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두 손으로 달렸다, 온 세상이 달려왔다 | news | 2013-04-2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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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나리가 활짝 핀 서울 잠실 종합운동장에서 장애인 핸드사이클 동호회 ‘세바퀴’ 3인방이 핸드사이클을 타고 있다. 왼쪽부터 한국식품연구원 권기현 박사, 우정사업본부 예금사업단 이승미씨, 아시아나항공 권효석 대리. /오종찬 기자 |
[평일엔 직장인, 주말엔 운동선수… 장애인 핸드사이클 국가대표 삼총사]
- 아시아 선수권서 금·은메달
메달 따니 회사에서 현수막도… 일할때도 더 자신감 생기더라
- 누워서 페달 굴리는 자전거
핸드사이클은 우리 삶 같아… 힘든 오르막길도 버텨낸다면 탁 트인 내리막 기다리고 있죠
주말 아침 경기도 하남시 미사대로. 몸에 착 달라붙는 사이클 운동복을 입고 헬멧을 쓴 남녀 세 명이 바퀴 셋 달린 '핸드사이클'에 누워 발 대신 손으로 페달을 돌렸다. 속도계에 시속 35㎞가 찍혔다.
"바람 때문에 너무 힘들어. 권효석 선수 앞으로 치고 나오세요!"
선두가 지치자 나머지 두 선수가 속도를 내 순식간에 자리를 바꿨다. 이렇게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17분 동안 13㎞ 레이스를 펼쳤다.
이들은 장애인 핸드사이클 동호회 '세바퀴'의 국가대표 3인방 권기현(48), 이승미(41), 권효석(34)씨다. 세 사람은 지난달 인도 뉴델리에서 열린 '장애인 아시아 사이클 선수권 대회'에 국가대표로 출전, 부문별로 금메달과 은메달을 땄다. 지난 20일은 장애인의 날. 휠체어가 없으면 움직이기 힘든 불편한 몸이지만 이날도 세 사람은 남들보다 몇 곱절 부지런히 움직이며 인생에서도 메달 감임을 여실히 보여줬다.
세 사람은 평일엔 각자 직장에서 일하고, 주말마다 모여 서울 근교를 40~120㎞씩 달린다. 핸드사이클은 누운 상태에서 손으로 페달을 돌리는 자전거다. 2004년 아테네 장애인 올림픽에서 정식 종목이 됐다. 우리나라는 2010년 광저우 장애인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딴 적이 있다.
한국식품연구원에서 책임연구원으로 일하는 권기현씨는 군대에서 훈련 도중 다친 허리가 덧나 지체장애 2급이 됐다. "22년 동안 연구실에서 연구만 하다 보니 지방간, 고지혈증 등 성인병이 세트로 왔어요. 2009년엔 뇌경색으로 쓰러져 입원도 했죠. 인생의 전환점이 필요했어요. 머리를 싹 비우려고 핸드사이클을 시작했어요." 권씨는 매일 아침 6시에 일어나 팔굽혀펴기를 500개 하고 덤벨을 든다. 출근길에도 폐활량을 늘리려고 30분간 산소 호흡기를 입에 물고 차를 몬다.
아시아나항공에서 예약 업무를 담당하는 권효석씨는 무릎이 제대로 굽혀지지 않는 선천성 희귀병(지체장애 2급)을 앓고 있다. 그럼에도 주중엔 회사에서 영어 공부도 따로 할 정도로 매사에 억척이다. 권씨는 "인도 대회에서 금메달 따니까 회사에서 현수막도 걸어줬다"고 말했다.
우정사업본부 예금사업과에서 일하는 이승미씨는 한 살 때 소아마비를 앓고 지체장애 1급이 됐다. "운동은 땀 흘린 만큼 결과가 나오니까 정직해요. 일도 그리 생각하니까 자신감이 생기더라고요. 나중엔 사람들이 즐겁게 찾아올 수 있는 우체국을 운영해보고 싶고, 틈틈이 핸드사이클 국제심판으로도 활동하고 싶어요."
세 사람은 핸드사이클이 자신들의 삶과 같다고 했다. "고개 넘을 때 힘들면 남들은 자전거에서 내려서 걸어가도 되지만, 우리처럼 몸이 불편한 사람은 그럴 수가 없어요. 무조건 달려야만 해요. 하지만 포기하지 않고 힘껏 고개를 넘고 나면 탁 트인 내리막이 기다리고 있어요. 걷지 못하는 저희에게 바람을 가르며 달리는 그 느낌은 너무나 소중하답니다."
하지만 현실은 열악하다. 국가대표지만 자비를 털어 훈련하고 국제대회도 나간다. 이들은 오는 28일 충북 음성에서 열리는 '반기문 전국 마라톤 대회'에 핸드사이클을 타고 출전할 예정이다.
조선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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