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 보여도 손끝으로 예술체험 함께 누렸으면” | news | 2012-08-28 |
영국 명문 고등학교에 다니는 한국 유학생들이 시각 장애우를 위한 ‘촉각 전시회’를 열어 화제를 모으고 있다.
영국 유학생 14명과 그들의 가족들로 이루어진 봉사 단체 ‘채리회(CHELEE)’가 그 주인공. 소속 학생들의 학교인 첼튼햄 여학교(Cheltenham Ladies’ College)와 이튼 학교(Eton College)의 앞 글자를 따 만들어진 이 단체는 국내 정상급 조각가들과 손잡고 지난 25일부터 오는 29일까지 서울 강남구 일원동 밀알미술관에서 ‘손끝으로 보는 세상’이라는 이름의 전시회를 열고 있다.
지난 24일 서울 중구 문화일보 사옥에서 만난 ‘채리회’ 단원 김규형(첼튼햄 여학교·17) 양과 원성배(이튼 학교·17) 군은 “시각 장애우들도 우리가 느끼는 예술적 혜택을 누렸으면 좋겠다”고 전시회의 취지를 설명했다.
김 양은 “장애우들은 장애를 갖고 있는 게 아니라 한 가지 신체 감각이 다른 사람보다 조금 떨어지는 것일 뿐”이라며 “그럼에도 편견 때문에 문화적 체험을 하지 못하는 건 불공평하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원 군도 “이번 전시회를 준비하면서 많은 부분에서 편견을 깼다”며 “시각 장애우들은 시각 대신 뛰어난 촉각으로 충분히 예술 작품을 즐길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전시회에서는 조각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만지지 마시오’라는 문구는 눈에 띄지 않는다. 모두가 다양한 질감의 예술품을 직접 만지고 느낄 수 있다. 백현옥 한국미술협회 고문, 최승애 작가 등 13명의 조각가는 채리회가 주최한 전시회의 취지에 공감하며 이를 흔쾌히 허락했다.
백 고문과 최 작가도 이날 인터뷰에서 “비장애우가 눈으로 한 번 보고 단정짓는 조각의 이미지를 시각 장애우들은 촉각으로 수백, 수천 가지의 의미로 느낀다”며 “조금 늦었지만 우리나라에서도 이런 전시회가 열려 다행”이라고 말했다.
백 고문은 “처음 이 행사에 대한 소식을 듣고 큰 감동을 받았다”며 “한 번 하는 거 제대로 해보자는 마음에 다양한 촉감을 줄 수 있도록 작품을 섭외했다”고 밝혔다. 전회에는 돌, 브론즈뿐 아니라 천, 소나무, 모래 등 다양한 재료로 된 작품 15점이 선보인다. 관람객들은 이 작품들을 직접 구매할 수도 있으며 수익금의 일부는 시각 장애우를 위한 기금으로 쓰일 예정이다.
한편 채리회 소속 유학생들은 지난해 말 서울 한남동 한남더힐 아파트 커뮤니티센터에서 바자를 열어 얻은 수익금 500만 원으로 난치병으로 고통 받는 강모(10) 양을 돕기도 했다.
문화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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