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경찰관, 독거노인 위해 택배기사·수리공 되다 | news | 2012-11-0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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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눈이 어두운 동네 노인들을 위해 숫자를 2cm 크기로 인쇄한 손영훈 경사의 명함. |
[충남 당진시 신평면의 '독거노인 수호천사' 손영훈 경사]
형광등 갈아달라, 택배 부쳐달라… 독거노인 전화오면 즉시 달려가
혼자 밥 먹는 노인 위해 매일 저녁식사 함께 해
26일 저녁 충남 당진시 신평면 금천리의 한 한식집. 칠순을 훌쩍 넘은 머리가 희끗희끗한 노인 5명이 둘러앉아 충남 당진경찰서 손영훈(47) 경사의 손을 꼭 붙잡았다. "아들, 밥 아직 안 먹었지? 빨리 내 옆에 와 앉아." 우거짓국이 차려진 식탁으로 손 경사의 소매를 잡아끌던 김상윤(86) 할머니가 고개를 숙이고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아들, 가버리면 우린 어떻게 지내라고. 안 가면 안 돼? 어쩌다 그리 급하게 가게 된겨." 할머니를 달래던 손 경사가 말했다. "아들이 계속 챙겨 드릴 거예요. 걱정 마세요, 어머니…."
2010년 3월부터 신평파출소에 배치된 손 경사는 신평면의 '독거 노인 수호천사'였다. 독거 노인의 부탁이라면 무엇이든 전화 한 통에 달려와 해결해줬다. 그런 신 경사가 22일부로 25㎞쯤 떨어진 당진시 고대면 고대치안센터로 발령났다. 이날 송별회는 2년 넘게 자신들을 돌봐줬던 손 경사를 위해 "아들 가는데 밥이라도 먹여 보내겠다"며 몇몇 독거 노인이 마련한 자리였다. "여기 온 지 얼마 안 돼 순찰을 하다 할머니 한 분이 집 앞에 쓰러진 것을 발견했어요. 아파도 말도 못하고 끙끙 앓다 병원에 가려다 쓰러지셨대요. 고향에 계신 부모님 얼굴이 떠오르면서 '혼자 사는 어른들을 내 부모님처럼 지켜 드려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손 경사는 독거 노인 100여명의 집을 찾아가 명함을 건넸다. 명함에는 2㎝ 정도 되는 큰 글씨로 그의 전화번호가 새겨져 있었다. 시력이 좋지 않은 노인들을 배려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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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6일 오후 손영훈(47) 경사가 충남 당진시 신평면 금천리의 한 한식집에서 독거 노인들과 함께 웃고 있다. 이날 모임은 손 경사가 2010년부터 일한 충남 당진시 신평파출소에서 지난 22일 당진시 고대면 고대치안센터로 근무지를 옮기게 되자 “아들 가는데 밥이라도 먹여 보내야겠다”며 독거 노인들이 마련한 송별회였다. /신현종 기자 |
손 경사는 노인들로부터 하루 평균 10통 이상의 전화를 받았다. "주방의 형광등을 갈아끼워 달라"는 부탁에서부터 "택배 부쳐달라" "창고 좀 수리해 달라"는 부탁까지 다양했다. 매일 마을 독거 노인을 한 명씩 찾아 저녁 식사를 같이하기도 했다. 이간난(80) 할머니는 "지난 5월 아들이 병으로 세상을 떠났는데 새 아들이 생겼다"면서 "혼자 밥 먹는 것만큼 외롭고 서러운 게 없었는데 새 아들 덕에 식사시간이 즐거워졌다"고 했다. 최병준(79) 할아버지는 "젊은 사람한테 미안해서 오지 말라고 해도 자꾸 온다. 정말 고맙고, 내 자식 같다"고 했다.
손 경사가 근무했던 신평파출소는 독거 노인의 쉼터가 됐다. 하루 5~6명의 노인이 '커피 한잔 하자'며 손 경사를 찾아왔다. 김세환(58) 파출소장은 "파출소 바로 앞에 노인정이 있는데도 어르신들이 이곳을 찾으신다"며 "손 경사가 발령이 난 뒤 며칠 새 이곳을 찾았다가 실망해서 돌아가신 분이 많다"고 말했다. 이들의 인연은 끝나지 않았다. 지난 29일 진폐증을 앓던 김상윤 할머니의 집. 김 할머니에게 입원치료가 필요하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은 손 경사가 찾아왔다. "어머니, 오늘은 꼭 병원 가셔야 해요." 주변에서 병원행을 권유했지만, 손사래를 쳤던 김 할머니였다. 그날 김 할머니는 말없이 손 경사를 따라 당진의 한 종합병원에 입원했다.
조선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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