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교장선생님은 밤 11시까지 운전대를 잡습니다… 산골학교 30명 모두 바래다주러 | news | 2012-11-0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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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척시 가곡면 가곡중·고 앞에서 임재인 교장이 학생들과 함께 버스에 올라 창문 밖으로 손을 흔들고 있다. 임 교장은 지난 여름 1종 대형 운전면허를 취득해 직접 학생들을 집으로 데려다 주고 있다. /이범석 객원기자 |
삼척시 가곡중·고교 임재인 교장, 매일 아이들 하굣길 책임져
버스 몰려고 대형 1종면허 따기도… 교육청 지원 한푼 없지만… "정말 행복"
"오늘도 수고했어요. 다 탔나요?"
지난달 29일 오후 10시 강원 삼척시 가곡면 가곡중·고교 정문. 캄캄한 하굣길을 책임질 통학버스에서 운전기사가 환한 웃음으로 학생들을 맞았다. 핸들을 잡은 사람은 이 학교 임재인(59) 교장선생님이다.
임 교장은 "공부하느라 고생했다"며 버스에 오르는 학생들의 어깨를 일일이 두드렸고 모두 차에 오르자 왕복 2차선의 좁은 산간 도로를 조심스레 달렸다. 23인승 통학버스는 한 방향으로 20여분을 달려 학생들을 내려준 뒤, 학교로 돌아와 학생들을 또 태우고 반대쪽으로 왕복 20여분을 달린다. 전교생 30명 중 이날 28명이 버스로 집에 갔다. 학생들은 내릴 때마다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선생님" 하며 손을 흔들었다.
10시 40분쯤 마지막 학생인 윤은비(고3)·고은(고1)·누리(중1) 세 자매가 동활리 도로변에 내렸다. 언제나처럼 부모가 마중나와 있었다. 이들의 집은 길이 좁아 버스가 들어가지 못한다. 임 교장은 차에서 내려 부모의 손을 잡으며 "오늘도 나오셨네요" 하고 인사했다. 은비양은 "수능시험이 얼마 남지 않아 피곤하고 긴장되는데, 교장선생님이 귀갓길을 책임져 주시니까 정말 편하다"며 "시간이 남아서 하는 일이 아니기에 감사함을 깊이 느낀다"고 했다.
이 학교는 삼척시내에서도 1시간 떨어진 산골학교다. 교장을 포함한 교원 18명이 전원 학교 관사에서 생활한다. 1970~1980년대 아연 광산이 활기를 띨 때는 학생 수가 350여명이었지만, 1980년 말 폐광 이후 인구가 줄었다. 주변에 학원은커녕 PC방 등도 없기에 오후 정규수업이 끝나면 학생들은 학교에서 밤 10시까지 시간을 보낸다. 학교에는 탁구장, 골프연습장, 체력단련실, 컴퓨터실, 당구장, 도서실이 있어 집보다 훨씬 좋다.
임 교장은 지난 3월 부임 당시 매일 밤 부모들이 차로 아이들을 데려가는 모습을 보고 놀랐다. 이때 "내가 아이들을 직접 데려다 줘야겠다"는 결심을 했다. 임 교장은 지난 7월 여름방학과 동시에 운전학원에 갔고, 버스 운전 1종 대형면허를 땄다. 8월 개학을 하고 첫 교직원협의회에서 "통학버스를 직접 운행하겠다"고 선언하자 다른 교사들은 어리둥절했다고 한다. 버스는 인근 오저초교의 통학버스를 무료로 빌렸다. 오후 5시쯤 초등학생들이 모두 하교하기 때문에 버스를 이용할 수 있었다.
가곡중·고교는 지난해 말 도교육청에 통학버스 운전기사(90만원)와 유류비(15만원) 등 예산을 신청했지만 배정받지 못했다. 이에 임 교장은 인건비는 자신의 봉사로, 기름 값은 학교예산으로 충당하고 있다. 내년에도 예산이 배정되지 않으면 또 운전석에 앉을 생각이다.
처음에는 교장 선생님의 운전을 불안하게 생각하는 부모도 있었다. 지금은 통학버스를 기다리는 부모들이 임 교장에게 '감사하다'며 고구마와 밤, 우유 등을 건네기도 한다.
학교가 학생들에게 관심을 보이면서 주민들도 학교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커졌다. 10월 열리는 학교축제 '매봉제'는 원래 교사와 학생들만의 잔치였지만 올해는 가곡면민 760명 중 550명이 참여할 만큼 열기가 뜨거웠다.
최진석(49) 교사는 "피곤하실 텐데 변함없이 밤 11시까지 운전하는 모습에 자랑스러움까지 느낀다"고 했다. 임 교장은 "교직생활 38년 만에 이게 행복이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며 "2015년 정년 때까지 이 학교에서 일하고 싶다"고 했다.
조선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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