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산이 고장나면 그냥 버리지는 않으셨나요?” | news | 2012-08-1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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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부평구 우산 무상수리서비스 인기…자활사업 일환
“전자제품이 고장나면 고객센터로 가고, 신발이나 가방에 문제가 생기면 서비스센터로 수리를 받으러 가죠? 그렇다면 기자님은 우산이 고장나면 어디로 가세요? 혹시 쓰레기통으로 갖고 가지는 않나요?”
“....”
“대답하기 곤란하시죠? 그게 바로 저희 사업단이 생긴 이유입니다.”
그랬다. 다른 물건들이 고장 나면 수리를 해주는 곳으로 가서 수리를 받으면 되지만, 우산이 고장나면 그냥 버렸던 기억밖에 없던 기자는 ‘폐우산 자활사업단’ 소속 관계자의 질문에 말문이 막혀버릴 수밖에 없었다.
우산이 고장나면 이제 이곳을 찾아가면 될 것 같다. 인천시 부평지역자활센터는 지난 1월부터 우산을 수리해주는 사업을 실시하고 있다. 이름 하여 ‘우산 이동수리센터’. 부평구는 노숙인들의 자활을 돕기 위한 일자리 창출을 위해 우산 무상수리 서비스를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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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산을 수리하고 있는 자활사업단원의 모습 |
현재 인천시 부평구 내 동주민센터와 아파트 단지, 나눔장터를 돌며 폐우산을 수거해 수리하고 있다. 아직은 단일 규모로 사업단을 꾸리기가 힘들어 현재는 부평지역자활센터 자전거수리사업단에 소속된 단원 3명이 번갈아가며 활동하고 있다.
우산 이동수리센터를 총괄하고 있는 부평지역자활센터 우종찬 팀장은 “최근에는 저렴한 우산들도 많고 고객서비스(사은품)로 주는 우산들도 많다보니 우산이 고장나면 쉽게 버리는 경우가 많다.”며 “간단하게 수리하면 재사용이 가능하지만 주변에 우산을 수리하는 곳이 없기에 결국은 버리게 되다는 점에 착안, 우산 수리 서비스를 시작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인천시 부평지역자활센터 소속 남성 3명은 우산을 수리해 재사용할 수 있는 방안을 찾기 위해 먼저 서울에서 전문적으로 우산을 수리하는 곳을 찾아 우산 수리와 관련한 기술 훈련을 받았다. 그런 뒤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이동수리를 하기 시작했고, 이 과정에서 수리가 어려운 우산은 기증을 받아 분해한 뒤 재사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렇게 시작된 우산 수리센터의 반응은 예상 외로 뜨거웠다.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사전에 예약된 아파트 단지를 돌며 무상 수리를 하고 있는데, 자활사업단원이 도착하기가 무섭게 가정집마다 방치돼 있던 우산들이 하나둘 모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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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옆에서 지켜보고 있자니, 예상 외로 많은 사람들이 집안에 굴러다니던 못쓰는 우산을 가지고 나와 수리를 받았다. 단원들의 손을 거치면 새 우산이나 진배없는 우산이 탄생한다. |
자활단 소속 김 모 씨는 “처음에는 기껏해야 10명이나 오려나 생각했는데 한두 사람씩 우산을 가지고 나오더니 어느새 급격하게 증가하기 시작했다.”며 “간단한 수리만으로도 고장난 우산이 어느새 새 우산과 다를 바 없이 변신하니 구경하던 사람들도 덩달아 놀라며 너도나도 우산을 맡겨와 지금은 밥 먹을 시간도 없다.”고 기분좋운 넋두리를 풀어놨다.
우산 수리센터 단원들은 동네 주민들이 가지고 나오는 고장난 우산들을 찬찬히 살펴본 뒤 수리 가능여부를 판단해 너무 심하게 망가진 우산의 경우 재활용할 수 있는 부품만을 기증받았다. 반면, 수리가 가능한 우산의 경우에는 수리를 해주고, 찢어진 우산도 크기가 크지 않은 부분에 한해서는 즉석에서 수리를 해줬다.
이렇게 아파트를 돌면서 수리가 불가능한 우산들을 기증받은 단원들은 서비스를 마친 뒤 자활센터로 복귀해 재활용할 수 있는 재료들만 모아 우산을 다시 만든다. 이렇게 재탄생한 부평구청의 ‘양심우산’ 사업에 활용되고 있었다.
부평지역자활센터 우종찬 팀장은 “시민들이 기증한 재료로 만든 우산을 더 많은 시민들이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며 “부평구청을 찾는 주민들이 갑작스러운 소나기를 만나거나 우산을 미리 준비하지 못할 경우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우산을 구청 입구에 비치해두고 무료로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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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천 부평구의 ‘양심우산’ 모습. 이동 수리를 하면서 수거해 새것으로 재탄생한 우산들을 비치해 시민 누구나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
양심우산은 비가 오는 날이면 부평구청 입구에 항상 비치해둔다. 시민 누구나 무료로 이용 가능하며, 우산꽂이 옆에 마려해둔 메모장에 간단한 연락처 정도만 남기면 우산을 대여할 수 있다. 다만, 구청은 우산을 빌려간 사람들에게 반납을 강요하지는 않는다. 이름 그대로 양심에 맡기고 있는데, 수거율이 꽤 높은 편이라는 게 관계자의 전언이다.
우산 이동수리센터 소속 정 모 씨는 “양심우산은 단순히 우산을 준비하지 못한 주민들에게 편리를 제공하는 사업이 아니라 고장나면 쉽게 버리는 물건도 조금만 수리하면 쓸모있는 물건으로 재탄생해 유용하게 쓰일 수 있다는 것을 알려주기 위한 취지”라며 “많은 사람들이 양심우산을 통해 재활용의 가치를 되새길 수 있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우산 이동수리센터는 현재 자활사업의 일환으로 진행되고 있어, 자활사업단원들의 임금을 전액 국가에서 지원받고 있지만 일정 기간이 지나면 자체적으로 시장 수익을 내야하는 과제를 갖고 있다.
부평지역자활센터 우종찬 팀장은 “지금은 무료로 우산을 수리하고 있지만 우산 수리만으로는 수익성을 크게 기대하기 힘들기 때문에 수거된 우산을 수리하여 저렴한 가격에 재판매하면서 수익구조를 만들어볼 생각”이라며 “향후 양심우산 사업을 학교나 공공기관으로 더 확대해나갈 계획”이라고 전했다.
공감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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