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문화 여성들의 안식처가 된 보물섬 | news | 2011-04-2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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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1호 다문화 북카페 ‘보물섬’
“논과 밭이 주를 이루는 우리 동네에 우리들을 위한 북카페가 생겨 너무 좋아요. 한국으로 시집 와서는 젊은 사람 만나는 일이 쉽지 않았는데, 이곳이 생긴 후로는 친구도 사귈 수 있고, 정보도 공유할 수 있어 행복하답니다.”
전북 완주군 장기리에 위치한 북카페 ‘보물섬’은 결혼이민자들이 즐겨 찾는 전국 1호 ‘다문화 북카페’이다. 필리핀 출신 결혼이민자 로르나(38)씨도 이곳의 당골손님이 된 지 오래 이야기다.
이곳은 지식경제부가 추진중인 커뮤니티비즈니스(CB) 시범사업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CB는 지역 주민들이, 지역의 자원을 이용해, 지역의 과제들을 해결해 나가는 지속 가능한 사업 모델로, 최근 지역을 활성화하고 경제를 살리는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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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북 완주군 장기리에 위치한 전국 최초 다문화 북카페 ‘보물섬’ |
지난 3월 문은 연 북카페 ‘보물섬’은 결혼이민자들의 문화공간으로 전문 바리스타 교육을 통해 커피를 만들어 일자리와 수익을 창출하고, 기증받은 책을 사거나 읽을 수 있는 곳이다.
경제적으로 취약한 결혼이민자들에게 교육 커뮤니티의 공간과 안정적인 일자리 제공 등을 목적으로 현재 정부로부터 내부 인테리어와 프로그램 진행비로 4,100만원을 지원 받아 운영중이다.
그러나 이곳 완주 사람들에게 북카페 ‘보물섬’은 조금 더 특별한 장소로 여겨진다. 농촌지역이다보니 다문화 여성들이 모여 이야기를 나누고 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공간이 전혀 없었는데, 이들만을 위한 공간이 생기면서 다문화 여성들의 삶의 질도 변화를 맞게 된 것.
완주군청에서 커뮤니티비즈니스 업무를 담당하는 하윤원 씨는 “읍·면 단위로 이주여성이 늘어나면서 이들이 소통하고, 소득을 창출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주자는 제안이 쏟아지기 시작했다.”며 “그 때 아이디어를 낸 것이 바로 결혼이민자들을 위한 북카페였다”고 말했다.
그는 “그동안 집안에서 숨죽여 살던 다문화 여성들이 밖으로 나와 활발하게 사회활동에 참여하면서 우리 문화에 젖어들게 하는 것은 일자리 창출과 경제 활성화 못지않게 중요한 목적이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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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물섬’의 내부 모습. 결혼이주여성들이 모여 앉아 대화를 나누고 있다. |
다문화 북카페 ‘보물섬’은 이주여성들이 자신들의 공간을 직접 만들어 간다는 데 그 의미가 더 크다. 이주여성들은 이곳이 개장하기 한달 전부터 바리스타 교육과 헌책 관리하는 법을 배웠고, 2주 동안 의 바리스타 교율을 수료한 뒤에는 매일 북카페에 나와 살다시피 했다고 귀띔했다.
가게마다 커피 기계가 다르다보니 배울 때와는 달리 다양한 종류의 커피 맛을 내는 것이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들은 아침 9시에 나와 6시까지 수많은 연습을 하며 버리고, 맛보고를 반복했다.
‘보물섬’의 메뉴판에는 종류별로 20개가 넘는 커피를 갖추고 있으며, 가격도 1800원~3000원까지로 저렴한 편이다. 형편이 어려운 결혼이주여성들이 언제든 이용할 수 있도록 배려한 조치이다.
현재 이곳에서 바리스타로 활동중인 필리핀 출신 하나비(34·여)씨는 “연습할 때는 하루 종일 만들고 맛보다보니 밥을 안 먹어도 배가 불렀을 정도였다.”며 “평소 커피 만드는 데 관심이 많아 이곳에서 일하는 것이 즐겁다”고 활짝 웃었다. 그의 주특기라는 ‘카페모카’를 직접 맛보니 여느 커피전문점의 커피 맛 못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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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페모카’가 주특기라는 필리핀 출신 하나비 씨가 커피를 만들고 있다. |
지난 8일에는 국내 유명 일러스트레이터이자 재능기부자인 밥장(본명 장석원)씨와 함께 이주여성들이 북카페 벽을 직접 벽화그림으로 장식하기도 했다.
‘보고 싶은 얼굴’이란 제목의 알록달록 아기자기한 벽화그림의 내용이 문득 궁금해졌다. 다문화 북카페 운영을 맡고 있는 김종례 씨는 “한국으로 시집 온 결혼이민자들이 자신의 고향을 그리워하며 그린 것”이라며 “특히, 베트남에서 온 이주여성들이 많은데, 베트남의 상징인 야자수, 불교사원 등 자신이 살던 풍경과 보고 싶은 엄마를 그렸다.”고 설명했다.
벽화 그림에 참여한 베트남 출신 도티흐엉(24·여)씨는 “한국에 온 지 5년 정도 됐는데, 한국 생활도 좋지만 고향이 언제나 그립다.”며 “보고 싶은 엄마와 제가 살던 곳에 이곳에 직접 그려넣으니 나만의 공간이 생긴 것 같아 애정이 간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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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능기부자 밥장 씨와 이주여성들이 함께 그린 벽화그림이 ‘보물섬’의 벽면을 장식하고 있다. |
보물섬에는 하루 평균 20~30명의 이주여성들이 방문한다. 특별히 홍보 하지도 않았는데, 입소문을 타고 사람들이 발길이 끊임 없이 이어지고 있다고 한다. 이곳에서는 1000여 권의 책을 기부 받아 커피를 마시면서 책도 볼 수 있고, 카페 한쪽에서는 무료로 화상전화도 할 수 있다.
아동센터에서 영어강사로 활동하는 필리핀 출신 마리떼스(34)씨는 “같이 근무하는 결혼이민자 선생님을 통해 알게 됐다. 한국에 온지 8년 됐는데, 우리 동네에 이런 공간이 생겨 너무 기쁘다.”며 “북카페가 생긴 후부터는 자주 이곳을 찾아 친구들도 사귈 수 있고, 필리핀에 계신 부모님과 무료로 화상 통화도 할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북카페 운영을 맡고 있는 김종례 씨는 “북카페를 통해 많은 결혼이민자들이고 한국생활에 좀더 쉽고, 빠르게 적응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며 “앞으로는 이들을 위한 교육프로그램도 운영하는 한편, 카페 수익이 늘어나면 이주여성 고용도 꾸준히 늘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주여성들이 만들어가는 특별한 공간이라 그런 지 북카페를 이용하는 결혼이주여성들의 입가에선 웃음이 떠나지 않았다. 앞으로 북카페 ‘보불섬’이 계기가 되어 전국 곳곳에 결혼이민자들을 위한 문화공간이 더 늘어났으면 좋겠다.
완주 공감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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