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폐광촌을 관광객 몰리는 마을로 바꾼 통장님 | news | 2012-10-15 |
국토디자인대전 국무총리상, 태백 샘터마을 강영찬 통장
강원도 태백시 상장동 2통은 우범지대로 불리던 마을이다. 폐광 지역인 이곳은 밤이 되면 청소년들이 공터에서 새벽까지 술을 마시고 담배를 피워 주민들조차 외출을 삼가던 곳이다.
석탄산업이 활발하던 1970~80년대만 해도 이렇지 않았다. 돈이 흔했고 사람으로 북적였다. 그러나 1980년대 말 정부의 석탄산업합리화 정책으로 탄광이 문을 닫으면서 광부들이 떠났고 600여명이던 주민은 지금 98가구 220명으로 줄었다. 이 중 47명은 독거노인이다. 주인 떠난 집들은 폐가가 됐고, 마을 분위기는 흉흉해졌다.
이런 마을을 되살려 놓은 게 토박이 강영찬(63) 통장이다. "어릴 적 마을엔 물레방아와 샘터가 있었고 주민들이 옹기종기 모여 정답게 살았죠. 추억 속의 고향이 이렇게 무너진 걸 견딜 수 없었어요."
작년 10월 강 통장은 마을 경로당에 주민 30여명을 모아 놓고 제안을 했다. 추억 속 고향을 되살리기 위해 마을 입구에 물레방아도 다시 세우고, 어둡고 침침한 집 외벽에 벽화를 그려 화사하게 만들어 보자는 것이었다.
주민들은 반응은 냉담했다. "그냥 살면 되지 뭣 하러 일을 벌이느냐"는 답이 돌아왔다. 일부 주민은 "물레방아를 돌리면 수압이 떨어져 식수를 쓸 수 없다"며 반대했다. 강 통장은 직접 실험을 벌여, 물레방아를 돌려도 식수에 문제가 없다는 사실을 증명하는 등 2개월 동안 설득 작업을 계속했다. '전설 속 샘터 마을 가꾸기' 사업은 이렇게 시작됐다.
첫 문제는 비용이었다. 강 통장은 태백시가 탄광 도시라는 이미지를 바꾸기 위해 추진 중이던 '뉴빌리지 운동'에 샘터마을 사업을 신청했다. 그렇게 해서 태백시로부터 지원받은 비용은 고작 500만원. 강 통장은 먼저 자기 돈 100만원을 내놓고 주민들의 기부를 호소했다. 적게는 몇만원에서 많게는 100만원까지 98가구 중 70여 가구가 동참해 1100만원이 모였다. 병원에 입원해 있던 주민도 2만원을 보탰다.
그래도 돈이 부족했다. 강 통장과 주민센터 공무원들은 사업비 해결을 위해 '재능 기부' 형식의 도움을 받자는 아이디어를 냈다. 그렇게 해서 사람들이 모였다. 고물상 주인이 철근을 댔고, 철공소 주인은 물레방아 축을 내놓았다, 보일러 가게 주인이 화단 조경용 벽돌을 지원했다. 마을을 정비하는 모든 일에는 주민들이 노력 봉사에 나섰다.
가장 큰 문제는 벽화였다. 주민센터와 강 통장은 수소문 끝에 '벽화봉사단'이라는 단체를 알게 됐고, 도움을 요청했다. 지난 여름 이화여대 미대 학생 봉사단과도 연결이 됐다. 이대 학생 10명이 3일간 마을에 머물며 벽화를 그렸다. 전문적인 그림은 이들이 맡고, 단순한 채색 등 마무리는 주민들이 도왔다.
벽화는 다섯 집의 외벽에 걸쳐 하나의 스토리가 있는 그림으로 그려졌다. 선비가 도깨비와 씨름했다는 '도깨비 길', 할미꽃의 전설은 담은 '할미꽃 길', 황지연못 근처에 살았다는 못된 황 부자의 이야기를 그린 '황부자 길' 등 골목골목이 화사하게 바뀌었다.
이 마을에 요즘 불량 청소년들이 사라졌다. 마을이 몰락하면서 서먹서먹해졌던 이웃들도 공동작업을 하며 옛정을 되찾았다. 강 통장은 "주민들이 아침만 되면 누가 시키지 않아도 집 앞 골목을 쓸고 청소한다"고 했다.
강 통장은 "1년 내내 외지인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던 마을인데 요즘은 하루에 20~30명씩 몰려와 사진 찍고 마을을 구경하고 간다"고 했다. 온 동네에 무궁화를 심고 풍차 카페를 만들고 계속 변화를 시도해 폐광지역 최고의 관광마을로 만드는 것이 그의 꿈이다.
상장동 전설의 샘터 마을은 이 같은 변화 덕에 지난 8일 국토해양부가 주최하고 대한국토도시계획학회가 주관한 '대한민국 국토디자인대전 공모전'에서 대상인 국무총리상을 받았다. 사업은 이제 70% 정도 진행됐다. 내년 3월쯤 모든 사업이 마무리되면 칙칙했던 탄광 마을이 새로운 관광마을로 탈바꿈할 전망이다.
