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 한 줄이 인생을 바꿨다…오체불만족 ‘문학청년’ 이동한 씨 | news | 2012-11-0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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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성 뇌수막 패혈증’ 진단 뒤 문학에서 삶의 희망 되찾아
“살기 위해 팔과 다리를 절단한 뒤로는 언제나 벼랑 끝에 간신히 매달려 사는 기분이었습니다. 그때 시 한 구절이 제 마음을 다독여줬습니다. 문학은 제게 외로움을 달래주는 유일한 친구가 되어 주었고, 하루하루 살게 하는 삶의 원동력이 됐습니다. 제 꿈은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하는 ‘재미있는 시인’이 되는 겁니다.”
전동 휠체어를 타고 등장한 이동한(27)씨는 사람을 기분 좋게 하는 에너지를 갖고 있었다. 그는 “누구도 꺾을 수 없을 만큼 고집이 강한 성격이었는데 책을 읽으면서 한 커플씩 벗겨져 나갔다. 책이 사람을 이렇게 밝고 명랑하게 만들어준다.”고 웃으며 말했다. 별명인 ‘문학청년’답게 만나자마자 그는 독서 예찬론을 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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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학을 통해 장애를 딛고 일어선 문학청년 이동한 씨. 그에게 있어 문학은 외로움을 달래주는 친구이자, 삶의 원동력이 됐다. |
그의 장애는 하루아침에 찾아왔다. 중·고등학교 시절 축구국가대표를 꿈꾸던 소년이었던 그는 어느 날 축구부 훈련을 마치고 돌아오는데, 온몸에 열이 났다. ‘감기가 아닐까’라는 생각에 별 생각없이 자고 일어났는데, 혼자서는 일어날 수가 없었다. 큰 병원에 가 검사를 한 결과 ‘급성 뇌수막 패혈증’ 판정을 받았다.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양팔과 양다리를 절단해야 한다는 청천벽력같은 소식을 들었다.
수술 뒤 얼굴과 입, 목은 곪아 터지는 합병증도 찾아왔다. 그렇게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고통 속에 1년 2개월 병원신세를 졌다. 집으로 돌아오니 살길이 막막했다. 병원에서는 간호사와 의사가 그의 일거수일투족을 도왔지만, 현실에서는 어머니 없이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사람이 돼버렸다. 삶을 포기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아무것도 없었다. 그때 고은 시인의 ‘별똥’이란 시를 접했다. 단 한 줄도 시가 될 수 있다는 것에 흥미를 갖게 됐다는 이 씨는 “하루하루 허송세월을 보내던 제게 ‘별똥’이란 시는 벼락을 맞은 것처럼 마음 한편을 울렸다.”며 “짧지만 강하게 다가왔다.”고 말했다. “내 영혼의 울림에 답변을 하듯 떨어지는 별똥이 마치 내 이야기를 하는 것만 같았다.”는 그는 자신도 모르게 ‘살아야겠다. 살아서 뭔가를 이루고 싶다.’는 마음이 간절하게 들었다고 했다.
그렇게 접한 시 한 줄이 그의 삶을 바꿔놨다. 쉽게 읽을 수 있는 만화부터 읽기 시작하면서 하루하루 속도가 붙자, 시·소설·인문학 등을 섭렵해나갔다. 조금씩 자신감을 갖게 되자 잠시 놓았던 학업의 끈도 이어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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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는 고은 시인의 ‘별똥’이란 시를 접하면서, 단 한 줄도 시가 될 수 있다는 것이 흥미를 갖게 됐다. 그는 “마치 벼락을 맞은 것처럼 마음 한편을 울렸다.”고 표현했다. |
재활치료도 열심히 했다. 왼손에 의수를 끼고 나서는 힘 조절이 되지 않아 종이컵이 찌그러져 물도 마시지 못했지만 하루도 빠짐없이 노력한 끝에 지금은 혼자서 노트북 자판을 치고 밥을 먹을 수도 있게 됐다. 스물세 살, 고등학교를 졸업하자 진로에 대해서도 심각하게 고민하기 시작했다.
