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의기소침 다문화가정 아이들, 철들면서 함박웃음 | news | 2013-02-01 |
“이중언어 구사능력 나만의 장점”…국제무대 기여할 인재로 키워야
“저는 한국인 아빠와 중국인 엄마의 아들입니다. 우리 엄마는 이제 한국 사람이 다 되셨습니다. 김치도 잘 담그고, 한국어도 유창하게 하십니다. 올림픽에서 우리나라가 이기면 좋아하시고, 축구도 지면 안타까워하십니다. 엄마와 저는 자랑스러운 한국인이라고 생각합니다.”
20일, 전북도교육청에서 열린 ‘제1회 다문화가정 이중 언어 말하기 대회’에 참가한 김현철(14·고창북중1)군의 얼굴에서는 구김살이라곤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김 군은 한국어는 물론 어머니의 모국어인 중국어를 구사할 수 있다는 것이 무척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줄곧 당찬 목소리로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준 그의 발표가 끝나자, 우레와 같은 함성과 함께 박수갈채가 쏟아져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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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0일, 전북도교육청에서 열린 ‘제1회 다문화가정 이중 언어 말하기 대회’가 열렸다. 이번 대회는 최근 급격하게 늘어나는 다문화가정 어린이들의 자아정체성 확립과 국제적 능력을 갖춘 인재육성의 일환으로 마련했다. |
전북도교육청이 주관한 이번 대회는 최근 급격하게 늘어나는 다문화가정 어린이들의 자아정체성 확립과 국제적 능력을 갖춘 인재육성의 일환으로 마련했다. 중국, 일본, 태국, 필리핀, 러시아 등 다양한 나라의 결혼 이주여성을 어머니로 둔 초·중·고등학생 20명이 출전했다. 대회는 참가자들이 각자 선택한 자유주제로 한국어로 3분, 부모 모국어로 3분씩 발표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곱게 한복을 입고 출전한 어린이 참가자부터 어머니 나라의 전통의상인 일본의 기모노, 필리핀의 바로싸이, 태국의 쑤타이를 입고 무대에 오른 아이들까지 각양각색의 참가자가 무대에 올라 눈길을 끌었다. 대부분의 학생들은 능숙한 우리말을 구사하면서도 현지인으로 오해받을 정도의 뛰어난 외국어 구사능력을 동시에 갖추고 있었다.
하지만 이들에게도 아픈 사연은 있었다. ‘부모님의 사랑’이란 주제로 뜨거운 박수갈채를 받은 김현철(14)군은 초등학교 3년 내내 ‘왕따’를 당해 힘들었다고 고백했다. 관중석에서 지켜보던 결혼이주여성들은 낯선 한국 땅에서 고생하던 자신들의 옛 모습이 떠올랐는지 발표를 듣는 내내 소리없이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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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부분 학생들은 능숙한 우리말을 하면서도 현지인으로 오해받을 정도의 뛰어난 외국어 구사능력을 갖추고 있었다. 초등학교 시절, 엄마의 고향이 중국이란 이유로 왕따를 당해 힘든 시절을 보냈다는 김현철(14·가운데)군은 올해 중학교에 올라오면서부터는 따뜻한 선생님과 친구들을 만나 학교생활이 최고로 재미있다고 말했다. |
김 군은 “지금은 성격도 많이 밝아졌지만, 지난해까지만 해도 모든 일에 의기소침하고 위축돼 있었다.”며 “엄마가 외국인이라는 이유로 놀림을 많이 당했다. 나는 한국에서 태어나 친구들과 같은 생각을 갖고 사는데 왜 그럴까 고민도 많이 했어요. 학교만 갔다 오면 항상 울면서 돌아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초등학교 6학년 때 이야기를 들려줬다. “선생님이 중국공산당이 우리에게 저지른 일들을 설명하고 계실 때, 우리 반 친구들이 저를 힐끔힐끔 쳐다보면서 귓속말을 하는 것이 보였어요. 순간 눈물이 왈칵 쏟아질 뻔 했는데 겨우 참고 버텼어요. 중국이 한 잘못이 우리 엄마의 잘못인 것처럼 느껴져 견딜 수 없이 부끄러웠어요.”
