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민 5명 중 1명이 봉사자…어떤 동네기에? | news | 2012-12-1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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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수영구, 계층별 봉사활동 프로그램 인기…혜택 늘려 봉사 유도
“삼촌 어서 빨리 목욕가요.”
“우리 귀염둥이(가명 대신 귀염둥이라고 표현 요청)시후잘 지냈어? 삼촌 많이 보고싶었지? 얼른 가서 씻고 맛있는 외식하러 가자.”
부산 수영구에 위치한 아동위탁시설 ‘이삭의 집’에는 토요일마다 아주 반가운 손님이 찾아온다. 이곳 아이들의 ‘삼촌’, ‘이모’가 되어주는 ROTC 봉사단원들이다.
매주 정기적으로 방문해 아이들과 함께 목욕을 하고, 외식을 하며 시간을 보내는 이들은 ‘이삭의 집’의 단골손님들이다. 제대한 ROTC 멤버들로 이뤄진 이 봉사단은 수영구에서 활동 중인 여러 봉사단 중에서도 가장 규칙적으로 봉사하기로 소문난 단체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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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탁아동시설 ‘이삭의 집’에는 ROTC 봉사단원들이 방문해 매주 함께 목욕을 하고, 외식을 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
이들 봉사단은 능숙한 솜씨로 목욕가방을 챙기더니, 아이들을 차에 태우고 목욕탕으로 향했다. 목욕이 끝난 뒤에는 근처 중국집으로 가 아이들이 좋아하는 자장면을 시켜 먹고 다시 시설로 돌아오는 게 이들의 하루 코스이다.
대한민국 ROTC 부산봉사단 김선하 단장은 “대부분의 위탁 시설에는 주로 여자 선생님들이 상주하기 때문에 남자 아이들의 경우 목욕탕을 가는 게 쉽지 않다.”며 “처음에는 쉽게 마음을 열지 않던 아이들이 함께 목욕탕에 가서 등도 밀어주고 외식도 하다보니 어느새 자신의 고민까지 털어놓는 사이가 됐다.”고 말했다.
부산 수영구에서는 ROTC 봉사단처럼 정기적으로 봉사활동을 하러다니는 사례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실제로 주민 5명 중 1명이 봉사를 한다는 말이 나돌 정도로 이곳 주민들의 봉사활동은 예상을 뛰어넘는 수준이다. 누가 시켜서 하는 것도 아니다. 의무감이 아닌 자발성이 바탕이 된다는 점에서 더욱 주목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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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봉사활동을 일정 시간 이상 이수해야 하는 초중고교 학생들은 의무적으로 봉사활동에 참여하는 경우가 많지만, 부산 수영구 주민들의 봉사활동은 의무감이 아닌 자발성이 바탕이 된다는 점에서 더욱 주목할 만하다. (사진= 부산 수영구청) |
수영구청 주민생활지원과 신성구 담당자는 “수영구 자원봉사센터에 등록된 수영구민 자원봉사 등록인구가 2007년 14,200명에서 2012년 10월말 현재 33,164명으로 비약적으로 늘었다.”며 “이는 전체 주민의 18%에 해당하는 수치”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인구 5명중 1명 꼴로 자원봉사자로 등록돼 있는 셈이다.
신 담당자는 이에 대해 다양한 봉사활동 프로그램 개발과 계층별 봉사단 구성을 그 비결로 들었다. 실제로 수영구에는 전국에서 유래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한 봉사단이 존재하고 있다. 수영구 공무원 자원 봉사단, 아파트부녀 봉사단을 비롯해 청소년 자원봉사단, 어르신 봉사단, 기업자원봉사단 등 연령·직업별로 다양한 봉사단체가 활동 중이다.
자원봉사자들에게는 다양한 혜택도 주어진다. 자내 대형마트와 협약을 맺어 자원봉사 활동을 활발히 한 우수 자원봉사자에게는 적립율이 2배가 되는 VIP 카드를 발급받게 해주고, 관내 병원들과도 진료비 할인 협약을 맺는 한편, 음식점 및 각종 상점 등에서도 할인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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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영구 주민들은 누가 시키지 않아도 자발적으로 봉사단체를 조직하고, 자신의 도움이 필요한 곳이면 어디든 달려가서 함께 하고 있었다. |
이런 분위기 속에서 수영구민들은 적게는 한 개에서 많게는 서너 개의 봉사단체에 가입해 봉사활동을 펼치고 있었다. 최근에는 건강의료, 문화예술, 저소득사회복지, 멘토링 교육상담, 레저 스포츠팀 등 분야별로 총 51개팀(1,266명)이 참여하는 ‘수영구 전문재능 나눔 봉사단’까지 조직해 각자의 재능을 기부하고 있다.
