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고로 먼저 간 아들 생각하며 청소년 안전 돌봅니다” | news | 2012-03-26 |
‘청소년의 안전을 생각하는 의사들의 모임’ 이형구 대표
요즘 학교폭력, 왕따 등에 무방비로 노출된 10대들이 잇따른 자살 사건이 발생하면서 청소년 문제가 큰 화두가 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청소년들을 제대로 돌봐야 할 사회 시스템이 망가진 탓이라고 진단한다. 이런 가운데 ‘청소년의 안전을 생각하는 의사들의 모임(이하 청의)’이 있어 화제이다.
‘청의’는 전북 지역 의사들이 주축이 돼 진료실 밖에서 일어나는 청소년 안전사고 실태와 제도에 관한 의식조사 등을 해온 시민단체다.이들이 이 같은 사회공헌 활동을 해온 건 벌써 10년째이다.
‘청의’에서 상임이사를 맡고 있는 이형구(56·중앙마취통증의학과 대표)씨는 “청소년은 우리의 미래라는 말처럼 어른들이 나서서 청소년의 안전을 지켜줘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청의’는 청소년들의 안전사고 실태와 문제점을 파악하고, 형편이 어려운 아이들에게 의료·진료를 돕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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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의’는 전북에서 활동하는 의사들을 주축으로 진료실 밖에서 일어나는 청소년 안전사고의 실태와 제도에 관한 의식조사 등을 해온 시민단체다. 상임이사를 맡고 있는 이형구(56·중앙마취통증의학과 대표)씨를 주축하고 50여명의 전북 곳곳에 있는 의사들이 참여하고 있다. |
현재 ‘청의’에 소속된 의사는 50여 명. 직·간접적으로 이들을 후원해오는 병원도 어느새 80여 곳을 훌쩍 넘어섰다. 수술과 연구 활동에도 바쁜 의사들이 사회 안전 지도사 역할을 자청한 이유는 무엇일까. 이 대표는 이에 대해 “먼저 간 아들이 아니었다면 평생 세상에 관심을 가지지 않았을 것”이라며 조심스럽게 말문을 열었다.
이 씨는 “1997년 초, 스키장에 놀러간 큰 아들이 불량한 놀이시설 탓에 목숨을 잃는 사고를 당했어요. 당시 우리 아들이 중학교 1학년이었는데, 한참 꽃필 때 그런 사고를 당해 그저 안타까운 마음뿐이었다.”며 “당시사고 소식을 들은 전북의대 졸업생 동기들을 중심으로 청소년 안전에 대한 사회적 불감증을 고쳐나가기로 뜻을 모으게 됐다.”고 말했다.
아들의 사고가 있었던 그 해 ‘청의’가 발족됐다. ‘청의’는 어린이 놀이시설 안전도·위생조사 등을 촉구하는 공청회와 세미나로 시작해 청소년 정신건강 아카데미와 강연, 청소년 안전 보호단 구성 등으로 사업을 확대하면서 2007년 사단법인으로 정식 등록했다.
그는 “제가 마취과 의사이다 보니 전북 곳곳에 왕진을 가기도 하고, 수술 의뢰가 오면 출장도 갑니다. 그러다보니 의사들 사이에선 ‘마당발’이란 별명이 붙었다.”며 “주위의 청소년 안전을 돌봐주자는 취지로 시작했는데, 범위가 커지면서 각 분야의 전문 의사 선생님께 도움을 요청하게 됐다. 일선 보건 교사나 학교에 도움을 요청하면 저는 그저 중간 다리 역할을 하는 셈”이라며 쑥스러운 듯 너털웃음을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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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의’는 어린이 놀이시설 안전도·위생조사 등을 촉구하는 공청회와 세미나로 시작해 청소년 정신건강 아카데미와 강연, 청소년 안전 보호단 구성, 등으로 사업을 확대하면서 2007년 사단법인으로 등록했다. (사진=청소년의안전을생각하는의사들의모임) |
‘청의’가 가장 먼저 관심을 둔 것은 청소년 접근이 쉬운 놀이터였다. 전주 시내 아파트와 공공주택 놀이터 안전실태 조사를 실시하고, 일본에 대학생을 보내 잘된 사례들을 배워오라며 조사도 시켰다. 그러면서 사회 안전을 담당하는 관련 담당자에게 알려야겠다는 생각에 전주시의회 공청회에 보내 관련 문제를 촉구하는 세미나도 열었다.
이 씨는 “저희의 적극적인 촉구로 지금은 아이들 안전 문제를 전주시에서 정책적으로 관리하고 있다.”며 “작지만 우리 아이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생각에 뿌듯하다.”고 말했다.
