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쓸모없는 나무는 없다, 내 인생 2막처럼 | news | 2012-09-25 |
퇴직 공무원·전직 사진사 등 50·60대 남자 넷, '희망나무목공소'에서 희망을 꿈꾸다
19일 서울 강서구 개화산 자락 공터엔 2m 길이로 잘린 나무통이 수백개 쌓여 있었다. 썩거나 파인 부분이 있는 폐목재다. 옆에는 '희망나무목공소'라는 현판이 걸린 목조 건물이 있다. 이 목공소는 강서구청이 지난해 9월부터 운영하는 곳으로 강서구 봉제산, 우장산 등에서 태풍에 쓰러진 나무나 죽은 나무를 수거해 공원, 복지관, 둘레길 등 공공시설에 쓸 탁자, 의자로 만드는 '나무 재활용 공장'이다.
이 재활용 공장의 주인공은 '패자부활전'에 나선 남성 4명이다. 목수 윤종식(52)씨, 사진 현상소를 운영했던 김덕보(59)씨, 경비원 출신 봉광진(63)씨, 퇴직 공무원 성락원(62)씨. 이들 어깨엔 나무 먼지가 가득했고 야외 작업으로 얼굴들이 새까맣게 타 있었다.
윤씨는 '기술을 배워야 잘산다'는 어른들 말씀에 고향 경남 남해에서 스무 살에 무작정 상경했다. 목공소 품팔이부터 시작해 인부 40명을 부리는 자수성가한 조그만 건설업체 사장이 됐지만 2008년 금융 위기로 사업체는 부도를 맞았다. "1년간 집에만 틀어박혀 방황했다"는 윤씨는 2009년에 강서구청에서 모집하는 공원 관리 계약직 공무원에 지원해 채용됐다. 윤씨는 "공원에서 빗질을 하면서도 머릿속엔 항상 '나는 아직 젊고 기술이 있는데' 하는 생각이 있었다"고 말했다. 그에게 기회가 왔다. '희망나무목공소'를 운영한다는 구청의 발표에 곧바로 지원했고, 구는 윤씨를 목공소 작업반장으로 임명했다. 윤씨는 이곳에 직접 목공소를 짓고 일터를 꾸몄다.
그다음 일은 함께 일할 동료를 찾는 것이었다. 기간제 근로자 모집에 지원자가 40명이 훌쩍 넘었다. 개중엔 목수 출신도 있었다. 하지만 윤씨는 목수 일을 한 번도 해 본 적이 없는 3명을 동료로 뽑았다. 기준은 하나, 성실함이었다. 그는 "기술은 배우면 되지만, 함께 일하려면 성실하고 순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덕보씨는 서울에서 30여년간 사진 현상소를 운영하다 3년 전 장사가 안 돼 가게 문을 닫았다. 28세 때부터 꾸준히 한 우물을 파온 데다 표정도 서글서글했다. 뒤이어 봉광진씨와 성락원씨가 합류했다. 봉씨는 유통업에 종사하다 IMF 때 회사가 망했지만 그 뒤에도 아파트 관리사무소에서 3년간 경비로 일했다. 구청 공무원으로 일하다 2008년 퇴직한 성씨는 면접에서 "가족한테 내가 아직까지 일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왕초보' 3명은 이제 윤씨의 지휘 아래 전문 목수처럼 탁자와 의자를 만들어낸다. 지난 1년간 만들어낸 의자와 탁자만 500여개. 이것을 강서구에 있는 공원, 노인 복지 시설 등에 납품했는데, 구청에서 돈을 주고 구입했다면 2억5000만원어치에 해당한다.
제품에 대한 자부심도 대단하다. 성씨는 "시중 제품에 비해 나무 두께부터 다르다"며 "화학 약품을 최대한 줄인 100% 수공예 친환경 제품"이라고 말했다. 윤 반장은 "재미있는 건 나무의 멍든 부분을 제거하면 보통 나무와 다를 바가 없다는 것"이라며 "방치돼 썩게 놔두느니, 깎아서 칠해놓으면 20년 넘게 쓸모 있는 목재로 바뀌게 된다"고 말했다. "사람도 나무랑 똑같지 뭐." 나머지 사람들이 이구동성으로 거들었다.
태풍에 쓰러지거나 죽은 나무를 공공시설에 쓰일 탁자와 의자로 만드는 서울 강서구 ‘희망나무목공소’에서 일하는 윤종식·봉광진·성락원·김덕보씨(왼쪽부터)가 19일 목재 위에서 작업 도구를 들고 웃고 있다. 사업에 실패해 일을 관둬야 했거나 한때 은퇴하기도 했던 이들은 이곳에서 제2의 인생을 시작하고 있다.
