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숙인 60명에게 목돈 쥐어준 이 사람 | news | 2011-11-03 |
“혹시 노숙인이라는 단어 중 ‘노숙’이라는 단어가 무슨 뜻인 지 아십니까? 흔히들 '길에서 숙식을 해결한다'라는 뜻으로 알고 계시는 분들이 많으실거에요. 하지만 사전에서 살펴보면 이슬 로(露), 잘 숙(宿)의 뜻을 갖고 있는 단어입니다. 풀이하면 이슬을 맞으며 한댓잠을 자는 사람이라는 뜻이지요. 노숙인에 대한 편견을 갖고 있는 사람이 이제는 더이상 나오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10월 25일 ‘저축의 날’을 맞아 열린 ‘노숙인 저축왕 대회’에서 노숙인 60여 명의 자활의지를 되살린 공로를 인정받아 표창장을 받은 구세군자활복지센터의 이정훈(41) 과장의 이야기다.
이 씨는 “저축과 활동 모두 우리 아저씨(노숙인)들과 함께 했는데, 오로지 나만 부각되는 것 같아 많이 쑥스럽다.”며 수상 소감을 전했다.
 |
| 10월 25일 저축의 날을 맞아 표창장을 수상한 구세군자활복지센터 이정훈씨 과장. 이 씨는 희망플러스통장 가입을 유도해 노숙인 60명의 자활의지를 북돋운 공로를 인정받았다. |
서울시는 지난 2008년부터 노숙인들을 대상으로 한 저축왕 선발대회를 진행하고 있다. 서울시의 노숙인 자활정책 중 하나인 ‘희망플러스통장’ 가입을 유도하고, 자활을 독려하기 위한 취지이다.
희망플러스통장이란 본인이 저금하는 금액에 상응하는 액수를 매월 매칭지원금으로 지원하는 통장이다. 간단히 말해서, 20만 원의 금액을 저금하면 20만 원의 이자가 붙는 식이다. 원금의 2배의 효과를 보게 된다고 해서 ‘마법의 통장’으로도 불린다.
서울시청 복지건강본부 자활지원과의 기재일 주무관은 “단순히 돈만 넣는다는 생각으로 저축을 한다면 동기부여가 되지 않을 것 같아 노숙인들이 가입하기 쉽지 않은 희망플러스통장 가입에 우선순위를 부여해 매년 노숙인들을 선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
| 서울시가 노숙인들의 자활의지를 불러일으키기 위해 실시중인 ‘희망플러스통장’. 매칭지원금을 통해 저축한 금액의 두 배를 이자로 돌려주는 통장이다. |
이번에 표창을 받은 이 씨 역시 ‘희망플러스통장’을 노숙인들에게 소개하며 자활의지를 북돋았다.
”보통 저희 센터를 처음 들어오시는 노숙인들은 대부분 무일푼으로 들어오는 경우가 많아요. 그분들을 저희 센터 안에서 생활하시도록 권유하고, 대신 아낀 고시원 생활비나 월세는 모두 저축하도록 유도하고 있지요. 생활은 저희 센터에서 하시고, 거주 비용을 저축할 수 있도록 해드리는 거예요.”
이 씨의 권유를 받고 한 달에 60만 원씩을 저축해 현재 400만 원이 넘는 목돈을 마련했다는 한 복지 시설 이용자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지난해까지만해도 갈 곳이 없었던 노숙인 최정철(가명)씨는 현재 청약 저축은 물론, 일반 자유 입출금 통장을 비롯해 적금 통장까지 통장 3개를 보유하고 있다. 또 센터에서 연계해주는 노숙인 대상 인문학 강좌인 ‘희망의 인문학’ 강의까지 모두 수료한 모범생(?)이기도 하다.
 |
| 이정훈 씨가 노숙인들과 취업 상담을 하고 있다. |
최 씨는 “목돈을 손에 넣으니 전에는 느껴볼 수 없었던 자존감과 뿌듯함이 생기기 시작했다.”며 미소 띤 얼굴로 말문을 열었다.
“센터에 와서 이 선생님을 만나기 전까지는 돈을 만져볼 기회조차 없었어요. 저도 그랬지만, 대부분의 노숙인들은 빚더미에 올라앉아 있기 때문에 돈이 생기면 빚을 갚느라 허덕이기 일쑤이지요. 목돈 마련은 꿈도 꿀 수 없는 일이었지요.”
최 씨는 희망플러스통장에 가입하기 전에도 다른 곳에서 저축을 하라는 권유를 받은 적이 종종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기존의 적금통장은 자율 입출금 방식이어서 저축의지가 사그라들기 십상이고, 언제든 마음만 먹으면 중단할 수 있어 자활의지를 꾸준히 이어가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그는 “어렵게 손에 쥔 목돈인 만큼 조그마한 가게를 하나 운영하면서 차근차근 노후를 대비하고 싶다.”며 “건강 관리도 해가며 저축도 꾸준히 해나갈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그의 마지막 말이 압권이다. “이제 살아야 할 이유가 생겼잖아요.”
 |
| 희망플러스통장은 자율 입출금 방식의 일반 저축통장과 달리 매월 일정금액을 저축하면 동일한 액수의 이자를 붙여 만기가 되면 돌려주는 방식이어서 의지박약한 노숙인들이 목돈을 마련하는 데 용이하다. |
구세군자활복지센터의 이정훈 씨는 ”지난 6월 한달에만 노숙인 45명이 저축에 참여해 현재 모두 8천만 원 가량의 거금을 마련할 수 있었다.”며 “자활 의지도 없이 방탕한 생활을 하던 노숙인들이 삶의 의지를 되찾았다는 얘기를 할 때 가장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사실 저도 처음 이 일을 시작하기 전에는 노숙인에 대한 편견을 갖고 있었어요. 술이랑 놀기만 좋아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했지요. 하지만 아니었어요. 옆에서 조금만 도와주면 그들도 똑같이 삶의 의지를 가질 수 있는 같은 사람들이예요. 노숙인들을 늘 부정적으로만 보는 사람들도 이젠 생각을 조금만 바꿔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공감코리아
 |
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