수영구 전문재능 나눔봉사단 손인석 단장은 “봉사라고 해서 뭔가 거창한 것을 하는 것이 아니라 단원들이 평소 가진 재능을 활용하는 것이기 때문에 오히려 봉사하는 사람들이 뿌듯함을 많이 느낀다.”며 “수영구에서 적극적으로 장소를 제공해주는 등 도움을 주고 있고, 의사들은 필요한 경우 자신 사비를 들여서라도 각종 기구를 완비해오는 등 그 열의가 대단하다.”고 설명했다.
한편, 특별한 재능은 없지만 헌신하는 마음 하나만으로 봉사에 나선 단체들도 있어 눈길을 끈다. 지난 1999년 발족한 민간사회안전망 수영동위원회는 무의탁·장애·저소득 가정 10~20가구에 매월 백미를 지원하고 설, 추석 명절에는 50가구에 쌀과 라면, 떡국 등을 지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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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의탁 노인들과 함께 온천 나들이를 다녀온 민간사회안전망 수영동위원회의 모습 (사진=민간사회안전망 수영위원회) |
특히, 해마다 김장 담그기, 효도관광 및 만남의 장 행사 및 선물 지원 등의 활동은 물론 저소득 노인 초청 경로잔치 및 영정촬영 등의 활동도 하고 있다. 특히, 후원 받은 금액은 100% 저소득 주민들에게 환원하고, 매달 보고서를 통해 재정 사용내역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있어 바람직한 봉사활동의 표본이 되고 있기도 하다.
수영구 전문재능나눔봉사단 김채우 부단장은 “겉으로 보면 수영구가 부자 동네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많지만 속속들이 살펴보면 여전히 슬레이트 지붕의 판잣집 동네가 남아있을 만큼 어려운 사람들이 많다.”며 “동네 어르신들 모시고 온천에 가서 등을 밀어드리는 것만으로도 큰 효도이자 봉사”라고 말했다.
다양한 봉사단체가 있는 만큼 봉사에 참여하는 주민들의 사연도 다채롭다. 젊은 시절부터 꾸준히 봉사활동을 해왔다는 정명언 수영구 자연보호협의회장은 “받는 것보다 주는 것이 더 행복하다고들 하는데 봉사활동을 하다보면 삶이 더 행복해지는 기분”이라며 “20대 젊은이들부터 80대 어르신들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봉사자들과 함께 하면서 인생이 더욱 풍요로워지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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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영구 주민들이 지난 여름 해운대 해수욕장에서 진행된 쓰레기 되가져가기 운동의 자원봉사자로 나섰다. (사진 =수영구 자연보호협의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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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영구 주민들은 봉사가 필요한 곳이면 언제, 어디든 달려갈 만반의 준비가 돼있다. |
이처럼 수영구 주민들이 자원봉사 활동에 열의를 갖게된 데에는 수영구 자원봉사센터의 숨은 노력도 간과할 수 없다. 수영구 자원봉사센터 한상미 교육 코디네이터는 “수영구청과 협의해 다양한 봉사 프로그램들을 기획하고, 취약계층에 혜택이 골고루 돌아갈 수 있도록 봉사자와 수혜자를 적절히 매칭시켜주고 있다.”며 “봉사가 어려워 망설이시는 분들도 센터의 도움으로 쉽게 봉사활동에 참여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수영구 자원봉사센터의 프로그램을 통해 8년째 이미용 봉사에 참여하고 있다는 손상옥 씨는 “몸은 힘들어도 어르신들이 많으면 많을수록 일할 맛이 난다.”며 “직접 이미용 해드린 어르신들이 거울을 보면서 활짝 웃으실 때 가장 보람을 느낀다. 봉사를 통해 만난 어르시들의 임종 소식을 들으면 그렇게 마음이 짠할 수가 없다.”며 봉사활동에 푹 빠져든 모습이었다.
수영구청 주민생활지원과 신성구 담당자는 “수영구는 계층별, 분야별 봉사단들을 한데 모아 연합봉사단을 구축, 좀더 체계적이고 조직적으로 관리·운영할 계획”이라며, “지역 주민들의 봉사 문화 활성화를 위해 지역사회 시민운동으로도 확대해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공감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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