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누가 학생이고 누가 선생님이야?” 5년째 교복 입는 선생님 | news | 2012-05-1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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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산 원광중 이길환 교사, 눈높이 교육 실천 위해 5년째 교복 착용
“오늘은 문자와 식을 공부할 겁니다. 곱셈을 생략하는 방법에 대해 집중적으로 공부해봅시다.”
전북 익산에 위치한 원광중학교 1학년 3반 수업시간. 분명 밖에서 선생님의 목소리가 들렸는데, 막상 조용히 교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선생님은 없고 학생들뿐이다.
기자가 선생님이 어디 계시냐고 묻자, 또래들보다 키가 큰 학생이 자신이 선생님이라고 밝혔다. 그 주인공은 바로 수학 과목을 담당하는 이길환(33) 교사다. 교복을 입고 학생들 사이에 끼어 있으니 영락없는 중학생이다.
학생들 사이에서 별명도 ‘학생 선생님’이다. 교사로 부임한 지 5년 째. 학생들과 똑같이 짧은 스포츠머리에 교복을 입고 학생들을 가르치게 되면서부터 붙여진 별명이다. 5월 15일, 스승의 날을 하루 앞두고 ‘교복 입는 선생님’의 사연을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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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년 째 교복을 입고 학생들처럼 짧은 머리로 수업을 해 학생들 사이에서 ‘학생 선생님’이라고 불리는 원광중학교 이길환 교사. 그는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인성교육을 펼치고 싶었다.”며 “아이들이 입는 옷을 입고 아이들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싶어 교복을 입게 됐다.”고 말했다. |
“선생님들은 왜 머리도 기르고, 교복도 입지 않으면서 학생들에게는 ‘교복을 입어라’ ‘머리도 짧게 잘라라.’라고 하시는 거죠?”
2008년 교사로 부임한 지 얼마 안 된 어느 날. 한 학생이 이 교사에게 던진 질문이다. “학생들의 복장검사를 하면서 이런 이야기를 들으니 순간 얼굴이 화끈거렸다.”며 “평소 제 교육 철학이 주입식 교육이 아닌 학생들의 눈높이에 맞춘 참여 학습과 인성 교육인데, 말은 그렇게 하면서 행동으로는 실천하지 못하고 있는 건 아닐까. 한 달을 혼자서 고민하다 교복을 입게 됐습니다.”
물론 주위의 시선이 신경 쓰였다. ‘동료 교사들이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을까. 너무 튀는 행동이 아닐까?’라는 생각에서다. 그는 “처음 교복을 입고 간 날, 당시 교감선생님이 ‘큰 형님 같다’ ‘적극적인 모습이 보기 좋다’ 긍정적으로 이야기 해주셨다.”며 “주위 선생님들도 용기가 대단하다고 격려를 해주셔서 그 한마디가 큰 힘이 됐다.”고 말했다.
교복을 입고 교실에 들어가니, 학생들의 눈빛부터가 달라졌다. 이 교사는 “우선 아이들과 관계가 전보다 훨씬 유대감이 형성돼 끈끈해졌다.”며 “학생들한테는 선생님이 똑같은 교복에 짧은 스포츠머리를 하까 동질감을 느끼는 것 같더라고요. 차갑고 무서운 외모 때문에 다가오지 못했던 학생들이 먼저 다가와 말을 걸어오기 시작했다.”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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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복을 입고 교실에 들어가니, 학생들의 눈빛부터가 달라졌다. 이 교사는 “우선 아이들과 관계가 전보다 훨씬 유대감이 형성돼 끈끈해졌다.”고 말했다. 사진은 수업 시간에 학생들이 푼 문제를 설명해주는 모습이다. |
학생들이 먼저 마음의 문을 열고 다가온 것이다. 그때부터 학교에서 일어나는 크고 작은 학교 폭력, 진로와 교우 관계 등의 문제를 아이들이 먼저 다가와 말하기 시작했다. 담임 선생님에게도 말 못하는 가정문제, 이성 문제 등도 그에게는 거침없이 털어놨다. 나쁜 길로 빠질 법한 학생들도, 큰 싸움으로 번져 나갈 수 있는 일들도 미리 알게 돼 좋은 길로 인도할 수 있게 됐다.
원광중에 재학 중인 김 모(14)군은 “선생님이 교복을 입으니 어떤 때는 정말 친구 같은 생각이 들기도 한다.”며 “우선 선생님과 이야기한다는 자체가 부담감이 없다. 저희와 같은 교복을 입고 하니까 왠지 모르게 같은 생각을 하실 것 같다는 생각도 들고, 다른 선생님과는 달리 훨씬 더 친근감도 느껴진다.”고 말했다.
