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들의 열정을 그 누가 막으랴 ‘할머니 봉사왕’ | news | 2012-07-0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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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시 ‘이달의 봉사왕’ 오른 70대 할머님들…“봉사는 삶의 활력소”
“봉사는 내게 활력소 같은 것이여. 두 다리 멀쩡한데, 집에 앉아 놀고 있으면 뭘 하나. 누군가한테 도움이 줄 수 있으면 그것보다 행복한 일이 또 어디 있겠어요. 나이 먹고 ‘봉사왕’이란 상까지 받게 되니 쑥스러운데 그래도 상 받으니 기분은 좋구먼.”
지난 8년간 무려 4,789시간을 봉사활동에 투자해 온 할머니가 있다. 전주시가 ‘이달의 봉사왕’으로 선정한 손석례(75)할머니가 그 중인공.
전주시는 지난 6월, 시에 등록된 9만여 봉사자 가운데 지난달까지 가장 많은 봉사를 실천한 손석례, 채서운 씨 등 5명에게 표창을 수여했다. 이 가운데에는 70대 어르신들이 꽤 눈에 띈다. 나이와 반비례하는 이들의 왕성한 봉사활동 비결을 들어봤다.
손석례 할머니는 일주일 중 적게는 6일, 많게는 일주일 내내 봉사활동에 참여한다. 월요일에는 요양원에 가서 노인들의 말벗이 돼주고, 화요일엔 구청에 가서 발마사지를 해준다. 수요일에는 배식봉사를 하고, 목요일에는 목욕봉사와 빨래를 대신해준다. 주말에는 어김없이 전주시 축제현장을 찾아 환경봉사에 참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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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6월 전주시가 선정하는 ‘이달의 봉사왕’에 선정된 손석례(75)할머니가 중증장애인 성금 모금 바자회에서 음식봉사를 참여하고 있다. 손 할머니는 지난 8년간 4,789시간의 봉사활동을 펼쳐왔다. |
“봉사라고 해서 거창한 게 아니에요. 처음에는 나도 누군가를 도울 수 있다는 즐거움에 참여하게 됐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상대방이 아닌 내 삶 속에서 활력를 느끼게 돼더군요. 이제는 ‘중독’이 돼버렸어요.”
그의 첫 봉사는 88년 올림픽 때부터다. “그때 통장을 맡고 있었는데, 일손이 필요하다는 말에 무조건 서울에 올라가 도왔어요. 꽃도 심고, 화단도 정리하고, 환경정화를 하면서 나라 가꾸는 일에 발 벗고 나섰지요. 나라를 위해 뭐라도 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그냥 즐거웠어요.”
자원봉사에 재미를 느낀 그는 91년부터 전주시 자원봉사자로 활동하기 시작했다. 대학병원, 노인복지관, 환경감시단, 월드컵 자원봉사 등 일손이 필요한 곳이면 어디든 가리지 않았다. 아이들을 다 키우고 여유시간이 많아지면서부터는 아침식사만 마치면 곧장 현장으로 달려갔다.
이런 열정으로 지금까지 대통령상을 비롯해 보건복지부 장관상, 도지사상 등 자원봉사로 받은 상만 10여개가 훌쩍 넘는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전문봉사자로 활동하기 위해 늦은 나이에 요양봉사 자격증도 취득하는 열의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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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주시자원봉사센터에서 그는 ‘왕언니’로 통한다. 봉사자 중에 가장 나이가 많기도 하지만, 다양한 분야에서 얻은 봉사 경험으로 많은 이들의 멘토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
전주시자원봉사센터에서 그는 ‘왕언니’로 통한다. 봉사자 중에 가장 나이가 많기도 하지만, 다양한 분야에서 얻은 봉사 경험으로 많은 이들의 멘토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왜 이렇게 봉사활동에 열심이냐고 묻자, 그는 “봉사로 느끼는 행복은 직접 경험해보지 않으면 모른다.”며 환한 웃음으로 설명을 대신했다.
지금껏 건강을 유지할 수 있었던 비결 역시 ‘봉사활동이 가져다준 가장 큰 선물’이라고 했다. “봉사를 하기 전에는 잔병치레가 많았어요. 봉사를 하면서 하루종일 움직이고, 사람들과 어울리다보니 건강을 얻게 됐지요. 소소한 삶의 즐거움은 덤이죠.”
손 할머니는 봉사를 하던 중 자신이 돌보던 어르신이 세상을 떠났을 때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저를 몹시도 못살게 굴던 어르신이었지요. 나이 들면 외롭다는 걸 그런 식으로 표현하시더라고요. 서로를 이해하고 마음의 문을 열어갈 때쯤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을 듣게 됐어요. 살아계실 때 더 따뜻하게 해드리지 못한 아쉬움이 밀려왔어요.”
