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베테랑 소방대원도 책임감 하나로 버티는 현실” | news | 2012-11-14 |
매년 11월 9일은 ‘소방의 날’이다. 1991년 소방법을 개정하면서 ‘119’를 상징하는 11월 9일을 소방의 날로 제정했다. 올해로 50주년을 맞은 소방의 날은 국민들에게 화재에 대한 경각심과 이해를 높이고 화재로부터 국민의 재산과 생명을 보호하기 위한 날이다.
‘제50회 소방의 날’ 기념 표창 받은 이완수 계장·김성희 여성의용대장
소방방재청 자료에 의하면 소방관들은 연평균 4만6,114건의 화재를 진압했고, 8만9,100명의 인명구조와 응급환자 138만5,488명의 병원 이송 등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했다. 하지만 이 같은 성과의 이면에는 이들의 희생이 있었다. 연평균 7명의 소방관이 순직하고 333명이 크고 작은 부상을 당했다.
지난 2일, 순직한 김영수 소방경을 비롯해 소방공무원들의 순직사고가 잇따라 발생하면서 안전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당시 사고가 일어난 인천 의류창고 건물은 가로 108m 세로 83m의 매우 넓은 장소였다. 김 소방경은 화재를 진압하고 다른 곳에 번지지 않았는지 내부 상황을 점검하다 방향을 잃어 호흡기의 공기가 소진되면서 질식해 순직했다. 25년간 재난현장을 누빈 베테랑 소방대원이었음에도 이 같은 사고를 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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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방관들은 연평균 4만6114건의 화재를 진압했고, 8만9100명의 인명구조와 응급환자 138만5488명을 병원에 이송하는 등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했다. 하지만 이 같은 성과의 이면에는 이들의 희생이 있었다. 연평균 7명의 소방관이 순직하고 333명이 크고 작은 부상을 당했다. (사진=소방방재청 제공) |
이처럼 화재·폭발 등 각종 재난사고 현장에는 예측할 수 없는 수많은 위험요소가 도사리고 있다. 오늘도 화재 현장에서 화마와 사투를 벌이고 있는 소방관들이 있기에 우리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받고 있다. 제50회 소방의 날을 맞아, 많은 소방관들 가운데 대통령 표창을 수상한 이완수(전북 소방안전본부 교육감찰담당) 계장을 만나 소방관들의 고충을 들어봤다.
이 계장은 올해로 30년 넘게 소방업무를 담당하며, 화재예방 특별대책 추진 및 홍보에 적극적으로 기여한 점을 인정받았다. 국민안전 재난예방활동을 통해 2만 여명의 안전교육을 담당했으며, 화재진압 및 인명구조에 1,500여회 참여했다.
“소방 업무는 위험한 만큼 보람도 큰 직업입니다. 1980년 대 신입시절에는 지금보다도 장비시스템이 갖춰지지 않아 열악한 상황 속에 화재진압을 해야 했습니다. 장비가 너무 오래돼 녹슬기도 했고, 직접 사람이 운반해야 해서 현장에 나가기도 전에 힘이 다 빠지곤 했지요.”
그는 허공을 바라보며 고달팠던 신입시절을 술회했다. “심지어 소방관 100명 정도가 근무하는 소방서에 산소호흡기가 3~4개 밖에 구비되지 않았죠. 그렇게 없으면 없는 대로 현장에서 수건에 물을 묻혀 가며 화재 현장에 뛰어드는 거지요. 무작정 불빛을 따라가는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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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50회 소방의 날을 맞아, 대통령 표창을 수상한 이완수(전북 소방안전본부 교육감찰담당) 계장. 그는 올해로 30년 넘게 소방업무를 담당하며, 화재예방 특별대책 추진 및 홍보에 적극적으로 기여한 점을 인정받았다. |
차가 작아서 소방관이 탈 좌석이 부족해 차 뒷면에 매달려 현장에 나가기도 했다. 이 계장은 “화재가 일어나는 현장 속을 뚫고 가면 앞이 하나도 보이지 않습니다. 서로에게 의지하고 믿을 수밖에 없는 거지요. 직업적 사명감이 없으면 못할 일이지요. 현장에서 화재진압을 하고 구조·구호를 하고 나면 그렇게 성취감이 커요. 일은 고돼도 자부심은 큽니다.”
