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썰매에 앉는 순간 없던 자신감도 생겨요” | news | 2012-03-0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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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회 전국장애인동계체육대회] 개막식서 만난 강원도청 아이슬레지하키팀
“맛의 고장, 전북에서 제9회 전국장애인동계체육대회 개막을 알립니다.”
대한장애인체육회가 주관하는 ‘제9회 전국장애인동계체육대회’ 개막식이 28일, 전주 코아리베라호텔에서 열렸다. 개막식을 축하하기 위해 대한장애인체육회 윤석용 회장을 비롯해 문화체육관광부 최광식 장관, 전라북도 김완주 도지사, 16개 시·도 선수단 등 500여 명이 참석했다.
장애인동계체육대회는 지난 8회까지 강원도에서 개최됐으나, 올해 처음으로 전국 시·도 공모전을 통해 전북에서 개최됐다. 역대 최대 규모로 개최되는 이번 대회에는 선수와 임원 등 731명이 16개 시도를 대표해 출전해 총 336개의 메달을 놓고 열띤 경쟁을 펼친다.
개최 종목은 총 5개 종목으로, 알파인스키와 크로스컨트리는 무주 덕유산리조트에서, 휠체어컬링와 아이스슬레지하키, 빙상은 전주 실내빙상경기장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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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한장애인체육회가 주관하는 제9회 전국장애인동계체육대회 개막식이 지난 28일, 전주 코아리베라호텔에서 열렸다. |
이 대회를 위해 지금껏 갈고 닦은 자신의 기량을 선보이는 자리 인만큼 이날 개막식에 모인 선수단의 표정에는 긴장과 설렘이 묻어났다. 이 중에서도 빠른 속도와 거친 몸싸움, 현란한 스틱 기술로 장애인동계체전의 ‘꽃’이라고 불리는 강원도청 아이스슬레지하키 선수단을 만나봤다.
“이렇게 역동적인 스포츠를 처음 들어보셨다고요? (하하) 슬레지란 단어가 썰매거든요. 쉽게 말하면, 장애인 썰매 스키인 셈이죠.”
강원 도청 아이스슬레지하키팀 한민수(43) 주장이 밝은 표정으로 웃으며 말했다. 강원 도청팀은 선수 11명은 소속팀 선수인 동시에 국가대표로 국내 아이스슬레지하키팀 중에는 최강이라고 불린다.
아이스슬레지하키는 아이스하키를 장애인들이 할 수 있도록 변형한 스포츠로, 아이스하키와 규칙은 거의 비슷하다. 다만, 발을 온전히 쓸 수 없거나 다리 힘이 약한 장애인들을 위해 스케이트 대신 썰매를 사용한다는 것이 특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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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막식을 축하하기 위해 대한장애인체육회 윤석용 회장을 비롯해 문화체육관광부 최광식 장관, 전라북도 김완주 도지사, 16개 시·도 선수단 등 500여 명이 자리를 빛냈다. 사진은 전국 16개 시·도 선수단이 입장하는 모습. |
아이스슬레지하키는 1961년 스웨덴에서 시작해 지난 1994년 노르웨이 릴레함메르 동계올림픽에서 정식 종목으로 채택됐다. 특히 장애인 스포츠 종목 중 가장 역동적이고 지켜보는 관중들의 재미도 만만치 않아 북미, 유럽 등 선진국에서는 매 경기가 매진될 정도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우리나라에 도입된 것은 지난 1998년. 일본팀과의 초청경기와 워크숍을 통해 처음 보급됐고, 지난 2000년 연세 아이스슬래지하키팀과 2002년 삼육아이스슬레지하키 팀이 창설되면서 본격적인 궤도에 올랐다.
