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꾸러미 상자 열어보니 호랑이가 ‘어흥~’ | news | 2013-02-07 |
문화다양성 체험 ‘한국문화꾸러미’ 개발…베트남·몽골꾸러미 이어 인기 최고~
“어~흥! 곶감 하나 주면 안 잡아먹~지! 어이쿠, 무서워라!”
신비스러운 꾸러미 상자를 열어본 아이들이 화들짝 놀란다. 금방이라도 살아 튀어나올 듯한 커다란 호랑이가 상자 속에 숨어있다. 호랑이가 사는 꾸러미 속 배경은 초가집도 되고, 도시형 아파트로도 변한다. 어디선가 한국의 동요 ‘고향이 봄’, 사물놀이 가락이 은은히 흘러나온다.
지난 13일, 국립민속박물관 어린이박물관 별들재에서는 제주다문화교육센터 중도입국자 가정의 초등생 17명이 모여 체험학습을 받고 있었다. 인솔자 황석규 책임연구관은 “오래 전부터 국립민속박물관에서 제작한 다문화꾸러미 학습교구재가 궁금했다”며 “우리 아이들의 다문화꾸러미 수업을 특별히 요청했더니 응해주셔서 감사할 따름”이라며 반쯤 상기된 표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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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문화꾸러미 상자를 열어본 아이들이 신기한 듯 쳐다보고 있다. 금방이라도 살아 튀어나올 것 같은 큰 호랑이가 상자 속에 숨어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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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인은 어떤 옷을 입고, 어떤 음식을 먹고, 어떤 집에서 살았을까요?’ 한국의 의식주 생활문화를 엿볼 수 있는 물건들이 상자 속에 담겨져 있다. |
수업에 적극 참여하고 있는 중도입국자 다문화가정의 아이들의 표정에서도 흥분된 모습을 엿볼 수 있었다. 6살에 러시아로 갔다가 재작년에 한국으로 돌아왔다는 윤한철(11세) 군의 경우처럼 브라질, 칠레, 말레이지아, 인도, 방글라데시, 중국 등지에서 살다가 한국에 온 아이들은 피부색, 언어는 제각각이었지만 부모의 나라 대한민국의 문화를 온몸으로 느끼며 익히는 모습이었다.
취재 현장에서 들여다본 다문화꾸러미 전시 상자에는 한국문화를 알 수 있는 다양한 자료들로 가득 차 있었다. 실제 박물관 소장 유물을 그대로 제작한 실물 크기의 복제유물을 비롯해 시중에서 구입한 체험용 유물자료들이다. 마치 요술상자처럼 펼쳐지는 꾸러미 상자 안에는 의식주 용품, 어린이 생활용품, 장난감, 악기, 어린이 서적 등 실물자료와 동영상, 음향 관련 시청각 자료, 그리고 오감 체험 자료와 활동지, 자료 설명카드 등 학습 자료들이 수북히 들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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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문화꾸러미 ‘안녕 대한민국’은 한국문화를 알 수 있는 다양한 자료를 문화상자로 구성돼있다. |
지난 2009년부터 다문화꾸러미 제작에 참여했다는 이은미 학예연구사는 “한국문화꾸러미의 컨셉이 ‘움직이는 국립민속박물관’”이라며 “무엇을 담을 것인가 못지않게 어떻게 보여줄 것인가를 처음부터 염두에 두고 진행한 기획 사업”이라고 소개했다.
한국의 의식주 생활문화, 한국인의 일생, 한국의 명절과 놀이 등 크게 네 주제로 구성된 한국문화꾸러미는 우리 박물관의 축적된 민속, 생활사 연구와 전시성과를 토대로 기획, 제작했다는 점에서 더 의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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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문화강사가 한국문화꾸러미를 들여다보며 실감나게 설명을 곁들이고 있다. 꾸러미 속 물품들을 보면서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한국의 전통문화에 대해 배우게 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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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자 안에는 치마저고리, 바지저고리, 원삼, 단령, 도포, 중치막, 까치두루마기 등 다양한 전통의상이 가득하다. |
상자 안에는 치마저고리, 바지저고리, 도포 등 한국의 전통의상들도 담겨있었다. 예전에 아빠가 사진관에서 찍어준 돌사진을 간직하고 있다는 부끼에우친(10세) 양도 앙증맞은 전통 돌빔이 마음에 들었는지 몇 번이고 들어보이며 연신 미소를 지었다. 전통혼례복에서도 이들의 표정은 마찬가지이다. 서로에게 겨울철 방한모자라는 ‘남바위’를 씌어주기도 하고 전통 한복과 두루마기를 직접 입어보며 체험장 이리저리를 횡보한다.