화재 진압을 하면서 그는 ‘불이 나기 전에 예방하면 얼마나 좋을까’ 라는 생각에 화재예방 특별대책반을 꾸렸다. 2006년 전북 고창소방서에서 근무할 당시 그는 농촌지역에 거주하는 결혼이주여성들을 대상으로 화재예방법과 119 활용법 교육에 힘썼다.
“전북에서도 교통의 오지로 통하는 고창에는 당시 갓 시집온 결혼이주여성들이 많았지요. 낮에는 주로 혼자 있는 경우가 많은데, 한국어도 서툴다보니 119 활용법을 모르는 분들이 허다했죠. ‘아프다’ ‘불이다’ 같은 간단한 한국어 교육과 함께 119를 누르면 구급차가 갈 수 있다는 것을 알려줬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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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재가 일어나는 현장 속을 뚫고 가면 앞이 하나도 보이지 않고 그저 깜깜합니다. 서로에게 의지하고 믿을 수밖에 없는 거지요. 직업적 사명감이 없으면 못할 일이지요. 그만큼 자부심도 커요” |
어디에 몇 명이 사는지 집계가 되지 않았지만 교육을 받은 결혼이민자들 사이에서 소문이 나면서 자발적으로 소방서에 와서 안전교육을 받기도 했다. 지역주민으로부터 소화기를 기증받아 열악한 환경에 사는 가정에 대신 전달해주기도 했다.
“대부분 화재가 나는 곳은 어려운 환경 속에서 사는 분들이 많습니다. 특히 시골 지역은 전기가 오래돼 누전이 되는 경우가 많아 화재 노출 빈번한 곳이기도 하지요. 혼자 거주하는 고령자 사이에서 화재가 많이 일어나는데, 그런 현장에 갈 때면 저희도 마음이 아픕니다. 독거노인이나 고령자들은 자식들과 왕래가 없다보니 아파도 병원에 못가는 경우도 많죠. 그런 사연을 듣고 나서부터는 소방관들이 나서서 ‘아들’ 역할도 해드리고 있습니다.”
구급차를 이용해 마을 주민들과 함께 읍내 병원에 모셔다 드리기도 하고, 말벗이 되어주기도 한다. “‘말 한마디에 천 냥 빚을 갚는다.’는 말처럼 손을 꼭 잡고 ‘고맙다’고 하실 때는 정말 가슴에 와 닿아요. 그럴 때 고된 노고가 한꺼번에 풀리면서 다시 일어날 힘을 얻곤 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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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씩씩한 목소리 소방차 길 터주기 운동에 동참을 촉구하는 김성희(58)씨. 그는 28년 째 군산소방서 여성의용소방대장으로 근무하며, 산불화재예방에 힘쓴 공로를 인정받아 국무총리 표창을 수여했다. |
“도로에서 화재 등 각종 재난·재해 발생 시 5분 이내 소방차 도착율을 높이기 위한 ‘소방차 길 터주기’에 동참해 주세요.”
씩씩한 목소리로 소방차 길 터주기 운동에 동참을 촉구하는 김성희(58)씨. 그는 28년째 군산소방서 여성의용소방대장으로 근무하며, 산불화재예방에 힘쓴 공로를 인정받아 국무총리 표창을 수여했다. 여성의용소방대는 소방서의 업무를 돕기 위해 그 지역 주민들이 자진해 구성한 비상근 소방대로서 소방기본법 제 37조와 시·도 의용소방대설치조례준칙에 근거해 운영되고 있는 우리나라 대표적인 재난관련 민간조직이다.
이들은 소방본부장이나, 소방서장의 소집명령에 따라 화재진압 및 인명구조, 구급 등 소방 활동 보조 업무를 비상근적으로 수행한다. 주로 봉사활동이 주를 이루는데, 큰 화재가 나면 소방대원과 함께 비상 업무에 돌입해 소방대원들의 보조역할을 하며 식사 준비와 주변교통정리 등을 돕는다.
