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주의 ‘별난’ 자랑거리들 한데 모았봤더니… | news | 2012-12-14 |
고령의 호랑이 화가부터 ‘한지갓’ 개발자까지…“과연 문화도시답네~”
1957년 초등학생 때부터 우표를 수집하기 시작한 임일태 씨. 임 씨는 우리나라의 최초 우표부터 최근 발행된 우표까지 하나도 빠짐없이 수집한 것은 물론 세계 최초 우표(1840년)와 세계최초 엽서(1845년) 등 전 세계 141개국 5,400여종의 우표를 소장하고 있다. 그런가 하면 52년 째 전주시 관련 기사를 스크랩하고 있는송상춘 씨가 보관 중인 스크랩을 수직으로 쌓으면 12층 높이에 달한다.
전주시는 이 같은 별난 자랑거리 등을 모아 처음으로 ‘천년전주 기네스’를 선정했다. ‘천년전주 기네스’에는 총 125건이 접수돼 ‘전주를 자랑할 수 있는 기념비적이고 상징성이 있는지’를 기준으로 시민들의 끼나 자랑거리, 숨은 재주 등 별난 이색적인 이야기 가운데 최종 110여건을 선정했다.
이번에 뽑힌 화제작으로는 고령에도 불구하고 한지에 호랑이를 그려온 어르신부터 오랫동안 우표와 엽서를 수집해온 사나이, 5년 동안 성서의 모든 구절을 전통한지에 붓글씨로 쓴 성경책, 혼자 여러 악기를 연주하는 나홀로 사물놀이, 20년째 매월 2~3회씩 꾸준히 헌혈을 실천해온 아름다운 생명나눔 헌혈왕 등이 포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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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주시는 별난 자랑거리 등을 모아 처음으로 ‘천년전주 기네스’를 선정했다. 기네스 화제작으로 꼽힌 이영두(88)씨는 고령에도 불구하고 15년째 한지에 호랑이를 그리고 있다. |
“인고의 시간을 거쳐 이룬 꿈이기에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요즘입니다.”
올해로 ‘미수(米壽)’를 맞은 이영두(88)씨는 고령에도 불구하고 최근 못다 이룬 꿈을 이뤘다. 그가 어릴 적부터 이루고 싶었던 꿈은 바로 그림 그리는 일이었다. 학창시절 그림이라면 1등을 도맡아 할 정도로 유난히 손재주가 좋았지만 19세의 어린 나이에 그는 가장이 됐다. 꿈보다는 생계가 먼저였다. 풀빵·호떡 장수, 목공예, 홍어 장수 등 48번의 이사를 다니면서 하루도 쉼 없이 일하며 7남매를 키웠다.
1997년부터 한지에 호랑이 민화를 그리기 시작한 그는 “일흔이 넘어서야 비로소 나를 위한 시간이 났다.”며 “늦은 나이에 다시 그림을 시작하기까지는 자녀들의 도움이 컸다. 지역에서 민화로 유명한 둘째 딸의 도움으로 전북대 평생교육원에서 강의를 듣기 시작하면서 민화 그리는 방법을 배우게 됐다.”고 털어놨다.
그렇게 15년간 그려온 민화작품만 해도 무려 560여 점에 달한다. 대부분의 작품이 호랑이를 소재로 하고 있는데, 특히 호랑이 민화는 붓 터치가 적게는 1억 번에서 많게는 3억 번을 7일(73㎠×73㎠, 73㎠×140㎠ 2종류 한지) 동안 해야 하는 고된 작업 중 하나다. 그는 “호랑이는 권위와 용맹의 상징이자, 풍요와 희망을 상징하는 동물”이라며 “사람도 호랑이처럼 용감한 기상과 용맹스러움을 전달하고 싶어 호랑이 그림을 자주 그리게 됐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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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5년간 그려온 민화작품만 해도 무려 560여 점에 달한다. 대부분의 작품이 호랑이를 소재로 하고 있는데, 특히 호랑이 민화는 붓 터치가 적게는 1억 번에서 많게는 3억 번을 7일동안 해야 하는 고된 작업 중 하나다. 이 씨의 방 한편에는 뒤 늦게 시작한 민화작품으로 발 디딜 곳이 없을 정도이다. |
그러면서 “가진 건 없었지만 지금까지 용기 하나로 버텼다.”며 “호랑이는 지난 날 제 모습을 함축적으로 표현한 또 다른 나이기도 하다. 심지어 우리 집 담벼락에도 호랑이 그림을 새겼다. 동네 사람들 사이에서는 이미 ‘호랑이 할아버지’로 통한다.”고 호탕하게 웃었다.
그가 그린 그림을 보고 있자니 금방이라도 호랑이가 튀어 나올 것 같은 느낌이 들 정도로 생동감이 넘쳤다. 전주전통공예전국대전 등 다수의 공예대회에서 각종 상을 휩쓸 정도로 그의 실력은 이미 정평이 나있다. 그간의 작품들을 모아 지난해에는 첫 번째 개인전도 열었다. 개인전에 내놓은 작품 45점은 모두 판매될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생을 마감하는 그 날까지 민화를 그리고 싶다는 이 씨는 “그림을 그리기 위해서는 눈도 잘 보여야 되고 손이 떨려서도 안 된다. 건강관리가 필수”라며 “호랑이는 죽어 가죽을 남기는 것처럼 제 이름 석자가 사람들에게 기억될 수 있도록 남은 생애도 호랑이 민화를 그리겠다.”고 20대 청년 못지않은 패기 넘치는 모습을 보여줬다.
“제 몸과 마음이 건강해서 누군가를 도울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이죠.”