그때는 정말 힘들었지만, 말없이 자신을 안아주는 엄마를 보면서 많은 것을 느낄 수 있었다고 한다. 그는 “엄마의 고향은 비록 중국이지만, 그건 큰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됐다.”며 “저를 따뜻하게 안아주시는 엄마가 있다는 것 자체가 특별한 것임을 깨닫게 됐다.”고 말했다. 김 군은 이후 선생님께 찾아가 고민을 토로하고, 친구들에게도 먼저 다가가 이야기하면서 자신에 대한 오해와 편견을 없애려고 노력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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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쌍둥이 자매인 오미정, 오민정(12)양은 한국과 필리핀의 문화라는 주제를 쉽게 설명하고자 전통의상을 입고 대회에 참가해 은상을 수상했다. 이들은 “한국에서 선생님과 의사가 되어 다문화가정 학생들의 교육과 의료사업에 힘쓰고 싶다.”고 말했다. |
올해 중학생이 됐는데, 다행히 자신을 따뜻한 시선을 봐주는 선생님과 친구들을 만나 학교생활이 최고로 재미있다고 말했다. 방과 후 교실에서 ‘중국어’ 수업을 들을 때면, 선생님이 김 군에게 책을 읽어보라며 먼저 기회를 주기도 하고, 체육선생님은 다문화가정 아이들이 한국문화에 적응할 수 있도록 동아리도 만들어줬다고 한다.
3개 국어에 능통한 김 군의 꿈은 영어 교사가 되는 것이다. “중학생이 되자 비로소 제가 중국어와 한국어를 유창하게 구사하는 것이 장점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는 김 군은 “최근에는 영어가 재미있어졌다. 영어 교사가 되어 다문화가정의 어린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가르치는 선생님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최우현 고창북중 체육교사는 “우리 학교에 다문화가정이 3가정 정도 되는데, 이들이 어떻게 하면 학교생활을 재미있게 할 수 있을까 방법을 모색하다 동아리를 만들게 됐다.”며 “외국어 배우기, 한국 전통체험과 역사 바로 알기 등의 주제를 만들어 학생들이 스스로 준비하고, 체험하는 과정에서 부쩍 자신감도 늘고 학교생활에 적응도 빨라졌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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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태국 의상을 곱게 차려입은 김단비(11·김제금남초4)양은 태국과 한국의 놀이문화를 소개해 대상을 차지했다. “다문화가정에서 태어나 이중 언어를 구사할 수 있다는 점이 오히려 자랑스럽다.”는 김 양은 “연예인이 되어 한국과 태국을 오가며 세계를 무대로 문화교류의 힘쓰고 싶다.”고 당차게 말했다. |
주위의 관심과 배려 속에 한국 생활에 쉽게 적응할 수 있었던 친구들도 많았다. 태국 의상을 곱게 차려입은 김단비(11·김제금남초4)양은 태국과 한국의 놀이문화를 소개해 대상을 차지했다. 김 양은 “태국은 우리나라와 비슷한 점이 많다.”며 “태국에 대한 학교 친구들의 관심사를 바탕으로 발표 내용을 준비해 상까지 타게 됐다.”며 기뻐했다.
평소 성격이 활발해 친구들 사이에서도 인기만점이라는 김 양은 “다문화가정에서 태어나 이중 언어를 구사할 수 있다는 점이 오히려 자랑스럽다.”며 “앞으로 연예인이 되어 한국과 태국을 오가며 세계를 무대로 문화교류의 힘쓰고 싶다.”고 당차게 말했다.
우즈베키스탄에서 살다 8살에 한국땅을 밝은 김종현(18·군산고2)군도 “우즈베키스탄에서 한 달 만에 속성으로 한국어를 배우고 왔다.”며 “키가 크고 운동을 잘해 친구들과 어울리는 데 문제는 없었다. 어딜 가나 친구들이 호기심을 갖고 먼저 다가와 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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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북도교육청 이승일 과장은 “이번 대회를 통해 다문화가정에 대한 관심과 이해를 넓히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며 “이중 언어의 장점을 살려 국제사회에서 한국을 대표하는 우수한 인재들로 성장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
김 군 역시 “이중 언어를 할 수 있다는 것이 오히려 장점이 됐다.”며 “아직 진로를 정하지 못한 친구들이 대부분이라 많이들 부러워한다. 한국어와 러시아어를 유창하게 구사할 수 있다는 나만의 장점을 활용해 한국과 러시아의 교류를 원활하게 돕는 통역사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태국 출신 김탄차녹(37)씨는 “다문화가정 자녀들이 한국사회에 쉽게 적응하기 위해서는 외국인이라는 편견을 버리고 따뜻하게 바라봐줘야 한다.”이라며 “한국에 한복, 제기차기 같은 전통문화가 있듯이 다문화도 하나의 문화라는 것을 이해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승일 전북도교육청 과장은 “이번 대회를 통해 다문화가정에 대한 관심과 이해를 넓히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며 “이중 언어의 장점을 살려 국제사회에서 한국을 대표하는 우수한 인재들로 성장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공감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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