‘청의’의 활동이 의사들 사이에서 입소문이 나자, 학교 보건교사 등으로부터 도움 요청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치료가 필요한 청소년들을 위해 전주시자원봉사센터와 연합해 봉사진료 지원을 하는가 하면, 청소년들의 ‘정신건강’에 관심을 갖기 시작하면서부터는 정신과 의사들의 도움을 받아 상담활동에도 매진하고 있다.
그는 ‘마당발’이라는 별명답게 도움을 요청하는 단체와 보건교사, 의사협회 등의 안전망 네트워크를 구축, 각 분야 전문 교수들의 재능기부를 받아 질병예방, 정신건강 등에 대한 정기적인 교육도 진행하고 있다. 이 씨는 “안전 예방 교육은 보건교사에게 가장 필요한 교육”이라며 “일선에 계신 보건교사들이 각 분야의 의료기초 지식을 꾸준히 배우게 되면, 수없이 노출되는 아이들의 안전사고를 미리 예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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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는 ‘마당발’이라는 별명답게 도움을 요청하는 단체와 보건교사, 의사협회 등의 안전망 네트워크를 구축해 각 분야 전문 교수들의 재능기부를 받아 질병예방, 정신건강, 등을 보건교사에게 정기적으로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청소년의안전을생각하는의사들의모임) |
이 밖에도 보건교사와 정신과 의사, 학생이 한 팀을 이뤄 상담을 통해 문제 학생이 다시 학교에 적응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도 한다. 10년 넘게 ‘청의’에 몸담아 온 이 대표는 “비뚤어진 아이들을 지켜보면서 문득 아이들의 문제가 곧 부모의 문제, 사회 문제라는 걸 깨닫게 됐다.”고 말했다.
“시험 등수가 어떤 가치보다 우선시되는 풍토에서 아이들이 숨 쉴 수가 없는 환경이 조성된 것이지요. 탈선, 폭력 등을 일삼는 아이들을 지켜보면 주위 어른들의 행동을 따라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죠.”그러면서 그는 “아이들은 어른들의 거울이란 생각이 들었다.”며 “청의 활동을 하면서 행동도 조심해지고, 우리의 미래인 청소년들을 위해서라도 더 열심히 모범적으로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안전부주의사고 등에 노출된 단체를 후원하는 한편, 형편이 어려운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의료·진료·수술 등의 활동을 진행 중이며, 청소년 상담활동도 병행하고 있다. 그에게 ‘청의’ 활동을 통해 얻은 것이 무엇이냐고 묻자, “세상과 소통하는 법을 알게됐다.”고 답했다.
“의사들은 직업 특성상 여가시간에도 연구 활동에 매진하다 보니 사실 일반 사람들보다 더 사회문제에 관심을 두지 않는 편입니다. 저도 우리 아들이 사고가 당하기 전까지는 학교, 병원, 집이 전부였거든요. 처음에는 아들을 잃은 슬픔에 마음이 시리도록 아팠지만, 청의 활동을 하며 저 스스로도 많이 치유 받았습니다. 아들을 통해 ‘사회 안전 지도사’에 관심을 갖게 됐고, 사회문제에 눈을 뜨게 된 것이지요.” 그는 “이 모든 것이 아들이 제게 준 선물인 것 같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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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에게 ‘청의’ 활동을 통해 얻은 것이 무엇이냐고 묻자, “세상과 소통하는 법을 알게 된 점”이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그는 “우리 사회가 청소년들을 향해 공감 능력을 키워갔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
“소년원, 관찰 보호대상 청소년들을 보면 가끔 마음을 알 수 없을 때도 있습니다만, 그들에게 필요한 것은 바로 대화입니다. 가끔은 그저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이들에게 마음의 안정과 힘이 될 때가 있거든요.”
그러면서 그는 “우리 사회가 청소년들을 향해 공감 능력을 키워갔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무조건 1등이라는 경쟁으로 내몰게 되면 학생, 학부모 그 누구도 행복해질 수 없습니다. 남을 배려하는 태도를 배우게 하는 것이 먼저이지요. 아이들이 스트레스를 공유하고, 자신의 감정을 적극적으로 표현할 수 있도록 우리 사회가 좀 더 노력했으면 좋겠습니다.”
이 씨는 앞으로 사회 활동에 참여하고 싶지만, 방법을 잘 모르거나 지속적으로 시간을 내기 어려운 의사들을 위해 좀더 조직적의고 효율적인 활동을 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회적으로 잘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사실 알게 모르게 많은 의사들이 사회활동이나 봉사활동을 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자신들이 받은 혜택을 일정 부분 사회에 환원하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지요. 앞으로 젊은 후배 의사들도 함께 동참해 작지만 큰 기쁨을 얻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공감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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