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년간 98명 키워 입양 보낸 '홀트(홀트아동복지회) 큰엄마' 애들 곁 떠난다 | news | 2011-12-1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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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0년간 홀트아동복지회에서 입양 대기 아이들을 돌봐 온 김기년씨가 9일 오후 서울 양천구 신정동 자택에서 마지막 위탁아를 안은 채 활짝 웃고 있다. /이진한 기자 magnum91@chosun.com |
위탁모 김기년씨 정년 퇴임
생활비 보태기 위해 첫 시작, 처음 맡은 아기 해외 보낸후 1주일간 밥 못먹고 앓아누워
"유럽에 가 '내 아기' 만났는데 '한국 엄마'라고 불러 눈물"
"우리 아가, 손님 오셨으니까 엄마가 옷 입혀줄게."
9일 오후 서울 양천구 신정동의 2층 단독주택. 빨간색 꽃무늬 남방을 입은 김기년(66)씨가 며칠 뒤면 돌을 맞는 대웅이의 기저귀를 갈고 바지를 입혔다. "음…마, 음…마." 아기는 옹알이를 하고 있었다.
김씨는 홀트아동복지회에서 20년간 입양 대기 아기를 돌본 위탁모다. 그동안 아기 98명이 그의 품을 거쳤다. 지금 돌보는 대웅이는 위탁모로 맡는 마지막 아기가 된다. 김씨가 이날 오전 10시 서울 마포구 합정동 홀트아동복지회에서 정년 명예퇴임을 했기 때문이다. "퇴임을 했지만, 대웅이가 새로운 가정을 찾을 때까지는 제가 엄마 하기로 했어요."
김씨는 1984년 5월부터 홀트아동복지회에서 위탁모를 시작했다. 남편은 1983년 11월 사우디아라비아 아파트 건설 현장으로 떠나 힘들게 벌어서 돈을 부쳤고, 김씨도 2남 1녀를 키울 생활비에 보태려고 위탁모로 나섰다.
"생계에 도움이 될까 해서 서른아홉 나이에 위탁모 활동을 시작해 처음으로 6개월 된 여자아이를 맡았어요. 아직 발육이 덜 돼 해외로 입양을 가지 못한 아이였죠. 우는 소리에 잠도 제대로 못 잤지만 그렇게 예뻐 보이더군요."
5개월 후 첫 아기를 해외로 입양 보낼 때는 가슴이 무너지는 듯했다. 그는 아기를 보내고 일주일 동안 밥도 못 먹고 앓아누웠다고 한다. "아기에게 입혔던 옷과 장난감만 보면 눈물이 흘렀다"고 했다. 그 충격이 너무 커서 위탁모를 그만두려 했다. 하지만 홀트의 권유로 새로운 아기를 맞았다.
처음에는 먼저 떠나보낸 아기가 생각나 정이 안 갔지만, 차츰 새로운 아기가 눈에 들어왔다. 옹알이하는 모습, 기어다니는 모습 하나부터 열까지 아기가 사랑스러워 보였다. 그는 "그렇게 위탁모 생활을 이어갔다"며 "1990년 9월에 난소에 물혹이 생겨 제거 수술을 받느라 쉬었고, 1996년 4월에 다시 위탁모 생활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가족은 몸도 안 좋은데 그만두라고 했지만, 세상에 태어나자마자 상처받은 아이들을 돌보는 게 내 일이다 싶었어요. 엄마 품이 필요한 아기를 고이 길러 양부모에게 안겨주고 그 빈 가슴이 시려서 다시 새 아기를 보듬기 시작한 일이 이렇게 오래 이어질 줄 몰랐죠."
김씨는 5~6개월 정도 아기를 돌보다 입양할 곳이 정해지면 작별한다. 매번 가슴에 큰 구멍이 나는 것 같다고 한다. 그래서 그에게는 일주일에 두세 번 그동안 맡아왔던 아이들 사진을 꺼내 보는 버릇이 생겼다.
작은 상자에 담긴 사진은 대부분 아기들을 입양 보내면서 마지막으로 찍은 사진이다. 국내·외로 입양 간 아이들이 커가는 모습을 담은 사진도 있다. 아이들의 양부모가 홀트에 보내줘 김씨 손에 도착한 사진들이다.
그는 "사진을 보며 내 아기들이 얼마나 컸을까, 어떻게 자라고 있을까 생각을 많이 한다"고 했다. 그는 위탁모 생활 15년이 되던 지난 2006년에 홀트 후원으로 노르웨이와 덴마크, 룩셈부르크를 다녀왔다. 그는 "내 아기들을 7명이나 만났어요. 아이들이 나를 한국 엄마라고 불러줘서 눈물이 났어요"라고 했다.
김씨는 "이런 얘기 들어줘서 고맙다"고 했다. 대웅이는 입에 물고 있는 장난감에 정신이 팔려있었다. "대웅아, 대웅아, 사랑하는 내 아기. 좋은 아빠, 엄마 만나서 건강하고 바르게 커라." 대웅이가 김씨에게 눈을 맞추며 웃었다.
조선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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