‘헌혈왕’으로 천년전주 기네스에 이름을 올린 유진성(35)씨는 전혈헌혈을 비롯해 재생불량성 빈혈이나 백혈병 환자에게 많이 사용되는 혈소판헌혈, 혈장성분헌혈 등 지금까지 참여한 헌혈만 해도 총 335회에 이른다. 헌혈량만 해도 약 16만 7,500ml로, 몸무게 60kg 성인남자 33명의 혈액량의 해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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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헌혈왕’으로 천년전주기네스에 이름을 올린 유진성(35)씨는 지금껏 해온 헌혈만 해도 총 335회에 이른다. 헌혈량만 해도 약 16만 7,500ml로, 몸무게 60kg 성인남자 33명의 혈액량의 해당하는 수치이다. |
유 씨가 본격적으로 헌혈을 시작하게 된 것은 군대를 제대한 스물세 살부터다. 사회생활을 하다 보니 시간을 내서 누군가를 돕는 것이 쉽지 않았다는 그는 “우연히 길을 가다 헌혈을 하게 되면서 누군가를 도울 수 있다는 생각에 뿌듯했다. 처음에는 망설이기도 했지만 두 번, 세 번째는 수월했다. 그때부터 꾸준히 2주에 한 번씩 헌혈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헌혈을 하기 위해 평소에도 건강관리를 철저하게 한다는 유 씨는 “헌혈을 하고 난 뒤로는 오히려 몸도 가뿐해지고, 균형 잡힌 식생활을 하게 됐다.”며 “헌혈하기 2~3일 전에는 금주는 철칙으로 지킨다. 내 몸과 마음이 건강해야 병마와 싸우는 환우들에게 건강한 혈액을 나눠줄 수 있기 때문”이라며 수줍게 미소 지었다.
가족과 동료들에게도 헌혈을 권장하는 등 헌혈 홍보대사 역할도 톡톡히 하고 있는 그는 2001년과 2002년 대한적십자사 총재로부터 헌혈유공자 은장과 금장은 물론 보건복지가족부 장관으로부터 헌혈 유공 표창도 받았다. 뿐만 아니라 20년 넘게 모은 헌혈증서는 대부분 병마와 싸우는 이웃들에게 나눠주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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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 최초 모자경영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은 조현종 대표는 고향인 전주에 패션모자 문화와 콘텐츠를 결합한 아시아 최대 규모의 모자 박물관을 세우고자 ‘루이엘 햇 컬쳐센터’를 설립했다. 국내 최초 한지로 만듯 갓을 선보이고 있는 조현종 대표. (사진=조현종 대표 제공) |
드러내기 위해 시작한 것이 아닌데 봉사 부문 기네스에 올라 쑥스럽다고 말하는 유 씨는 “신체 건강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마음만 먹으면 할 수 있는 봉사가 바로 헌혈”이라며 “건강이 허락하는 날까지 헌혈을 지속해 많은 이들에게 건강을 선물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런가 하면 전통문화도시답게 전국 최초로 한지로 만든 갓을 만든 이도 있다. (주)사뽀의 대표이사 조현종 씨다. 고즈넉한 멋이 살아 숨 쉬는 전주한옥마을에 전국 1호 모자박물관을 운영 중인 그는 1998년 모자전문 생산업체로 시작해 2002년 자체브랜드 ‘루이엘’을 출시, 국내 모자 시장을 선도하며 유럽과 일본 등 해외수출까지 이뤄낸 벤처기업가다.
“이태리의 카니발 가면무도회처럼 전주의 문화 정체성을 살릴 수 있는 전국 단위 모자 축제도 마련해보고 싶어요.”
그는 “전통문화 도시이자 선비의 고장으로 알려진 전주에 맞는 콘셉트로 모자를 디자인하는 과정에서 ‘한지’를 사용하게 됐다. 예술과 예절, 두 가지를 동시에 갖춘 상징성이 바로 ‘갓’이었다. 종이라서 견고하지는 않아 시행착오도 많았지만 전주한옥마을을 상징하는 체험 기념품으로서는 매력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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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비의 고장으로 알려진 전주의 콘셉트를 살려 모자를 디자인했다. 닥종이에 천연 염색으로 색깔을 입혀 검정은 물론 파랑, 빨강, 주황, 노랑 등 고객들이 원하는 색깔로 만들 수 있다는 점이 장점이다. |
올해 상반기 개발한 ‘한지 갓’의 가격은 1만 원. 닥종이에 천연 염색으로 색깔을 입혀 검정은 물론 파랑, 빨강, 주황, 노랑 등 고객들이 원하는 색깔로 만들 수 있다는 점이 장점이다. 전주한옥마을을 찾는 관광객들 사이에서 입소문이 퍼지면서 어린이집과 유치원, 가족단위 관광객들의 필수코스가 되기도 했다.
조 대표는 “한지로 만든 ‘갓’은 일반 적으로 서양모자처럼 쓰는 게 아니라 머리 위해 얹혀 놓는 거라고 할 수 있다. 특히 고개를 반듯하게 들어야 하기 때문에 ‘갓’을 쓰게 되면 행동도 조심하게 되고, 무언가를 지켜내야 한다는 자부심도 생긴다.”며 “앞으로는 실생활에서도 사용할 수 있도록 제품 상용화에 주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선정된 천년전주 기네스는 책자로 발간해 전주시 홈페이지에 게재될 예정이다. 장상진 전주시 부시장은 “처음 시도된 천년전주 기네스에서 상당히 많은 자료들이 발굴됐다.”며 “하나하나 소중한 가치가 있는 만큼 분야별로 적극적인 홍보를 통해 전주의 브랜드 가치를 높여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공감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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