이 교사도 교복을 입고 난 뒤 스스로 생각부터가 달라졌다. 학생들 입장에서 생각하게 되고, 어느새 생각도 젊어졌다. 교복을 입고 나서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동안’이라는 말도 들었단다. 그러면서 그는 “제가 학생들과 소통하려고 노력하는 것에 대해서 학생들이 거부감 없이 받아들이고, 저를 믿고 잘 따라줄 때 가장 큰 보람을 느낀다.”며 “교복 하나로 아이들과의 공감대 형성이 된다는 것을 느낀 뒤로는 계속 교복을 입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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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교사는“제가 학생들과 소통하려고 노력하는 것에 대해서 학생들이 거부감 없이 받아들이고, 저를 믿고 잘 따라줄 때, 힘든 일이 있을 때 혼자 고민하지 않고 의지하고 고민을 나눌 때 가장 큰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
물론 이 교사가 교복을 입었다는 이유로 학생들의 태도가 하루아침에 달라진 것은 아니다. 평소 학생들과 소통하려고 노력도 한몫했다. 쉬는 시간은 물론 휴식시간에 학생들과 정원을 걷는가 하면, 가급적이면 점심시간도 학생들과 함께 밥을 먹는다. 딱딱하고 권위적인 선생님이 아닌 언제 어디서든 편안하게 다가갈 수 있는 선생님이 되기 위해서다.
실제 수업 종이 울리고, 누군가 ‘점심시간이다!’라고 외치자, 이 교사와 함께 밥을 먹으러 가려고 서로 팔짱을 끼려고 밀치는 모습이 무척이나 자연스럽고 다정해보였다. 방학이나 갑자기 학교 일정이 변경될 때도 ‘문자’나 ‘카톡’으로 연락을 주고받는다. 뿐만 아니라 자신이 가르친 반의 36명의 학생들에게도 ‘아들’이라고 호칭을 사용한다. ‘우리 아들, 방학은 잘 보내고 있니?’ ‘아빠가’ 라고 보낸다. 그러면 학생들도 ‘네, 아빠’라고 답한다.
교복 때문에 겪은 웃지 못 할 사연도 많다. 지난 달 교생실습을 나온 선생들은 이 교사의 외모만 보고 ‘네가 이 학교 학생회장이냐’ ‘교생 선생님을 보고 왜 인사를 안 하냐’고 묻기도 했단다. 학부모들도, 급식실에서 만나는 급식 도우미 아주머니들도 ‘몇 학년 몇 반이기에 덩치가 그렇게 크냐?’ ‘우리 애가 키가 안 커서 그러는데, 너는 무엇을 먹고 그렇게 컸냐?’고 물어보는 사례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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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업 종이 울리고, 누군가 ‘점심시간이다’고 외치자, 이 교사와 함께 밥을 먹으러 가려고 서로 팔짱을 끼려고 밀치는 모습이 무척이나 자연스럽고 다정해보였다. |
처음에는 어떻게 설명할지 몰라 당황하기도 했지만, 이제는 당당하게 교사임을 밝힌다. 그는 “그럴 때면 호응도 해주시고, 격려도 해주셔서 더 책임감 있게 행동하게 된다.”고 말했다. 최근 학교폭력, 교권 하락 문제에 대한 이 교사의 생각은 어떨까.
그는 “학생들과 선생님 사이가 어렵고, 거리감을 느끼기 때문에 생기는 문제들이 아닐까요?”라며 “결국 소통의 문제”라고 못박았다. “선생님과 학생은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속마음을 나눌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권위를 벗어 던지고, 낮은 자세로 아이들의 생각과 마음을 간파해야지요.”
이런 이유로 그는 “평소에도 스스럼없이 대화하고, 힘들면 찾아가서 기댈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려고 끊임없이 노력한다.”고 했다. 그는 어떤 선생님으로 남고 싶을까. “단순히 외형적으로 ‘교복을 입는 선생님’이 아닌 아이들이 생각하기에 “정말 나에게 진심으로 관심을 준 선생님이구나.’라고 기억되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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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학년 3반 담임을 맡고 있는 이길환 교사와 36명의 아들들. 교복을 입고 학생들 사이에 끼어 있으니 구별해 내기 힘들 정도로 학생들의 모습과 꼭 닮아 있다. |
이 교사는 스승의 날에 대해 “매년 스승의 날이 올 때마다 진정한 스승이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이 더 많아지는 날”이라며 “그는 “아이들이 저를 찾는 한 계속 교복을 입을 것”이라고 답했다.
교복을 입는 ‘학생 선생님’ 이길환 교사. 그는 선생님이 갖고 있는 권위를 벗어버림으로써 교육이 오히려 살아나는 느낌이 든다고 말한다. 학생들의 바른 인성교육을 위해 온몸을 던져 노력하는 이 교사는 오늘도 학생처럼 생각하고, 어떻게 하면 수학 공식을 재미나게 가르칠 것인가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공감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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