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기 수업만 하던 예전과 달리 빔 프로젝트나 파워포인트로 수업하니까 집중이 잘 되고, 수준별 이동수업을 통해 어떤 부분에서 제가 부족한지 더 정확히 알게 됐어요. 학우들과 고민하면서 수업을 하니까 공부에 자신감도 생겼고요. 덕분에 지난 학기에 수학 C반에서 A반으로 이동했어요.”

지난해부터 교과교실제를 운영 중인 부산정보관광고등학교 수학A반 김예린 양의 이야기이다.

이 학교는 국어, 영어, 수학 교과교실을 운영하면서 세 개 과목을 성적순으로 A부터 D반까지 나눠 수준별 이동수업을 실시하고 있다. 여기에 방과후 과목과 9개 동아리 등의 교육과정을 추가로 편성하는 한편, 각 교실마다 학습정보 공간과 작품전시 공간을 마련하고, 교과별로 특성화된 교육기자재 등을 구축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교과교실제를 운영 중인 부산정보관광고등학교 내부 모습

교과교실제는 교과별로 특성화된 전용교실로 학생이 이동해 수업을 받는 방식이다. 기존의 단순 암기나 문제풀이 위주에서 벗어나 좀더 실감나는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영어교실에는 시청각 자료를, 정보교실에는 컴퓨터를 배치하는 식이다.

달라진 교육환경에 대해 박소영(2-1반, 영어 D반)양은 “이동 동선이 멀어서 조금 힘들긴 하지만, 수준별로 반을 편성해서 수업을 듣는 것은 효과적인 것 같다.”며 “이번 학기 공부를 게을리 하는 바람에 성적이 떨어졌는데, 다음 학기에는 A반으로 가기 위해 방학 동안 열심히 준비할 것”이라며 의지를 다졌다.

김 양은 “보통 같은 반 친구들끼리만 어울리기 쉬운데 교과 교실이 시행된 뒤부터는 다른 반 친구들과 자연스럽게 어울리면서 금세 학교 분위기에 적응하게 됐다.”며 “여유가 생기면 같은 수준별 수업 학우들과 스터디 활동도 할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교과교실 중국어와 영어 수업시간. 원어민 회화 수업에서는 교과서 중심의 수업에서 벗어나 게임이나 인터넷 등을 통해 재미있고 쉽게 영어를 접할 수 있다.

원어민 회화수업을 들은 신빛나(2-4반, 영어 A반)양은 “제가 부족하다고 느낀 과목을 학원비보다 훨씬 저렴한 방과후 수업을 통해 보충해서 들을 수 있어서 좋았다.”고 말했다.

신 양은 그러나 “원어민의 회화수업의 효과는 한정적인 것 같다. 원어민과 마음이 통하는 학생은 자주 얘기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지만 제 경우엔 그렇지 못했다”며 “취업 준비를 위한 토익, 토플 등의 시험준비는 여전히 사교육에 의존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수준별 이동수업은 학생들에게 학습에 대한 흥미와 자기학습 관리에 대한 욕구를 자극하고 있고,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방과후 수업을 활용하도록 유토하고 있었다.

다만, 사교육에 대한 필요성을 여전히 느끼고 있어 교과교실 수업이 학생들의 보다 다양한 학습 욕구를 충족할 수 있는 여건을 갖추는 것이 요구된다.

연회조리실습실을 완벽히 구축하고 있는 부산정보관광고등학교는 호텔경영/조리/정보과 학생들의 창의성과 인성 함양 및 학력신장을 위한 동아리 활동을 장려하고 있다. 칵테일 플레어부, 프랑스 요리 동아리 활동을 통해 학생들이 주체적이고 능동적으로 학습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3학년 정혜정(3-3반, 영어A반, 국어A반, 수학B반)양은 칵테일플레어부 동아리 맴버이다. 지난해 동아리 홍보시간에 선배의 모습을 보고 호기심이 생겼 멤버로 가입했다는 정 양은 “취미로 동아리 활동을 하면서 조주기능사 자격증까지 취득하게 됐다.”며 “후배들에게 칵테일플레어 뿐만 아니라 공부에 대한 멘토링까지 해주는 등 동아리 활동을 통해 돈독한 선후배 관계를 맺을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이라며 만족해했다.

교과교실제 수업에 대해 정 양은 “수준별로 수업이 진행되면서 아는 내용은 다시 듣지 않아도 돼 진도가 훨씬 빨라졌다.”며 하지만 “낮은 수준의 학급일수록 학습에 흥미를 못 느끼는 학생들이 분위기를 좌우하는 경우가 많아 해당 학급의 진도가 계속 뒤쳐질 수 있을 것 같다.”며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영어 교과 담당 김현숙 교사는 “교과교실 수업은 학생 수가 비교적 적고, 학생들 수준에 맞춰 수업자료를 준비할 수 있어 학생들의 흥미를 유발하는 데 도움이 된다.”며 “교사도 학생 수준에 맞게 골고루 질문을 많이할 수 있어서 피드백 면에서도 아주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김 교사는 “교육청에서는 단순히 교과서뿐 아니라 학생들의 관심사에 맞는 컴퓨터 활용자료를 다양하게 제공해줬으면 한다.”는 바람도 전했다.

교과교실 담당 박중섭 교사는 “교과교실 학교로 지정되면서 수준별 이동수업, 방과후 수업, 동아리 활동 등 교육과정 운영을 다양화했고, 학생들의 능력, 관심, 적성에 적합한 교육을 효과적으로 실시할 수 있는 제반 여건이 갖추어졌다.”며 “이는 교과교실제의 궁극적인 목표인 학생들의자기주도적 학습능력 향상에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