그는 “팔과 다리가 없어 ‘내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하는 회의감이 다시금 들기 시작했다.”며 “부모님께 의지해 평생을 살고 싶지 않았다. 나만이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 진지하게 고민했다. 앉아서 할 수 있는 일을 찾다 평소 좋아하는 책과 연관짓다 보니 막연히 글을 쓰고 싶어졌다.”고 말했다. 그래서 택한 전공이 문예창작이었다.
대학생활은 사람들의 보호 속에 재활학교를 다니던 시절과는 달랐다. 무엇이든 본인이 결정하고, 행동하는 자유로운 생활이 처음에는 무척 낯설었다는 그는 수업이 없는 시간을 알차게 보내고 싶어 도서관을 찾기 시작했다. 그때부터 도서관은 그에게 놀이터가 됐다.
“책장에 진열된 수많은 책을 보니 마음이 부자가 되는 것 같았다.”는 그는 “학창시절 운동만 하다 보니 전문지식이 부족했다. 한권을 읽으려면 이해가 되지 않아 그 부분을 읽고 또 읽었다. 남들보다 두 세배의 시간이 소요됐지만, 책을 통해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어 즐거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책 속의 다양한 캐릭터에 감정 이입돼 ‘나라면 저렇게 했을까’ ‘나도 이렇게 슬럼프를 극복해야지’라며 나도 모르게 이상한 자신감이 생겼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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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 한 줄이 그의 삶을 바꿔 놨다. 왼손에 의수를 끼면서는 힘 조절이 되지 않아 물도 마시지 못했지만 끊임없는 노력 끝에 지금은 혼자서 노트북 자판을 치고 밥을 먹을 수 있게 됐다. |
물론 처음엔 주변 사람들의 시선이 불편하기만 했다. 어떻게 친구를 사귀어야 할지도 몰랐다. 하지만 책을 읽으면서 마음을 다스리는 방법을 배웠고, 긍정의 힘을 얻었다. 먼저 밝은 모습으로 다가가니 하나둘 친구들이 몰려들었다. 4층 강의실에는 엘리베이터가 없어 이동이 불편했지만 친구의 도움을 받아 학업을 이어갈 수 있었다.
2학년 때부터는 학교생활에 완벽히 적응했다. 본격적인 시 공부를 위해 각종 동아리 활동도 했다. 졸업 작품 편집장과 각종 행사에서 학술부장도 도맡아 했다. 성실함과 꾸준한 노력으로 4년 내내 장학금도 놓치지 않았다.
1학년 때부터 노트북을 이용해 습작한 시·희곡·소설 등 500여 편이 그에게는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보물이다. 지난해 ‘가람 이병기 시·문학상’과 ‘IH 청년 문학상 시 부문 우수상’ 등을 수상하며 그의 노력이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이 씨는 “집밖으로 나서는 순간부터 모든 것이 도전”이라며 “아픈 제 맘을 이해해주고 다독여주는 문학이 있었기에 하루하루 삶의 도전을 이어갈 수 있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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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씨의 꿈은 문학을 사람들에게 좀더 쉽고 재미있게 다가가는 ‘시인’이 되는 것이다. “독서를 통해 삶의 의지를 되찾았듯이 많은 사람들에게 독서의 즐거움을 알려주고 싶어요.” |
그는 “책을 읽지 않았다면 하루하루 살아가는 것이 얼마나 가치 있는지 알지 못했을 것”이라며 “책은 내게 인생의 가장 큰 깨달음을 선물해줬다. 생각이 바뀌고, 내가 바뀌니 나를 바라보는 시선에서 자유로워졌다. 이제는 하루라도 책을 읽지 않으면 뭔가 허전할 정도다.”라며 웃었다.
올해부터 그는 대학원에 진학했다. 배우고 싶은 것도 더 많아지고, 도전하고 싶은 열망도 커졌다. 최근에는 전주국제영화제조직위원회가 주최하는 독립영화 시나리오 과정도 수료했다. 이 씨의 꿈은 사람들에게 좀더 쉽고 재미있게 다가가는 ‘시인’이 되는 것이다.
“단 한 줄이라도 사람들에게 흥미를 주고, 재미를 선사하는 시를 쓰고 싶어요. 독서를 통해 삶의 의지를 되찾았듯이 많은 사람들에게 독서의 즐거움을 알려주고 싶어요. 사람들에게 ‘한 번 해보지 않을래?’라며 문학으로 소통하고 싶습니다. 지켜봐주세요.”
공감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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