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눈총만 받던 아프가니스탄의 지적장애 아이들, 하키로 영웅 되다 | news | 2013-02-04 |
 #1 : |
11.jpg |
[평창 스페셜올림픽 출전한 아프간 플로어하키팀]
30년 넘게 이어진 내전으로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국가'… 장애인 인권은 꿈같은 일
"2009년 미국 대회에서처럼 메달 걸고 금의환향 할 거예요"
아프가니스탄에서 온 10대 선수 11명은 3일 강릉 관동대체육관에서 열린 평창 동계 스페셜올림픽 플로어하키 경기에 출전했다. 상대팀인 일본에 경기 종료 5초를 남기고 골을 내줘 2대3으로 역전패했지만 실망하지 않았다.
선수들은 경기 후 코트 위에서 원을 그리고 섰다. 그리곤 "즈완드! 즈완드!"라고 되풀이해 외쳤다. 아프가니스탄 말로 '살자'라는 뜻이다. 모하메드 하지미(48) 감독은 "우린 서로 기운을 북돋우기 위해 언제나 '살자'라고 함께 소리친다"며 "생존이 목표인 선수들에게 어울리는 구호"라 했다.
아프가니스탄은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국가로 꼽힌다. 소련의 침공, 미국의 군사개입, 내전, 테러 등으로 30년 넘게 포연(砲煙)이 그칠 날이 없었다. 삶은 피폐해졌다. 1인당 국민소득은 1000달러에 불과하다. 빈곤층이 국민의 36%에 달한다.
'지적장애인 인권' 같은 건 꿈도 꾸기 어렵다. 이번에 평창을 찾은 선수 11명 가운데 셋은 집이 없다. 파리드(15)는 전쟁 통에 부모를 잃고 길거리에서 쓰레기를 주우며 노숙했다. 사크히(17)는 동네 불량배들 심부름을 하며 지냈다.
가족이 있는 선수들에게도 집은 감옥이나 마찬가지였다. 부모들은 가족의 명예에 금이 갈까 봐 지적장애를 가진 자식을 집 밖에 내보내지 않았다. 사비르(16)는 학교에 다녔지만 금세 그만뒀다. 다른 아이들의 괴롭힘에 얼굴이 성할 날이 없었고, 담임교사까지 말귀를 못 알아듣는다고 때렸다고 했다.
아프가니스탄 플로어하키팀의 데뷔 무대는 2009년 미국 아이다호 동계 스페셜올림픽이었다. 하지미 감독이 출전비 전부를 댔다. 사회적 편견에도 희망을 잃지 않고 훈련했던 이들은 놀랍게도 은메달을 땄다. 귀국해서는 따뜻한 환영을 받았다. 부모들은 '한때 내 놓았던 자식'들을 반기려 공항으로 나왔다. 파질(18)은 "형이 '너는 우리 가족의 영웅'이라며 자랑스러워했다"고 회상했다.
아프가니스탄 팀은 평창에서도 메달을 노린다. 메달의 의미를 안다기보다 '사람대접'을 받고 싶어서다. 이번 대회를 위해 사도자이(10)와 사힐(11)이 새로 합류했다. 키 130㎝인 막내 사도자이는 전체 참가국 선수를 통틀어 가장 어린 축에 든다. 그런데도 경기를 할 땐 덩치 큰 상대와 몸싸움을 마다하지 않는다.
하지미 감독은 "우리 선수들은 플로어하키를 하기 전 늘 눈총만 받았지만, 지난 대회 후 메달을 따면 환대받는다는 걸 깨달았다"고 했다. 사도자이는 "메달을 목에 걸고 돌아가면 아버지가 나를 어깨 위에 앉혀주실 것"이라며 "그걸 생각하면 기분이 좋다"고 했다.
조선닷컴
 |
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