“이 인형은 나무 기러기인데요. 혼례를 할 때 신랑이 신부집에 나무 기러기를 던졌다고 해요. 그리고 이 부채처럼 생긴 둥그런 유물은 신부 얼굴가리개 혼선이고, 이 파란색 깃발모양은 신랑 얼굴가리개 차선입니다.”
설명이 끝나자마자 아이들은 잽싸게 유물을 들어 보인다. 어떤 아이는 진짜 신랑, 신부가 되어 보는 포즈를 취하기도 하고, 족두리, 비녀 장식을 제 몸에다 달아 보면서 깔깔거린다. 주렁주렁 매달린 메주덩이가 간장과 된장을 만드는 식재료라는 사실도 배웠고, 떡이나 과자에다 모양냈다는 다식판도 만져보고, 반짝반짝 노오란 그릇이 우리 조상들이 사용했던 놋그릇이라는 것도 분명하게 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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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렁주렁 매달린 메주덩이가 간장과 된장을 만드는 식재료라는 사실도 배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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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통놀이 체험시간에는 제기, 윷놀이, 투호던지기도 하고 우리나라 공기놀이에 빗대 몽골의 샤가이 놀이도 함께 해봤다. |
최근 다문화인식 개선사업의 일환으로 국립민속박물관이 연차적으로 개발하고 있는 다문화꾸러미 교구재가 이처럼 다문화 관련 사회기관, 교육 관련자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고 있다.
특히, 2010년 몽골꾸러미 ‘센베노 몽골’, 베트남의 ‘신짜오 베트남’과 2011년 개발된 필리핀꾸러미 ‘꾸무스타 필리핀’에 이어 2012년 새로 추가된 한국꾸러미 ‘안녕 대한민국’은 단순한 지식 전달형 교육이 아니라 서로간의 문화 감수성과 다양성을 길러주기 위한 거대한 체험형 전시상자로 마련돼 더욱 눈길을 끈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 이원태 연구위원은 “문화다양성이 강조되는 사회가 되기 위해서는 다른 문화를 이해하고, 존중하며 공감하는 태도와 인성을 기르는 것이 필수적”이라며 “더욱이 다른 나라 사람을 엄마, 아빠로 둔 가족이라면 그들 나라의 문화적 자긍심을 갖게 해주는 인성교육은 부모의 나라, 자신의 조국에 관해 알아가는 첫 단계라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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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몽골 문화꾸러미 ‘센베노(안녕하세요) 몽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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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베트남 다문화꾸러미 ‘신짜오(안녕하세요) 베트남’ |
다문화꾸러미 사업은 해당나라의 다양한 체험 자료를 하나의 작은 전시상자로 구성해 제작하고, 박물관 자체 교육은 물론 전국의 다문화 관련기관 등 원하는 기관에 대여하는 방식으로 운영하고 있다. 지금까지 350여 건이 대여됐고, 9만여 명이 체험한 것으로 집계돼 높은 인기를 실감케 한다.
어린이박물관과 이광일 학예연구원은 “해마다 대여 횟수가 꾸준히 늘고 있다. 그만큼 교육 효과가 좋다는 방증”이라며 “올해 추가된 한국문화꾸러미 사업도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한국문화꾸러미는 국내의 어린이와 다문화 가정, 외국인은 물론 장기적으로는 해외 보급을 통해 한국문화 교육과 한류 확산의 기반을 구축하는 데 사용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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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립민속박물관에서 개발한 다문화 꾸러미 상자는 이동이 쉬운 작은 꾸러미로 제작돼 전국의 다문화 관련 기관 등 원하는 기관에 대여하는 방식으로 활용하고 있다. |
☞ 국립민속박물관 어린이박물관 문화꾸러미 홈페이지 http://www.kidsnfm.go.kr/culturebox
공감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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