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자들 취업 위해 ‘사회적 기업’ 설립한 교수 | news | 2012-07-12 |
 #1 : |
11.jpg |
방과후학교 ‘아리울 애듀’ 설립한 군산대 김정숙 교수
취업이 ‘하늘의 별따기’만큼 어렵다는 요즘. 대학 강의와 전시회, 개인 연구에 몰두해도 바쁜 미술학과 교수가 제자들의 고민인 취업 걱정을 덜어주기 위해 ‘사회적 기업’을 설립해 화제이다. 방과 후 학교 ‘아리울 애듀’를 설립한 국립군산대학교 김정숙(51)교수가 그 주인공이다.
“요즘 청년들이 가장 큰 고민이 바로 ‘취업’이 아닐까 싶습니다. 경제적인 이유와 취업이 힘들다는 이유로 휴학과 자퇴를 반복하는 아이들의 모습이 안타까웠습니다. 그런 학생들을 위해 나라도 뭔가 도움이 돼야겠다고 생각했지요.”
 |
| 제자들의 취업 고민을 덜어주기 위해 사회적 기업을 설립한 방과 후 학교 ‘아리울 애듀’를 설립한 국립군산대학교 김정숙(51)교수 |
김 교수는 신문을 보던 중 우연히 사회적 기업에 대한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미술학과 졸업생들은 대부분 미술 강사나 전문예술인 등으로 활동하는데, 그마저도 채용이 많지 않은 탓에 소득이 일정하지 않은 학생들이 많습니다. 취업 때문에 고민하는 제자들을 생각하며 신문을 보던 중 방과 후 사업이 눈에 들어왔지요.”
방과 후 학교 프로그램은 국어, 영어, 수학 외에도 예체능 계열의 프로그램이 많다는 점에 착안했다. 무엇부터 시작해야할 지 고민하던 찰나 교육과학기술부의 ‘대학주도형 방과 후 학교 사업’ 공모 소식이 들려왔다. 방과 후 수업의 질을 높이기 위해 지난해 교과부가 공모한 사업이다.
김 교수는 지난해 11월, 학교 측에 사회적 기업 설립 제안서를 제출한 뒤 방학도 반납한 채 120페이지 정도의 사업계획서를 혼자서 작성했다. 그녀는 “주위에서 연구 활동도 바쁜데 고생을 사서 한다며 핀잔을 주기도 했지만, 오히려 학생들을 위해 발로 뛰며 일할 수 있어 즐거웠다.”며 “그 시간이 전혀 아깝지 않았다.”고 말했다.
 |
|
“모든 서비스 산업에 고객이 있듯이 학생들도 내 소중한 고객이다. 끝까지 책임지겠다.”는 것이 김 교수의 신념이다. |
전국 58개 대학이 공모해 지난해 2월, 22개 대학이 선정됐다. 전북에서는 군산대를 비롯해 전북대, 전주대 3개 대학이 뽑혔다. 김 교수가 설립한 ‘아리울 애듀’는 군산의 위치한 새만금의 옛 지명을 따서 만든 것으로, ‘돌봄’을 목적으로 한 방과 후 교육 프로그램이다.
지난 3월, 예비 사회적 기업으로 지정된 '아리울 애듀'는 군산지역을 중심으로 각 초중고에서 실시 중인 방과 후 학교 프로그램을 수탁해 군산대 졸업생들로 구성된 각 분야별 전공 강사들을 파견하고 있다. 이를 통해 각 학교들은 국립대학의 공신력 있는 양질의 프로그램들을 제공받고, 대학은 취업 문제를 자체적으로 해결하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얻고 있다.
국립군산대학교에서는 체육, 일어, 음악 등 전공과목 교수님들을 중심으로 TFT팀을 만들어 방과 후 교육 프로그램을 기획해준다. 강사들이 프로그램 기획안을 작성하면 해당 과목 교수들이 수업과 관련한 자료들을 검토한 뒤, 피드백을 해준다. 부족한 부분은 그 자리에서 수정한다.
김 교수는 “예전에는 각 학교에서 방과 후 교육을 꺼려하는 분위기였다.”며 “프로그램 수요 조사부터 강사 섭외, 프로그램 제작 등 교사들의 업무량이 두 배가 되기 때문인데, 이 모든 과정을 국립대학에서 위탁해 한다고 하니 군산 지역의 학교들이 너나할 것 없이 반기더라.”고 귀띔해줬다.
 |
| 방과후학교 ‘아리울 애듀’는 군산 지역을 중심으로 각 초중고에서 실시 중인 방과 후 학교 프로그램을 수탁해 군산대 졸업생들로 구성된 분야별 전공 강사들을 파견하고 있다. (사진=아리울 애듀) |
그러면서 “올해 1년 동안 매출 목표가 2억 5천만 원이었는데 벌써 3달 만에 1년 매출을 달성했다.”며 “교수가 직접 나서니 학교·교육청 등과의 산학 연계가 발빠르게 이뤄졌고, 대학에서도 도와줬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라고 밝혔다.