“군산 지역은 물론 전국 곳곳의 대형 화재를 비롯해 태안 기름 유출, 홍수현장, 태풍 재난 지역 등 어김없이 달려갑니다. 남에게 비춰지기 위해서 봉사를 하는 것이 아니라 제 스스로 삶의 활력소를 찾고자 봉사를 하는 것이지요. 소방대원들과 함께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점이 감사한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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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방방재청은 안전관리시스템을 대폭 강화해 건물내부에 진입한 모든 대원의 안전을 모니터링 할 수 있는 ‘대원 위치추적 시스템’ ‘안전수칙 위반자 벌점제’ 등의 제도를 도입할 예정이다. 사진은 소방관 위치 추적 시스템 개요도 (사진=소방방재청) |
그러면서 현장에서 본 소방대원들의 모습을 이야기해줬다. 김 대장은 “소방대원들의 사고 소식을 들을 때면 제일 가슴이 아픕니다. 아무래도 외국에 비해 소방장비가 낙후된 경우가 많은데, 교체시기를 놓쳐 계속 쓰고 있으니 사고가 이어지는 것 같아요. 옆에서 소방대원들을 지켜보고 있으면 철저히 ‘책임감’ 하나로 버티고 있다는 느낌이 듭니다. 현장에 뛰어들 때면 목숨을 내놓고 하는 일인데, 그만큼 인정을 못 받는 것 같아 안타까울 때가 많습니다.”
그는 무엇보다 “화재 현장에는 소방대원들의 현장 도착이 최우선이 되어야 한다.”며 “소방차가 늦어지면 그만큼 구조할 시간이 줄어든다는 뜻이니까요. 운전을 하시다가 소방차를 보게 되면 빠르게 이동할 수 있도록 ‘소방차 길 터주기’에 적극적으로 동참해 달라.”고 재차 강조했다.
한편, 소방방재청은 안전관리시스템을 대폭 강화해 소방대원의 안전사고를 획기적으로 줄여 나갈 계획이라고 9일 밝혔다. 이와 관련해 건물내부에 진입한 모든 대원의 안전을 모니터링할 수 있는 ‘대원 위치추적 시스템’, ‘안전수칙 위반자 벌점제’ 등의 제도를 도입할 예정이다. 소방방재청 관계자는 “더 이상 안타까운 희생이 없도록 전국 소방관서장이 현장안전관리를 당면 최우선 과제로 삼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공감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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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방 영웅 올해만 6명 잃어…무엇이 그들을 死地로 내모나
"갈산 하나, 현재 어디인가?"(부평소방서 현장지휘대 소속 한 소방경)"(지하) 3층."(고 김영수 소방경)
2일 오후 9시 3분, 부평소방서 갈산 119안전센터 소속 김영수 소방경(54)은 6번이나 무전으로 그를 찾던 현장 지휘관의 다급한 물음에 짧게 응답했다. 지상과의 마지막 교신이었다. 김 소방경은 오후 8시 35분경 2명의 동료와 인천 부평의 한 지하창고 화재 현장에서 지하 2층으로 내려간 뒤 3일 오전 2시 50분경 주검으로 발견됐다. 소방당국 관계자는 "지하 화재 현장은 단독 작업을 해선 안 되지만 김 소방경이 일에 몰두하다 보니 다른 동료들과 떨어지게 된 것으로 보인다"며 "지하 2층에 있었는데 지하 3층이라고 말한 것은 응답 시점에 이미 출구를 찾지 못해 당황했기 때문일 것"이라며 안타까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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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료도 유족도 눈물의 영결식인천 부평구 청천동 물류창고 이랜드월드 지하 2층에서 2일 발생한 화재를 진압하던 도중 숨진 김영수 소방경의 영결식이 5일 오전 9시 인천 부평구 부평소방서에서 열렸다. 가을비가 내리는 가운데 열린 영결식에서 인천 공단소방서 소속 이현철 소방장이 눈물을 흘 리며 고인에게 거수경례를 하고 있다(왼쪽). 유족은 김 소방경의 관을 붙들고 오열했다(오른쪽). 고인의 유해는 인천시립승화원에서 화장된 뒤 국립서울현충원에 안장될 예정이다. 인천=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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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故김영수 소방경 |
또 한 명의 소방관이 2일 화마와 싸우다 목숨을 잃었다. 올해로 6명째다. 전문가들은 턱없이 부족한 소방장비와 인력, 제대로 소방관을 지켜주기 힘든 현장 대응 매뉴얼을 개선하지 않고선 언제든 제2, 제3의 김 소방경과 같은 희생자가 나올 수밖에 없다고 입을 모았다.