조선닷컴
19일 서울 강서구 개화산 자락 공터엔 2m 길이로 잘린 나무통이 수백개 쌓여 있었다. 썩거나 파인 부분이 있는 폐목재다. 옆에는 '희망나무목공소'라는 현판이 걸린 목조 건물이 있다. 이 목공소는 강서구청이 지난해 9월부터 운영하는 곳으로 강서구 봉제산, 우장산 등에서 태풍에 쓰러진 나무나 죽은 나무를 수거해 공원, 복지관, 둘레길 등 공공시설에 쓸 탁자, 의자로 만드는 '나무 재활용 공장'이다.
이 재활용 공장의 주인공은 '패자부활전'에 나선 남성 4명이다. 목수 윤종식(52)씨, 사진 현상소를 운영했던 김덕보(59)씨, 경비원 출신 봉광진(63)씨, 퇴직 공무원 성락원(62)씨. 이들 어깨엔 나무 먼지가 가득했고 야외 작업으로 얼굴들이 새까맣게 타 있었다.
윤씨는 '기술을 배워야 잘산다'는 어른들 말씀에 고향 경남 남해에서 스무 살에 무작정 상경했다. 목공소 품팔이부터 시작해 인부 40명을 부리는 자수성가한 조그만 건설업체 사장이 됐지만 2008년 금융 위기로 사업체는 부도를 맞았다. "1년간 집에만 틀어박혀 방황했다"는 윤씨는 2009년에 강서구청에서 모집하는 공원 관리 계약직 공무원에 지원해 채용됐다. 윤씨는 "공원에서 빗질을 하면서도 머릿속엔 항상 '나는 아직 젊고 기술이 있는데' 하는 생각이 있었다"고 말했다. 그에게 기회가 왔다. '희망나무목공소'를 운영한다는 구청의 발표에 곧바로 지원했고, 구는 윤씨를 목공소 작업반장으로 임명했다. 윤씨는 이곳에 직접 목공소를 짓고 일터를 꾸몄다.
그다음 일은 함께 일할 동료를 찾는 것이었다. 기간제 근로자 모집에 지원자가 40명이 훌쩍 넘었다. 개중엔 목수 출신도 있었다. 하지만 윤씨는 목수 일을 한 번도 해 본 적이 없는 3명을 동료로 뽑았다. 기준은 하나, 성실함이었다. 그는 "기술은 배우면 되지만, 함께 일하려면 성실하고 순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덕보씨는 서울에서 30여년간 사진 현상소를 운영하다 3년 전 장사가 안 돼 가게 문을 닫았다. 28세 때부터 꾸준히 한 우물을 파온 데다 표정도 서글서글했다. 뒤이어 봉광진씨와 성락원씨가 합류했다. 봉씨는 유통업에 종사하다 IMF 때 회사가 망했지만 그 뒤에도 아파트 관리사무소에서 3년간 경비로 일했다. 구청 공무원으로 일하다 2008년 퇴직한 성씨는 면접에서 "가족한테 내가 아직까지 일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왕초보' 3명은 이제 윤씨의 지휘 아래 전문 목수처럼 탁자와 의자를 만들어낸다. 지난 1년간 만들어낸 의자와 탁자만 500여개. 이것을 강서구에 있는 공원, 노인 복지 시설 등에 납품했는데, 구청에서 돈을 주고 구입했다면 2억5000만원어치에 해당한다.
제품에 대한 자부심도 대단하다. 성씨는 "시중 제품에 비해 나무 두께부터 다르다"며 "화학 약품을 최대한 줄인 100% 수공예 친환경 제품"이라고 말했다. 윤 반장은 "재미있는 건 나무의 멍든 부분을 제거하면 보통 나무와 다를 바가 없다는 것"이라며 "방치돼 썩게 놔두느니, 깎아서 칠해놓으면 20년 넘게 쓸모 있는 목재로 바뀌게 된다"고 말했다. "사람도 나무랑 똑같지 뭐." 나머지 사람들이 이구동성으로 거들었다.
태풍에 쓰러지거나 죽은 나무를 공공시설에 쓰일 탁자와 의자로 만드는 서울 강서구 ‘희망나무목공소’에서 일하는 윤종식·봉광진·성락원·김덕보씨(왼쪽부터)가 19일 목재 위에서 작업 도구를 들고 웃고 있다. 사업에 실패해 일을 관둬야 했거나 한때 은퇴하기도 했던 이들은 이곳에서 제2의 인생을 시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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