다른 대학의 경우 위탁을 맡겨 외부 강사들이 운영하는 경우가 많은데, 아리울 애듀는 전공 교수들이 매주 피드백을 해주고 있어 벤치마킹을 하고 싶다는 문의가 쇄도할 만큼 반응이 좋다는 것이 김 교수의 전언이다.
강사로 채용된 졸업생들의 반응도 뜨겁다. 현재 미술학과, 국문과, 일본어학과 등 총 8명의 졸업생이 정규직으로 근무하고 있다. 김 교수는 “취업에 어려움을 느낀 학생들이 정규직을 갖게 되면서 의욕이 정말 대단하다.”고 귀띔했다.
올해 미술학과를 졸업한 김태희(27·남)씨는 ‘아리울 애듀’가 첫 직장이다. 그는 “대학 때 교직 이수과목을 들으면서 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에 흥미를 느꼈다.”며 “졸업 전부터 학교에서 근무하는 조건들을 알아봤지만 예술 분야는 수요가 많지 않아 일자리를 찾기가 쉽지 않았다. 그러다 교수님의 추천으로 면접을 보게 돼 근무하게 됐다.”고 말했다.
 |
| 현재 미술학과, 국문과, 일본어학과 등 총 8명의 졸업생이 정규직으로 근무하고 있다. 김 교수는 “취업에 어려움을 느낀 학생들이 정규직을 갖게 되면서 의욕이 정말 대단하다.”고 귀띔했다. 사진은 아리울 애듀 강사와 수업에 참여하는 학생들의 모습. (사진=아리울 애듀) |
김 씨는 “학교에서 설립한 기업이기 때문에 우선 믿음이 가고, 무엇보다 4대 보험이 되고, 안정적인 직장을 갖게 돼 정말 기쁘다.”며 “미술학과를 졸업하면 보통 미술학원에 채용되는 친구들이 많은데, 강사는 비정규직이기 때문에 고정수입도 없고 고용이 불안정한 데 반해 매우 안정적이다. 친구들도 다들 부러워한다.”며 웃으며 말했다.
도자기와 공예를 가르친다는 김 씨는 “학생들이 수업 종이 쳐도 도자기를 더 배우고 싶다고 할 때는 정말 즐겁다.”며 “예술적 소질을 보이는 아이들에게는 하나라도 더 가르쳐주고 싶어 다양한 방법을 연구하게 된다. 제 이름 뒤에 선생님이란 단어를 불러 줄 때는 직업적인 보람도 크다.”고 말했다.
올해 영문학과를 졸업한 유미난(24)씨도 요즘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에 푹 빠져있다. 유 씨는 “경력이 많지 않아 취업 준비를 할 때 어려움을 많이 느꼈다.”며 “면접을 볼 때 열정과 패기를 어필하려고 노력한다. 제가 원하던 직장에서 근무할 수 있어 너무 행복하다.”고 말했다.
그는 “요즘 고용이 불안정해서 ‘취업사기단’ 같은 취업과 관련한 불미스러운 사태가 많은데, 학교 기업이기 때문에 우선 믿을 수 있다는 점이 장점”이라며 “항상 서포터해주시는 교수님들이 있어 부족한 부분을 일대일로 배우면서 가르칠 수 있고, 게다가 보수까지 받을 수 있으니 이보다 더 좋은 직장이 또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고 덧붙였다.
 |
| 김 교수는 매주 평가회를 만들어 강사로 근무하는 졸업생들이 현장에서 어려움 없이 일하는지 꼼꼼히 체크해 조언을 아끼지 않는다. 이 때문에 학생들 사이에서 그녀의 별명은 ‘엄마 교수’라고 불린다. |
물론 어려움도 있다. 그는 “저희가 바이올린·플룻 프로그램을 준비했는데, 일선 학교에서는 갑자기 드럼을 원하는 경우도 있다. 이런 경우 아직은 초창기라서 강사 수급 측면에선 어려움을 겪는다.”며 “하반기부터는 각 학교의 수요조사를 더욱 철저히 해서 대비책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아리울 애듀’는 현재 군산 서해초와 문창초, 동산중, 산북중, 진안 부귀중 등 5개교 300여 명을 대상으로 강사 13명을 파견해 돌봄학교 10곳 및 방과후 프로그램 80개를 운영 중이다. 수익금은 대학발전기금으로 기탁해 더 많은 학생들에게 환원한다는 목표로, 6월부터 수요조사를 실시해 새로운 프로그램과 교재를 지속적으로 개발한다는 계획이다.
김 교수는 “앞으로 농·어촌을 중심으로 질 좋은 교육 서비스를 제공하고 싶다.”며 “국립대학을 거점으로 자라나는 꿈나무들에게 다양한 경험을 통해 꿈을 이루는 밑거름을 줄 수 있도록 노력하는 한편, 정규직 50명의 일자리 창출에도 박차를 가할 것”이라고 밝혔다.
공감코리아
 |
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