은빛나눔터를 이용하고 있는 아이가 있어요. 부모님의 직장이 멀어 아이를 잘 돌보지 못했나봐요. 그래서 2009년 당시 아이는 정서적인 문제까지 겪고 있었어요. 하지만 1년 반 동안 선생님들이 잘 돌봐주셔서 요즘은 말도 잘하고 활발해 졌답니다.”
그리고 어느 다문화 가정 아이의 경우도 소개했다.
“처음에 이 아이는 5살인데도 말을 하지 못했어요. 그래서 선생님이 매일 동요를 불러주고 가르쳐주었더니 어느 날 아이가 ‘엄마’라는 말을 하더라구요.”
“이용 요금도 저렴해 호응이 너무 좋아”
은빛나눔터는 2시간 이용이 기본이고 1시간씩 이용시간을 추가할 수 있다. 기본 2시간에 4000원, 추가 시간당 4000원이면 아이 한 명이 은빛나눔터를 이용할 수 있다. 요금이 이렇게 저렴한 것은 동작구의 재정지원 때문이다.
은빛아이지킴이 선생님들이 최선을 다해 돌봐주고 요금도 이렇게 저렴하니 주민들 반응이 아주 좋다고 한다.
김예리 사무국장은 “주민들의 반응이 너무 좋아 현재 한달에 약 500건 정도 이용 신청이 들어오고 있다.”며 “더 많은 주민들이 이용할 수 있도록 요금을 작년에 비해 500원 인상해야 할 정도.”라고 말했다.
은빛나눔터는 이용 신청방법도 간단하다. 동작구 건강가정지원센터 홈페이지( http://dchfc.familynet.or.kr )나 팩스, 전화, 이메일을 통해 이용 신청이 가능하다. 직접 은빛나눔터를 방문해 신청해도 된다.
“모두가 행복한 이 곳”
동작구 건강가정지원센터에 위치한 은빛나눔터를 찾았다. 복도에서부터 아이들 웃음소리가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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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은빛나눔터에서 함께 놀고 있는 아이들. |
같은 어린이집 친구인 휘언군(6)과 우진군(6)이 장난감을 가지고놀고 있었다.
휘언군은 은빛나눔터가 얼마나 재밌냐는 물음에 손가락 10개를 펴보이며, “오늘은 축구하다 골인했어”라고 말했다.
옆에 있던 우진군은 “난 만백번 재밌어”라며 맞장구쳤다. 이어 우진군은 은빛나눔터에서 언제가 가장 좋았냐는 물음에 “안 아플 때…”라고 말했다. 알고 보니 오랫동안 우진군을 돌봐주시던 은빛아이지킴이 선생님이 편찮으셔서 2달동안 나오지 못하고 계신다고 한다. 선생님을 생각하는 우진군의 마음이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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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복련 은빛아이지킴이 선생님과 우진군과 휘언군, 휘언군의 어머니 손현주씨 |
휘언군의 어머니 손현주씨(39)는 어린이집을 운영하고 있는데도 은빛아이지킴이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 손현주씨는 “아이가 매일 은빛나눔터에 오는데 1년동안 한번도 가기 싫다는 말을 한적이 없다”며 “선생님들이 1대1로 정성껏 돌봐주시니 안심되어 좋다.”고 말했다.
“제가 어린이집 원장인데 왜 아이를 다른 곳에 맡기냐는 질문 많이 받아요. 전에 제가 운영하는 어린이집에 아이를 데리고 있어보니, 다른 아이들을 돌보느라 제 아이에게 미쳐 신경을 써주지 못했어요. 그래서 저와 아이 모두 스트레스를 받았어요. 그런데 이 곳을 이용한 뒤로 그런 스트레스는 없어졌어요. 아이가 이 곳에서 재밌게 놀다 집에 오는 것을 좋아해요. 그리고 저도 스트레스를 받지 않고 일을 마칠 수 있으니까 집에서 아이를 더 잘 돌보게 되더라구요."
이어 손현주씨는 “아이가 어릴 땐 할머니 집에 가는 것을 싫어했는데 요즘 은빛나눔터에서 돌아오면 할머니 집에 가자고 한다.”며 “아이가 전보다 커서 그런지도 모르지만 은빛아이지킴이 선생님들의 영향이 있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휘언군을 돌봐주고 있는 이복련씨(67)는 2009년 8월부터 은빛아이지킴이 선생님으로 활동하고 있다.
이복련씨는 “집에서 할일 없이 있는 것보다 아이들이랑 노니 시간도 빨리 가고 재밌다.”며 “건강만 허락한다면 계속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아이가 자신과 더 있고 싶다고 데리러 온 엄마한테 안 가려고 할 때나 할머니도 집에 같이 가자고 할 때 은빛아이지킴이 선생님으로서 가장 보람을 느낀다.”고 웃으며 말했다.
이예리 사무국장은 “올해 3명의 은빛아이지킴이 선생님을 더 충원할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이 사무국장은 이어 “집에서 방치되고 있는 초등학생들이 나쁜 길로 빠지기 쉽다.”면서 “현재 주로 미취학 아동들이 은빛나눔터를 이용하고 있는데 10살, 11살의 초등학생들도 은빛나눔터를 이용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은빛나눔터에는 60년의 시간을 넘어, 한 세대를 넘어 할머니와 아이들이 웃음꽃을 피우고 있었다. 은빛아이지킴이 선생님들은 활기가 넘쳤고 아이들은 웃음이 넘쳤다. 이 건강한 웃음이 동작구에서 계속 되기를, 그리고 다른 지역에서도 시작되기를 희망해 본다.
공감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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