○ 사명감만으로 버티기 힘든 현실
함께 일하던 동료를 잃은 인천 지역의 한 소방관(43)은 "몸에 걸치는 장비 무게가 25kg에 달하는데 한 번 출동해 현장에서 2∼3시간 작전을 펼치면 체력이 한계에 이른다"며 "교체가 필요한 장비를 들고 현장에 나설 때면 사선에 선 기분"이라고 토로했다.
소방관들의 공기호흡기나 방화복 등 안전장비의 부족 및 노후화는 사고 때마다 지적돼 왔지만 아직도 개선되지 않고 있다. 개인장비는 필요한 양보다 17.3%가 부족하며, 지급된 개인안전장비 중 사용 연한을 초과한 노후 장비도 전체의 15.4%나 된다. 정부는 지난해 말 안전장비 보충 및 노후장비 교체를 위해 예산을 편성했지만 올 초 국회가 전액 삭감했다.
열악한 처우도 소방관들의 사기를 꺾고 있다. 현재 소방공무원 1인당 담당 국민 수는 1208명으로 일본(820명), 프랑스(1029명), 미국(1075명) 등에 비해 많은 편이다. 하지만 위험수당은 2008년 3만 원에서 5만 원으로 오른 뒤 제자리이고, 화재진압수당도 2001년 4만 원에서 8만 원으로 오른 뒤 11년째 동결되어 있다.
열악한 근무 여건 탓에 사고는 줄지 않고 있다. 2010년과 2011년 각각 8명의 소방관이 순직했고 올해에도 벌써 6명이 목숨을 잃었다. 부상자도 2010년 340명, 2011년 355명이며 올해에도 174명이나 된다.
○ 소방관 목숨을 최우선시해야
이번 사고를 계기로 매뉴얼과 장비 개선을 통해 소방관들이 사지로 몰리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번처럼 엄청난 양의 유독가스가 발생되고 열에 취약해 순식간에 무너져 내리는 특징을 가진 대형 물류창고와 같은 곳에는 안전장치를 마련한 뒤 소방관을 투입해야 한다는 것이다.
박형주 경원대 소방방재공학과 교수는 "화재 발생 시 물류창고 내에 구조가 필요한 사람이 있다면 진입해야 하지만 그렇지 않다면 절대 건물 안으로 들어가선 안 되도록 매뉴얼이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 소방당국의 대응 매뉴얼을 보면 대형 물류창고에 화재가 났을 경우 건물을 부숴서라도 우선 환기를 시켜 건물 내부에 가득 찬 농연(짙은 유독가스)과 열을 빼내도록 되어 있다. 이 조치가 선행되지 않으면 소방관은 건물로 진입할 수 없다.
급박한 화재 현장에서 활동하는 소방관의 안전을 위해 장비 개선도 필요하다. 사고 당시 김 소방경이 메고 있었던 공기호흡기는 50분가량 쓸 수 있는 용량이었지만 실제 현장에서 활동을 하며 사용할 수 있는 시간은 35∼40분 정도다.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에서는 90분까지 쓸 수 있는 공기호흡기를 배치해 사용하고 있다.
김 소방경이 사용했던 공기호흡기에는 자신의 위치를 표시할 수 있는 위치표시등과 공기 잔량이 15% 이하로 떨어지면 울리는 경보장치가 부착돼 있었다. 하지만 그는 동료들에게 자신의 위치나 위급한 상황을 알리지 못했다. 한 전문가는 "대형 건물로 들어간 소방관의 위치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 방식의 위치수신기가 현장에 공급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소방방재청은 방호복에 센서를 달아 현장에 투입된 소방관들의 위치와 호흡 맥박 등 신체상태를 외부에서 실시간으로 감독할 수 있는 시스템을 내년까지 개발 완료해 도입할 방침이다.
한편 하루 종일 가을비가 내린 5일 인천 부평소방서에서는 김 소방경의 영결식이 엄수됐다. 그의 부인은 기도하듯 영결식 내내 두 손을 꼭 모은 채 눈물을 쏟아내 보는 이들을 안타깝게 했다.
동아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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