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 자녀와 함께 고향 찾았다 불길 치솟는 집 뛰어들어 노인·장애아들 구해 | news | 2013-03-1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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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지나던 30대가 위험을 무릅쓰고 불이 난 가정집에 들어가 자고 있던 80대 노인과 지체장애로 몸이 불편한 아들 등 가족 2명의 목숨을 살렸다.
전북 부안군 계화면 개화도 도로변에 있던 이모씨(84) 집에 불이 난 시각은 16일 오후 3시10분쯤. 컨테이너 박스를 이어 가정집으로 사용하는 조립식 건물의 앞쪽에서 발생한 불이 순식간에 집 안쪽으로 타들어 갔다.
충남 당진에 사는 진순석씨(37·사진)는 부친의 생일 모임을 갖기 위해 집에서 두 시간 남짓 차를 몰고 가족과 함께 고향인 개화도로 내려오던 중이었다. 운전을 하던 진씨는 전방에서 새카만 연기가 솟구쳐 오르자 현장을 향해 가속페달을 밟았다.
화재현장에 도착해 보니 이웃 주민 박모씨(69·여)가 발만 동동 구르고 있었다. 박씨는 인근에서 쑥을 캐고 있다가 ‘펑 펑’ 소리를 듣고 달려온 터였다. 박씨는 뛰어가며 진씨에게 “집 안에 할아버지와 장애인 아들이 있다. 두 명 다 죽게 생겼다”며 애타게 상황을 전했다. 집 안에는 노인과 아들 이씨(39)가 낮잠을 자고 있었다. 할머니는 이웃 주민의 밭일을 하러 집을 비운 상태였다.
진씨가 불길이 번지고 있는 집 앞으로 달려갔을 때 마침 바람이 정면으로 몰아치고 있었다. 바람을 타고 불길은 더욱 거세게 연기를 쏟아냈다. 진씨는 집 앞쪽에서 힘들다고 판단하고 집 뒤편으로 돌아갔다. 이곳은 바람을 덜 타 다행히 아직 불길이 닿지 않은 상태였다. 벽 옆에는 장독이 보였다. 진씨는 장독을 들어 대형 창문을 향해 던졌다. 유리창이 박살나자 내부를 살필 틈도 없이 집 안으로 뛰어들었다. 진씨는 내의 바람으로 안방에서 실신 직전에 있던 노인과 아들을 발견하고 노인을 먼저 들쳐업고 밖으로 뛰었다. 그는 다시 불길 속으로 뛰어들어가 아들도 대피시켰다.
이후 119소방차들이 도착해 30분 후 불길을 잡았을 때는 조립식 건물 70㎡와 가재도구가 잿더미로 변해버린 뒤였다.
승용차 밖에서 이 광경을 지켜보던 진씨 부인과 세 자녀들은 가슴을 쓸어내렸다. 구조과정에서 진씨는 깨진 유리창에 팔꿈치를 다쳤고 연기를 많이 마셨지만 병원에 가는 것도 사양했다. 그는 “불길은 번지는데 안에 사람이 있다는 말을 듣고 본능적으로 사람을 구해내야겠다는 생각을 한 것 같다”면서 “1초가 다급한 상황이었기 때문에 누구든지 나처럼 행동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황호국 개화파출소장(57)은 “요즘 세상에 자신의 목숨을 생각하지 않고 불길 속으로 뛰어드는 사람이 얼마나 있겠느냐”며 “진씨가 불길 속으로 급하게 뛰어들면서 지갑까지 떨어뜨려 소방관이 나중에 주워 전달해 줬다”고 말했다. 그는 “진씨의 용감한 행동이 아니었으면 부자가 아까운 목숨을 잃을 수 있었던 아찔한 순간이었다”고 전했다.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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