강원 도청팀은 2006년에 창단됐다. 척수장애, 절단 장애를 갖고 있는 선수들은 처음 취미생활로 아이스슬레지하키를 접해 클럽 팀으로 활동하다 대표팀으로 스카우트 돼 모이게 됐다. 이들은 우리나라의 유일한 아이스슬레지하키 실업팀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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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빠른 속도와 거친 몸싸움, 현란한 스틱 기술로 장애인동계체전의 ‘꽃’이라고 불리는 아이스슬레지하키. 지난해 사상 처음으로 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에 출전해 세계 최강의 선수들과 겨루는 모습이다. (사진=대한장애인체육회) |
팀에서 구심점 역할을 하는 주장 한민수 씨는 2000년 국내 최초 아이스슬레지하키 클럽인 ‘연세 이글스’가 생긴 후, 빙판에 입문했다. 그간 줄곧 활약해온 베테랑이자, 국내 장애인 썰매하키의 산 증인이다. 농구, 축구, 등산 등 전국을 돌아다니며 스포츠를 즐기던 한 씨는 두 살 때 의료사고로 얻은 지병이 서른에 도지면서 살기 위해 왼쪽 다리를 절단해야만 했다.
현재 대표 팀에서는 든든한 형이자, 왼쪽 수비수 역할을 맡고 있는 한민수 주장은 “절단 장애를 겪기 전부터 스포츠를 좋아했습니다. 장애를 겪은 후로는 몸이 조금 불편해진 것 빼고는 그 무엇도 제 열정을 꺾을 수 없었지요. 그래서 취미생활로 하던 아이스슬레지하키 선수 생활을 시작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2000년 처음 슬레지하키를 접했을 때는 저도 생소했다. 그런데 한번 배우고 나니깐 역동적이고 빠른 스피드에 푹 빠져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신체 구애를 받지 않고, 박진감 넘치는 점”을 아이스슬레지하키의 매력으로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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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명 장애인 썰매스키라고 불리는 아이스슬레지하키. 선수들은 운동의 매력을 “신체 구애를 받지 않고, 박진감 넘치는 점”을 꼽았다. (사진=대한장애인체육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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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스슬레지하키는 장애인 스포츠 종목 중 가장 역동적이고 지켜보는 관중들의 재미도 만만치 않아 북미, 유럽 등 선진국에서는 매 경기가 매진될 정도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사진은 지난 2010 밴쿠버 동계 올림픽 경기 모습. (사진=대한장애인체육회) |
“아무래도 장애인이라고 하면 몸을 사리고 약한 이미지를 먼저 떠올리시잖아요. 아이스슬레지하키는 어느 정도 격렬한 몸싸움도 허용되니까 보시는 분들이 그런 편견을 깨시는 것 같더라고요. 평소에는 마음처럼 움직여지지 않는 하체도 썰매를 타는 순간 자유롭게 움직이니 자신감도 생기고, 생각도 긍정적이게 바껴요. 썰매를 타는 순간 최고의 행복을 느껴요.”
이들은 아이스슬레지하키 운동을 통해 무엇보다 “장애를 딛고 일어설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기쁨”이라고 말했다. “운동하면서 흘리는 땀이 얼마나 시원하고 상쾌한지 아시죠? 저희에게 아이스슬레지하키란 삶을 사는 원동력 같은 것이지요. 열심히 뛰다보면 일상에서 장애인으로써 느꼈던 스트레스도 날아가고요, 정상인 못지않은 건강한 삶을 살고 있다는 생각에 뿌듯하죠.”