그는 “저의 작은 손길로 마지막 가는 모습을 도와드릴 수 있어 행복했다.”며 “봉사활동을 하는 동안 돈 주고도 못 살 경험들을 많이 하게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제는 집에 있으면 오히려 온몸이 쑤시고 아프다.”고 했다. “제가 좋아하는 일이니 12시간 이상 서 있어도 아픈 줄 몰라요. 나이 먹어 삶의 기쁨을 느끼고 싶다면 봉사활동에 참여하길 권합니다. 지금껏 느끼지 못했던 또 다른 행복을 느낄 수 있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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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주시 ‘이달의 봉사왕’으로 선정된 채서운(70)할머니. “봉사활동을 통해 남들은 내가 주는 것이 더 많다고 하지만 내가 더 얻는 게 많다.”며 활짝 웃어보이신다. |
“세상 사람들 다 하는 봉사인데, 나이 많은 나한테 상을 주는 거 보니 더 열심히 하란 뜻이겠지요. 남들은 봉사활동을 통해 내가 주는 것이 더 많다고 하지만 실은 내가 얻는 게 더 많아요. 늦게나마 봉사를 하며 삶의 즐거움을 알게 돼 정말 행복합니다.”
‘이달의 봉사왕’의 또 다른 수상자인 채서운(70)할머니가 쑥스러운 듯 말문을 열었다. 평생 수선집을 운영하면서 아이들 키우는 일에만 집중하면서 살았다는 그는 2002년 월드컵 지원 여성자원봉사단에서 활동하면서 본격적인 봉사활동의 길로 접어들었다.
일주일 동안 외국인들이 머무는 게스트하우스를 청소하고, 정리하며 환대하는 일을 맡았다는 그는 “봉사는 돈 있고 여유 있는 사람들이나 하는 건 줄 알았는데 막상 참여해보니 가진 게 없어도 누군가를 도울 수 있는 방법이 참 많더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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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채서운 할머니가 ‘2002 한일월드컵’에서 받은 대통령 표창과 이달의 봉사왕 표창을 앞에 두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
봉사의 맛을 알게 된 그는 그 뒤부터 전주에서 열리는 크고 작은 축제에는 어김없이 자원봉사자로 참여했다. 추운 겨울도 마다하지 않았다. 전주빙상경기장에서 열리는 세계피겨스케이팅 대회에선 주차봉사도 했다. 노인요양병원에서 간병봉사는 물론 한국으로 시집와 결혼식도 못한 다문화 며느리들의 합동결혼식도 도왔다.
전북 곳곳의 수해·재해복구 지역을 찾는 데에도 주저하지 않았다. “몇 년 전에 비가 오고, 홍수가 나서 마을 전체가 쑥대밭이 된 지역이 있었죠. 밥 먹다가 뉴스를 보는데, 너무 안타깝더라고요. 내게도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하니 가만히 있을 수가 없더라고요. 고무장갑 들고 가서 천막도 치우고, 눈도 치우고, 그게 사람 사는 거잖아요.”
이런 식으로 전주시자원봉사센터를 통해 자원봉사에 참여한 시간만 무려 1,000시간이 넘는다. 그는 “주변 사람들이 가끔 나이 먹고 사서 고생을 사서 한다며 핀잔을 주기도 하는데, 나이 먹어도 불러주는 곳이 있다는 것에 그저 감사할 뿐”이라며 “내 나이 먹어서 외국인들과 그렇게 많은 추억을 쌓아놓 사람은 아마 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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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는 “봉사에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며 “저를 불러주면 어디든 달려간 준비가 돼있다. 건강이 허락하는 날까지 전주의 홍보대사로서 자원봉사에 참여할 것”이라며 의욕적인 모습을 보였다. |
봉사활동에 대한 철학 역시 투철해보였다. “국제 스포츠 대회가 전주에서 열렸는데, 당시 주차 봉사를 했어요. 날씨가 추워서 다들 주차봉사를 꺼리는데, 누군가는 해야 하는 일이니 제가 나서서 했지요. 남들은 주차 방향만 알려주는데, 저는 문도 열어주고, 가방도 들어주고, 영어로 환영인사도 했어요. 외국인들에게 제가 곧 전주의 얼굴이라고 생각했거든요.”
당시 한 그녀의 친절함에 반해 손난로를 한 박스를 선물한 일본 관광객도 있다고 했다. “대화는 안 통해도 눈빛과 마음으로 통했나봐요.”라며 쑥쓰러운 웃음을 지어보이던 채 할머니는 “봉사를 하면서 느끼는 자부심과 뿌듯함이 곧 내 삶의 원동력”이라고 말했다.
“저를 불러주면 어디든 달려간 준비가 돼있어요. 아직은 8시간 넘게 서 있어도 거뜬하거든요. 건강이 허락하는 날까지 전주의 홍보대사로서 자원봉사에 참여할 거예요”라며 의욕을 보이는 채 할머니의 모습을 보고 있자니 정말 나이는 숫자에 불과해 보였다. 일흔의 할머니들에게 봉사는 세상에 살아있음을 느끼게 해주는 자연스러운 일상이었다.
공감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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