조선닷컴
강원도 태백시 상장동 2통은 우범지대로 불리던 마을이다. 폐광 지역인 이곳은 밤이 되면 청소년들이 공터에서 새벽까지 술을 마시고 담배를 피워 주민들조차 외출을 삼가던 곳이다.
석탄산업이 활발하던 1970~80년대만 해도 이렇지 않았다. 돈이 흔했고 사람으로 북적였다. 그러나 1980년대 말 정부의 석탄산업합리화 정책으로 탄광이 문을 닫으면서 광부들이 떠났고 600여명이던 주민은 지금 98가구 220명으로 줄었다. 이 중 47명은 독거노인이다. 주인 떠난 집들은 폐가가 됐고, 마을 분위기는 흉흉해졌다.
이런 마을을 되살려 놓은 게 토박이 강영찬(63) 통장이다. "어릴 적 마을엔 물레방아와 샘터가 있었고 주민들이 옹기종기 모여 정답게 살았죠. 추억 속의 고향이 이렇게 무너진 걸 견딜 수 없었어요."
작년 10월 강 통장은 마을 경로당에 주민 30여명을 모아 놓고 제안을 했다. 추억 속 고향을 되살리기 위해 마을 입구에 물레방아도 다시 세우고, 어둡고 침침한 집 외벽에 벽화를 그려 화사하게 만들어 보자는 것이었다.
주민들은 반응은 냉담했다. "그냥 살면 되지 뭣 하러 일을 벌이느냐"는 답이 돌아왔다. 일부 주민은 "물레방아를 돌리면 수압이 떨어져 식수를 쓸 수 없다"며 반대했다. 강 통장은 직접 실험을 벌여, 물레방아를 돌려도 식수에 문제가 없다는 사실을 증명하는 등 2개월 동안 설득 작업을 계속했다. '전설 속 샘터 마을 가꾸기' 사업은 이렇게 시작됐다.
첫 문제는 비용이었다. 강 통장은 태백시가 탄광 도시라는 이미지를 바꾸기 위해 추진 중이던 '뉴빌리지 운동'에 샘터마을 사업을 신청했다. 그렇게 해서 태백시로부터 지원받은 비용은 고작 500만원. 강 통장은 먼저 자기 돈 100만원을 내놓고 주민들의 기부를 호소했다. 적게는 몇만원에서 많게는 100만원까지 98가구 중 70여 가구가 동참해 1100만원이 모였다. 병원에 입원해 있던 주민도 2만원을 보탰다.
그래도 돈이 부족했다. 강 통장과 주민센터 공무원들은 사업비 해결을 위해 '재능 기부' 형식의 도움을 받자는 아이디어를 냈다. 그렇게 해서 사람들이 모였다. 고물상 주인이 철근을 댔고, 철공소 주인은 물레방아 축을 내놓았다, 보일러 가게 주인이 화단 조경용 벽돌을 지원했다. 마을을 정비하는 모든 일에는 주민들이 노력 봉사에 나섰다.
가장 큰 문제는 벽화였다. 주민센터와 강 통장은 수소문 끝에 '벽화봉사단'이라는 단체를 알게 됐고, 도움을 요청했다. 지난 여름 이화여대 미대 학생 봉사단과도 연결이 됐다. 이대 학생 10명이 3일간 마을에 머물며 벽화를 그렸다. 전문적인 그림은 이들이 맡고, 단순한 채색 등 마무리는 주민들이 도왔다.
벽화는 다섯 집의 외벽에 걸쳐 하나의 스토리가 있는 그림으로 그려졌다. 선비가 도깨비와 씨름했다는 '도깨비 길', 할미꽃의 전설은 담은 '할미꽃 길', 황지연못 근처에 살았다는 못된 황 부자의 이야기를 그린 '황부자 길' 등 골목골목이 화사하게 바뀌었다.
이 마을에 요즘 불량 청소년들이 사라졌다. 마을이 몰락하면서 서먹서먹해졌던 이웃들도 공동작업을 하며 옛정을 되찾았다. 강 통장은 "주민들이 아침만 되면 누가 시키지 않아도 집 앞 골목을 쓸고 청소한다"고 했다.
강 통장은 "1년 내내 외지인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던 마을인데 요즘은 하루에 20~30명씩 몰려와 사진 찍고 마을을 구경하고 간다"고 했다. 온 동네에 무궁화를 심고 풍차 카페를 만들고 계속 변화를 시도해 폐광지역 최고의 관광마을로 만드는 것이 그의 꿈이다.
상장동 전설의 샘터 마을은 이 같은 변화 덕에 지난 8일 국토해양부가 주최하고 대한국토도시계획학회가 주관한 '대한민국 국토디자인대전 공모전'에서 대상인 국무총리상을 받았다. 사업은 이제 70% 정도 진행됐다. 내년 3월쯤 모든 사업이 마무리되면 칙칙했던 탄광 마을이 새로운 관광마을로 탈바꿈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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