격렬한 스포츠인 탓에 힘든 점은 없느냐고 묻자, 그는 외려 “장애는 그저 생각일 뿐”이라고 잘라 말했다. 한 씨는 “마음이 아픈 것도 몸이 아픈 것도 생각하기 나름인 것 같다.”며 “한 쪽 다리가 없다는 것을 인식한 후부터는 힘들다는 생각도 싹 사라졌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아이스슬레지하키 전용구장이 없다는 것과 국내 실업팀이 하나밖에 없다는 점은 아쉽다.”고 말했다. “저희는 서서 하는 게 아니라 앉아서 하기 때문에 경기 하는 도중에는 관중들의 볼 수 없다는 점이 아쉽습니다. 세계선수권대회에 나가면 개최국들은 전용구장 등 선수들의 대한 편의시설이 잘 돼있다는 점이 늘 부러웠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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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애는 그저 생각일 뿐”이라고 딱 잘라 말하는 강원 도청 아이스슬레지하키 선수들. 새계선수권대회에서 금메달을 따는 그날까지 파이팅을 외치며 경기에 임하겠다고 말했다. |
이들은 이어 “실업팀이 국내에 하나밖에 없기 때문에 오는 나태함도 가끔은 있다.”며 “선의의 경쟁구도가 만들어져야 한다. 앞으로 재능 있는 신인선수들과 새로운 실업팀이 창단 돼 지속적인 인프라 구축이 잘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우리나라에 아이스슬레지하키가 보급된 지도 벌써 10년을 훌쩍 넘겼다. 최근에는 선수들의 열정과 구슬땀 덕분인지 눈에 띄는 성과가 하나둘씩 나타나고 있다. 사상 처음으로 ‘2010 밴쿠버 동계 장애인 올림픽’에도 출전했다. 비록 6위에 머물렀지만, 그 가능성을 인정받았다.
또 지난 1월 일본에서 열린 세계 최강 4대국 친선경기에 초청되기도 했다. 아시아 1위, 세계 2위 랭킹을 기록하는 일본을 5대 1로 꺾은 것도 큰 성과이다. 이번 전국장애인동계체육대회 준비와 함께 이들은 오는 3월에 있을 세계선수권 대회에도 집중하고 있다.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하루도 빼지 않고 구슬땀을 흘리는 이들에게 경기에 임하는 각오를 물었다.
한 씨는 “이번 대회에 최선을 다하는 것은 물론 오는 3월에 열리는 세계선수권대회에서 반드시 6위 안에 드는 것이 목표다.”며 “6위 안에 들어서 꼭 세계선수권대회를 유치해 아이스슬레지하키와 함께 우리나라가 세계 속에 많이 알려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들의 장기적인 목표는 2014년까지 메달권에 진입하고, 2018 평창 동계올림픽에서는 금메달을 따는 것이다. 현재 강원 도청 소속 아이스슬레지하키팀은 세계 랭킹 5위로 메달권에 진입할 가능성이 충분한 데다 단일팀으로는 세계 어느 팀보다 강팀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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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휠체어컬링의 박철교(전북)선수와 빙상의 박지영(전북)선수가 개회식 선수대표 선서를 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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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9회 전국장애인동계체육대회 개막식을 찾은 문화체육관광부 최광식 장관은 “이번 대회에서도 세계를 깜짝 놀라게 할 숨은 스타선수들의 활약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
대한장애인체육회 장춘배 부회장은 “이번 대회는 2018 평창 동계올림픽과 장애인올림픽 유치 이후 처음으로 개최되는 장애인동계체육대회”라며 “이번 대회가 우리나라 장애인동계스포츠의 현주소를 점검하고 발전방향을 모색해 2018평창에서 대한민국 동계스포츠의 위상을 드높일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문화체육관광부 최광식 장관도 “지난 2010 밴쿠버장애인올림픽에서 세계 최강국들과 어깨를 겨루며 최고의 승부를 보여줬던 휠체어컬링 국가대표팀의 활약은 인간승리로 쓰인 한편의 드라마였다.”며 “이번 대회에서도 세계를 깜짝 놀라게 할 숨은 스타선수들의 활약을 기대한다.”고 격려했다.
한편, 아이스스레지하키는 2월 28일~3월 2일까지 전주실내빙상경기장에서 열린다. 이번 대회는 동계장애인체육대회 역사상 처음으로 4개 팀이 참가해 경기를 펼친다. 경기는 토너먼트 방식으로 펼쳐지며, 지난해 우승팀인 강원과 개최시도인 전북이 시드를 배정받게 된다.
공감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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